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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븐니 Oct 13. 2021

<싱크홀>과 뚜껑

송블리의 키워드로 영화 읽기 l 인생을 살다 보면 만나게 되는 구멍

■키워드- 뚜껑 (스포 있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구멍 l 대형 싱크홀을 포함한 각종 대형재난


자동차 도로 위를 지나가는데,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고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싱크홀이란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고, 그 현상도 종잡을 수 없이 갑자기 발생하여 생기는 땅 꺼짐 현상이므로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모른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대처할 시간도 없이 그 큰 싱크홀이라는 구멍에 블랙홀처럼 빠져든다고 상상해보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지고 숨이 막힌다. 큰 싱크홀에 빠지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자연현상, 대형재난 앞에서는 어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한없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그런 큰 싱크홀이라는 구멍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영화가 있다. 올여름 (2021년 8월)에 개봉한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이 그 영화이다.


영화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배우 차승원(만수 역)이 등장한다. 그리고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여준 김성균 (동원 역) 배우도 등장한다. 우리에게 아주 큰 웃음과 행복을 주는 런닝맨의 다크호스 이광수 (김대리 역)도 출연하여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더했다. 차승원의 아들 분의 역할로 나오는 남다름 (승태 역)의 활약도 좋았고, 김성균의 아내 분의 역할로 나오는 권소현 (영이 역)의 연기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김성균 (동원 역)의 회사 동료이자 이광수 (김대리 역)의 호감의 상대로 나오는 김혜준 (은주 역) 배우 분의 연기가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이 재난영화에는 감동, 슬픔, 스릴, 유머, 휴먼 등의 적절한 요소를 배합하여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사라지는 연대의식, 가족사랑에 대한 파편화가 현대사회의 싱크홀 아닌가?


집값이 날로 치솟고, 집값이 금값이 되어버린 시대에 내 집 마련을 한 사람이 있다. 동원 과장님 (김성균)의 이야기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이삿짐을 옮기면서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한 중년의 삶과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엿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이사를 온 날, 이웃집 남자 만수 (차승원)가 등장하는데 '주차문제'로 인하여 어쩐지 첫 만남부터 영~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런, 이웃집 남자 만수와 무슨 인연인지 동원 과장님이 방문하는 헬스장, 사진관, 대리기사까지 프로 N 잡러 이웃집 남자 만수가 등장하여 동원 과장님은 이 알게 모르게 끌리는 만수와의 인연을 내심 반가워하는 듯하다. 그렇게 내 집 마련의 목표가 실현된 동원 과장님. 하지만 어쩐지 아들이 굴리는 구슬이 집에서 굴러가는 모습을 보고서는 이 현상이 심상치 않은 현상임을 직감한다.


부실공사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울어진 시공의 전조증상이 되는 창문의 뻣뻣함, 구슬과 공이 흘러가는 수평구조의 기울기, 수돗물이 나왔다가 안 나왔다가 하는 물의 흐름 등등 속에서 동원 과장 (김성균)과 만수(차승원)는 이 현상에 대하여 조금 남다른 접근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현상에 대한 의심을 시작하는데 어느 날, 이들의 집에 유리창이 깨져버리는 싱크홀의 전조증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누가 재난이 나에게 닥칠 것을 예상하고 직감하는가? 그냥 과도한 의심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원 과장 (김성균)은 회사의 동료들의 초대하여 성대한 집들이를 시작한다. 마주한 아파트들을 보면서 '에베레스트'라고 지칭하는 동원과장의 대사에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솓았고, 또 몇 억의 돈으로는 살 수도 없는 다른 지역의 레알 아파트를 보면서 한탄하는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영화 <싱크홀>을 통해서 느낀 것들 l 재난상황을 통해서 느끼는 일상의 싱크홀


