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리아의 삶의 모습 l 미란다 편집장의 직원으로 산다는 것
■키워드-악마, 데빌
화려한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하며, '잡지사'의 빠르고 난이도 있는 작업환경을 다룬 영화가 있다. 바로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트립의 출연이 돋보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그 영화이다. 언론사에서만 일해본 모범생 (?) 앤드리아 (앤 해서웨이)가 과연 잡지사라는 패션의 센스와 영감을 따라가야 하는 직장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앤드리아는 당차게 면접에 들어가는데, 미란다 (메릴 스트립) 편집장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말하는 자신감과 당당함에 그 출발점은 먼저 합격점을 주고 싶다.
일 잘한다고 소문난 직장 상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의 일을 돕고 서포트를 하게 된다면 어떤 고난과 역경, 즐거움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 아마 모두가 자신의 신입시절의 직장생활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 낯선 근무환경, 점차적으로 알아가야 할 직장의 선배들과 관습. 앤드리아는 미란다가 시키는 고난도의 미션들을 프로답게 처리해낸다. 처음에는 옷도 세련되게 입지 못하고, 선배의 조언을 참고 삼아 일을 해 나가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촌철살인 같은 조언을 해주는 좋은 동료를 만나고 센스를 키워 나가면서 점차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멋진 잡지사의 직원으로 변신해간다. 그런 것들을 하나 둘 따라가는 앤드리아를 보며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미란다 편집장의 모습은 어떠한가? '잡지사'업계에서 악명 높은 미란다 편집장의 다양한 지시들 -이를 테면 회의 직전에 편집장 기호에 맞춘 커피 미션, 편집장의 자녀들에게 출간 전 미리 보여줘야 할 유명 인기 책 구하기 미션, 무언가를 시간 내에 맞춰 일정에 차질이 없게 해야 하는 미란다의 요구 등-을 보면 일 잘하는 '악당 편집장'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래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제목에서 주는 암시처럼, 영화 속에서 '악마'는 일을 막무가내로 시키는 '미란다 편집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어쩌면 그 악마는 '미란다 편집장'이 아닌 '앤드리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지사'일을 하면서 연인과 친구들에게는 명품 선물을 줄지언정, 예전처럼 자신의 시간을 내어 대화는 하지 않는 앤드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우리는 흔히 성공을 하고 환경이 변하면 자신의 본래의 순수한 시절을 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시콜콜한 나의 원래의 모습은 뒤로 한 채, 성공한 나의 모습에 몰두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물론, 앤드리아가 이렇게 변했다고 해서 앤드리아=악마라는 등식을 성립시키자는 건 아니지만, 예전 같지는 않은 그녀의 행동에 조금 섭섭함이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끝내, 앤드리아는 패션계의 큰 행사를 끝내면서 모두가 선망하는 그 '잡지사'의 일에 안녕을 고한다.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패션계의 일, 잡지사의 직업을 놓는 그 순간의 앤드리아의 심정 역시 편치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앤드리아에게는 다시 돌아갈 자신의 모습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연인이 있고, 친구들이 있다. 그런 순수함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미란다 편집장 역시 알기에, 다른 직장에서 이직을 하려고 추천사를 물어봐주었을 때 '놓치면 아까울 인재'라고 평을 해주었을 것이다.
오늘 날도, 우리들은 화려해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환경의 직장을 선호한다. 그것이 남들의 선망을 받는 자리라면 더욱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 모두에게 인기 있는 직업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그렇기에 앤드리아의 도전과 성취가 사실은 엄청난 고난처럼 보여도 축복이자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처럼 그 원하는 직업의 성취와 결실 뒤에도 우리는 우리의 본연의 모습을 잃지 말고 순수함을 지키는 멋진 사람이 되어보자고 제안하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