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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Sep 02. 2021

가을은 왜 고독을 가져 오는가? :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만 느껴지는 쓸쓸함, 외로움 l 가을향기-추수의 계절

계절마다 가지는 색깔, 그 계절에 느낄 수 있는 느낌

봄이 다가오면 새로운 시작이 느껴진다. 벚꽃향기 진해져 살랑거리는 꽃잎의 치맛소리에,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제격일 정도로 봄은 우리들의 기분에 설렘을 넣어준다. 여름이 다가오면 파릇파릇한 초록의 새싹이 느껴진다. 햇빛 쨍쨍한 그 아지랑이에서 피어오르는 초록초록하고 영롱한 새싹의 빛. 여름이 다가오면, 우울해진 기분이 이내 햇빛을 따라 쨍하게 펴지는 느낌이다. 가을이 다가오면, 유난히 쓸쓸함이 느껴진다. 나무도 어느새 계절을 바꿔입어 낙엽이라는 비를 내리기 시작한다. 겨울이 다가오면, 매서운 추위가 생각나는 마라맛의 느낌이 느껴진다. 어느 식물들도 자라나지 못하고 동물들도 잠을 청하는 휴식의 계절 겨울. 그런 혹독한 겨울이 안쓰러운지 때로는 눈의 포근함을 잠깐이라도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렇게 계절은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 그 계절마다 느낄 수 있는 느낌 역시 색다르게 느껴지게 한다. 9월이 되었고 가을이 왔다. 여름을 살아낸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하나, 둘 그치기 시작했고 추워진 간절기에 낙엽들은 하나 둘, 자신들의 색을 바꾸고 있다. 내려간 기운에 따라, 공기의 향기도 달라졌는지 가을의 향기는 쓸쓸함을 남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가을을 타게 만든다.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고라도 하는 건지, 멜랑코리의 향기를 자아내어 감정의 곡선을 잡아당긴다. 그런 가을은 마음의 양식을 쌓는 독서의 계절이다. 영혼의 온도에도 온기를 더해줘야할 계절인가보다. 그래서 몇권의 책을 구입하였다. 평소에 관심있었던 심리학 책, 에세이 책 한권씩 사보니 든든한 기분이 든다.


가을은 왜 고독을 가져오는가?

가을은 청명함을 지니고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도 불리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썩 좋은 절기(節氣)임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고독과 외로움의 정서를 안기기도 하지만, 절기상으로는 추수의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내내 잘 익어간 열매들과 곡식들을 하나 둘, 거두어 드리는 계절이다. 그 모든 추수의 과정이 끝나고 난 뒤의 쓸쓸함, 고독, 빈자리. 그것이 우리에게 고독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까? 가을의 청명함은 역설적으로 고독감을 들게 만든다.


가을 하늘 만큼 높고 푸른 하늘의 계절은 없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여름의 하늘 과는 달리 그 세로 길이가 길어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하늘의 색은 푸르다. 푸른 가을의 하늘을 보면, 여름에 더위에 찌들어간 나의 때가 사라져 없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름이 함께 했던 그 공간을 가을이 대신해주고, 여름의 온기가 내 품에서 떠나가는 듯하여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가을을 이렇게 높은 하늘로 나에게 시원함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외로움을 선사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외로움을 주고, 그 외로움에 익숙한 나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제일 좋아지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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