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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은븐니씨 Apr 30. 2022

아빠, 메롱.

<다블리의 일상다반사> l [생일달 특집편 5.0]

2020년도 겨울도, 2021년도 겨울도 븐니가 조금 생소한 프로젝트에 투입 되는 시즌에는 날씨마저도 운이 안따라주었던 기억이 있다. 폭설인 날 야근하여, 2시에 끝난 븐니 곤듀는 새벽 4시에 집에 도착하게 되는 날도 생기면서 정말 Rush Hour가 아닌 시간에도 거북이 걸음 걷듯이, 집을 귀가해본 적도 있다. 이러한 날들에는 서러움이 폭발하여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또 혼자 큰 눈망울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며 다음 생에는 반드시 '건물주'로 태어나리라고 다짐을 하며 귀가를 하곤 한다.


 교통이 굉장히 불편한 적도 있었고, 정말 귀와 코가 떨어져나갈 것만 같았던 시점, 여러가지로 어렵고 난감하기만 한 상황을 마주한 가운데, 가족들도 내 마음을 잘 몰라주는 것 같다. 엄마는, 이미 냉정하게 나를 어른으로 대한지 오래 되었고, 그나마 내편이라고 믿었던 아빠 마저도 나의 마음을 잘 몰라주는 것 같은 날. 아빠의 방에 쳐들어가서, 아빠가 평소 유심히 보는 서류에 복수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 "아.빠.메.롱-_-+"이라는 낙서를 보란듯이 적고, 낙서를 적고 나와서 회심의 썩소를 짓고 잠에든다. 평소 내 편인 아빠마저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날들에 응징을 하며 그렇게 잠이 든 것이다.

 다음 날, 그 서류를 챙겨 회사에서 아빠가 본 네 글자, "아,빠,메,롱....?"ㅋㅋㅋㅋㅋ 누가봐도 내 글씨에, 내 말투에, 내 음성지원이 되는 그 기록을 보고 아빠는 그만 웃음이 터져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송븐니!!! 너 일로와!!! 아,빠,메,롱?ㅋㅋㅋㅋㅋ"라며, 나를 찾기 시작한다. 뒤지게 혼날 것 같은 분위기를 간파한 븐니 곤듀는, 방구석에 쳐박혀 아빠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빠는 회사에 나가서 한 동안 한참을, 그 낙서를 보고 웃음을 못 참았다는 말을 들려주며 나오지 않는 블리는 봐주기도 한다는 아빠의 모습이다.

 조금, 어린 시절에는 아빠를 원망한 기억이 조금 있다. 내가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아서 정말 어린 마음에 아빠를 미워하고 불평불만을 일삼았다. 그런데, 사실 돌이켜보면 아빠는 아빠의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서 항상 이렇게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되는 나의 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나서는, 아빠의 마음과 사랑을 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다른 사람은, 다 나에게 싫은 말을 하고 나를 감싸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아빠는 끝까지 내 곁에 남아서 단 한번도 싫은 소리 한 적이 없는 나의 편이라는 것을 언젠가 깨달은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되는 철 든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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