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 효과,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향기.
■키워드-마들렌 효과
황홀한 여인의 향기를 품고 싶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소 충격적으로 그린 영화가 있다. 톰 티크베어 감독의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이하, 영화 '향수')가 그것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집단 광기 상태에 이르는 혼돈의 장면이 나오는 이유에서 거부감이 먼저 느껴졌다. 그렇게 한번 보아도 오랜 잔상을 남기는 이 영화를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문득 한 소년의 서툰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애잔한 마음이 느껴졌다.
<향수>라는 영화는 19세기 프랑스에서 태어난 '장 바티스트 그루 누이'의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는 지금의 조향사라는 직업에 적합할 정도로 후각에 있어서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그는 파리에서 운명적으로 한 여인을 보게 되고, 그 여인의 매혹적임과 신비로움에 그 향기를 갈망하게 된다. 그는 향수 제조사 '주세페 발디니'의 제자로 들어가 결국, 최고의 향수를 탄생시키게 된다. 하지만 처음 그에게 신비로운 느낌의 향을 주었던 그녀의 향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그는, 그리스로 향한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이어지고 영화는, 최고의 향수를 향유한 광장에서 사람들의 집단 광기 상태를 보여준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문득 푸르스트 이펙트(마들렌 현상)가 생각났다. 특정 향기로 어떤 시간, 시점, 추억을 기억하는 현상을 말하는 푸르스트 이펙트. 영화 속 '장 바티스트 그루 누이'는 사생아로 태어나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나온다. 그런 그가 첫 설렘과 아름다움을 느꼈을 때의 잔향을 평생토록 갖고 싶어 하는 그 순수하면서도 다소 위험한 갈망을 생각해보라. 태어나 어떤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었을법한 그가 갖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었으리라.
그렇게 '장 바티스트 그루 누이'는 자신이 원하는 향을 만들 수 있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향을 만들지언정, 본인 고유의 채취가 있는 향을 만들 수는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름다운 연인들의 향을 실험하고, 조재하고, 만들어가면서 정작 본인은 본인 고유의 향을 만들며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말이다. 그 시대가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은 자신의 갈망을 위해 무언가를 만든다. 불행한 조건으로 태어난 그의 삶 속에서 우리가 지켜봐 줘야 할 것은 사랑에 대한 서툰 갈망과 그 갈망을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직접적으로 채워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으로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이해하기에 조금, 낯설기도 한 영화 <향수>를 보며 아름다움과 향기라는 것에 조금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