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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28. 2024

길고 어두운 터널, 그 끝에 만난 행복

에필로그


누군가 나에게 결혼해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결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남편과의 끝없는 말싸움,

언제 받을지 모르는 상처에

늘 예의주시하며 지냈다.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터널이 너무 길어

언제 빛을 만날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 끝에 무엇인가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만 붙들고 미친 듯이 걸었다.



나는 지치고 외로웠다.

끝없이 달리고는 있지만,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는 불안했고,

내 노력을 보상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나를 이 터널에 몰아넣은 남편을 원망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해?

왜 나처럼 노력하지 않아?



이제는 너무 지쳤다.

한걸음도 나아가고 싶지가 않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주저앉은 순간,


나는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이었다.


남편은 그저 묵묵히,

내 옆에서 나를 바라보며

나와 함께 뛰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쳐 주저앉아버렸을 때,

나를 어떻게 일으켜 세워줘야 하는지 알지 못해

그저 조용히, 내가 일어설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던 거였다.



남편은 내 옆에 있었다.


내가 힘들다 말하지 않아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것뿐.


내가 일으켜달라고 말하지 않아,

자신이 나서야 하는 상황인지 알지 못해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캄캄한 터널은 내 시야를 가리고

내 남편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했다.



남편은 내 옆에 있었다.


내가 언제든지 말하면

금방 손을 뻗어

나를 잡아줄 수 있을 정도로

내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우리는 같은 터널을,

함께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 힘들어.

나 외로워.

나를 안아줘.



남편은 나를 곧바로 안아주었다.

내 등을 다정하게 토닥여주었다.


남편은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리지도 않았다.


남편은 다정한 사람이었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내가 내 마음을 말하지 않고,

내 뜻을 말하지 않아 미처 몰랐을 뿐


언제든 나를 품어줄 수 있는

강하고 든든한 사람이었다.



나는 남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함께 걷자고 말했다.



우리 둘이 손을 맞잡자,

이 어두운 터널에

따스한 온기가 퍼져갔다.


이제는 이 터널이 외롭지 않다.

이 터널이 힘들지 않다.



드디어 저기,

터널의 끝이 희미하게 보인다.


새로운 행복의 빛이다.



하지만, 이 터널을 나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내가 찾은 새로운 행복은,

이미 내 손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손을 맞잡은,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


내가 이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비로소 찾아낸 내 행복, 내 사랑이었다.




홀로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가?


빛이 없는 시절을 보내느라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옆을 둘러보라.

마음을 열고 손을 뻗어보라.


누군가 당신의 옆에서

당신이 손을 뻗어주기를,

당신이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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