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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Aug 15. 2021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줄 때: '공감'

경청의 힘 |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윈윈


난 그것보다 더했어! 의 위험성

대외활동을 활발하게 했었을 때 이야기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줄곧 지치지 않고 도전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고민 상담을 많이 들어주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동기부여를 같이 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며 소통을 하는 것이 익숙하기도 한 시절이 있었다. 반면 나는 친구들 만큼은 고민이 없는 유형의 사람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내가 나의 고민을 들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만큼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아왔기도 했고, 고민 자체를 귀찮아하는 편이다.


 더불어 원래도 주관이 강하고, 의존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홀로 많은 것들을 소신 있게 결정하고 선택해왔다. 그런데 살다 보니 타인의 의견과 말들을 잘 받아들이고 참고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조율하는 과정 없이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어떤 날은 한 가족에게 나의 생각과 상황에 대한 이야기, 오랫동안 말하지 않은 고민을 말해놓았는데, 이 분은 말하기의 재능은 있지만 경청의 자세는 조금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다짜고짜, "난 그것보다 더한 일도 많았어."라는 답변에 맥이 빠지곤 했다.


고민을 말했을 때는, 보통 상황에 대한 의견이나 위로 혹은 그냥 적당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도 하는데, '난 그것보다 더한 일도 많았으니 너의 일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다.'라는 식의 답변인 것 같아서 더 감정이 울컥했다. 그래도 고민 들어주는 가족은 그런 의도로 하지는 않았겠지만, 힘든 상황에는 그런 의도를 파악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 나도 고민상담과 위로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닌데, 저 멘트(난 그것보다 더한 고민이 많고, 너보다 더 힘들게 겪어봤어.)는 정말 삼가기로 마음먹었다. "너, 정말 힘들었겠다."라고 차라리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고민을 공감해주는 편이 더 도움이 될 듯하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 더 치유받아요.

그리고, 이 외에도 친구들은 연애 이야기, 진로이야기를 함께 논의하기를 원했다. 면접 이야기, 앞으로의 스터디 이야기 같은 것들도. 그런데 생각해보니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노라면 내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의 고민이나 의제를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들어주는 사람은 그들의 삶의 문제에 조금이나마 발 들여,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축복의 시간을 보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을 말해주고 나를 찾아오는 친구들이 당시에는 귀찮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아직, 고민을 들어줄지언정 말하는 것은 서툴다. 긴 줄글들은 몇 개씩도 써낼 수 있지만, 원래 그렇게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 혼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내는 편이 더 편하다고 여기는 스타일이다. 더불어 괜한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싫어하는 편이라서 그런 개인적인 생각이나 상황을 잘 말하지 않고 살았다. 앞으로도 나의 Id속에 자리 잡고 있는 큰 문제들은 혼자 해결하고 싶다. 그래서 엄마는 어떤 문제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나를 보며 항상, "너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잘 결정하고 다 큰 성인이니 알아서 해."라고 말하며 나의 속마음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이 성격이 바뀌려면 아마 죽었다 다시 태어나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가족들이 궁금해한다면 조금 힌트를 줄 의향은 있다. 오늘은 내가 원래 더 공부하고 싶었던 관심 있는 분야 심리학, 상담 커뮤니케이션, 멘토링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몇 자 적어보았다. 어차피 고민해서 안 될 일이라면 그냥, 물 흐르듯이 지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 같다. 생각이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많아지므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 한다. 언젠가의 발성연습에 지겹게 외웠던 이 글귀가 떠오른다. 고민은 가볍게 날려버리고, 현실에 더욱 충실한 우리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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