에필로그
누군가 나에게 결혼해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결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남편과의 끝없는 말싸움,
언제 받을지 모르는 상처에
늘 예의주시하며 지냈다.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터널이 너무 길어
언제 빛을 만날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 끝에 무엇인가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만 붙들고 미친 듯이 걸었다.
나는 지치고 외로웠다.
끝없이 달리고는 있지만,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는 불안했고,
내 노력을 보상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나를 이 터널에 몰아넣은 남편을 원망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해?
왜 나처럼 노력하지 않아?
이제는 너무 지쳤다.
한걸음도 나아가고 싶지가 않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주저앉은 순간,
나는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이었다.
남편은 그저 묵묵히,
내 옆에서 나를 바라보며
나와 함께 뛰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쳐 주저앉아버렸을 때,
나를 어떻게 일으켜 세워줘야 하는지 알지 못해
그저 조용히, 내가 일어설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던 거였다.
남편은 내 옆에 있었다.
내가 힘들다 말하지 않아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것뿐.
내가 일으켜달라고 말하지 않아,
자신이 나서야 하는 상황인지 알지 못해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캄캄한 터널은 내 시야를 가리고
내 남편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했다.
남편은 내 옆에 있었다.
내가 언제든지 말하면
금방 손을 뻗어
나를 잡아줄 수 있을 정도로
내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우리는 같은 터널을,
함께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 힘들어.
나 외로워.
나를 안아줘.
남편은 나를 곧바로 안아주었다.
내 등을 다정하게 토닥여주었다.
남편은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리지도 않았다.
남편은 다정한 사람이었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내가 내 마음을 말하지 않고,
내 뜻을 말하지 않아 미처 몰랐을 뿐
언제든 나를 품어줄 수 있는
강하고 든든한 사람이었다.
나는 남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함께 걷자고 말했다.
우리 둘이 손을 맞잡자,
이 어두운 터널에
따스한 온기가 퍼져갔다.
이제는 이 터널이 외롭지 않다.
이 터널이 힘들지 않다.
드디어 저기,
터널의 끝이 희미하게 보인다.
새로운 행복의 빛이다.
하지만, 이 터널을 나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내가 찾은 새로운 행복은,
이미 내 손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손을 맞잡은,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
내가 이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비로소 찾아낸 내 행복, 내 사랑이었다.
홀로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가?
빛이 없는 시절을 보내느라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옆을 둘러보라.
마음을 열고 손을 뻗어보라.
누군가 당신의 옆에서
당신이 손을 뻗어주기를,
당신이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