그렇게 행복했던 집들이가 끝나고, 이제 막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무렵. 대형 싱크홀 현상이 발생한다. 동원과장이 마련한 집이 한순간에 싱크홀로 빨려 들어가며, 블랙홀 같은 구멍의 지하로 내려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건축물의 붕괴, 터널의 붕괴로 한 주인공이 터널에 갇히게 된다는 영화가 있다. 하정우, 배두나 주연의 영화 <터널>이다. 이 영화 <터널>이 재난 속에서 버텨내는 하정우의 심리적 연기와 감정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영화 <싱크홀>은 이웃들의 연대의식과 협업 정신을 바탕으로 재난의 상황을 버텨낸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그들의 연대의식과 협업 정신을 보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므로, 다음과 같은 상황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러한 점에서 <싱크홀>은 동료의식에 대한 의식을 지하에서부터 지상으로 이끌어 올리는 영화이다. 싱크홀에 빠져든 만수(차승원)는 치킨을 구우며 이웃들을 위로하고, 동원 과장(김성균)은 택시에 갇혀 있는 김대리(이광수)를 구출하기 위해 몸소 희생을 한다. 그의 회사 동료 은주(김혜준)는 김대리가 아주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여장군 같은 기지와 체력을 발휘하여 김대리를 구출한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보면서 회사에서 점점 연대의식이 약화되어가고 개인주의가 만연해가는 현대사회 속의 싱크홀은, 바로 우리들의 동료의식이 아닌 건지에 대한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서로를 돕고 '생존'과 '연대'를 지키려고 하는 일련의 노력들을 보면서 지하로 추락해버린 우리들의 동료의식과 연대의식이 다시 생길 수 있게 하는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다.


더불어, 가족 간의 사랑도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임과 휴먼이 녹아있는 영화이다. 119가 보낸 드론을 통하여 이 싱크홀에 빠진 몇몇의 구성원들은 밖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동원 과장(김성균)은 아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아들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찾기 위하여 싱크홀을 구석구석 찾으며 어느새 더 깊은 지하로 들어가게 된다. 안 그래도 어두운 그 구멍 안에서 자신의 아들을 찾아가기 위하여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는 어떤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여운이 느껴진다. 그렇게 찾아간 더 깊은 싱크홀의 단층에서 발견한 아들과, 그리고 이미 싱크홀 안에서 생을 마감한 어떤 이웃 자녀. 그리고 그렇게 생을 마감한 자녀의 모습을 함께 지키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네의 가족들이 생각나면서 잃어버렸던 가족사랑이 생각나기도 하는 여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만수(차승원)의 아들인 승태(남다름)와의 관계 속에서 가족사랑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만수(차승원)는 말한다. 지금의 이렇게 싱크홀에 갇힌 시간이 정말 답답하고 괴롭지만 벽에 구멍이 뚫리니 잠자는 아들의 승태(남다름)의 모습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는 한 아버지의 사랑과 마음에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가 있다. 한편, 만수(차승원)가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진흙탕 속에 빠져버려 허우적 대고 있을 때 아들 승태(남다름)의 선택은 관객들로 하여금 찬사를 불러일으킨다. 아들 승태(남다름)는 몸소 몸을 던지며 진흙탕 속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고자 한다. 아버지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주는 승태의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생존자와 뚜껑 l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의 원리와 영화 속 해피엔딩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싱크홀에 남은 사람들은 동원과장 (김성균), 과장의 아들, 만수 (차승원), 승태(남다름), 김대리(이광수), 은주(김혜준), 할머니와 한 자녀까지 모두 8명이었다. (영화에서 최종 생존자의 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찾아낸 싱크홀 속의 구성원들, 이제는 구출과 구조의 손을 기다리면서 생존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싱크홀 속에서의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었고 이 지하수의 물 때문인지 자꾸만 차오르는 물들로 인하여 피할 수 있는 구조물이 필요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물을 퍼낼 수 있는 각종 용기를 찾기도 하고, 물을 피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렇게 무언가에 끈기를 갖고 살아남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감동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끝까지 살아내려고 하는 생존력과 생명의 힘을 보는 듯한 모습을 보는 듯 하니 말이다.


이때,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외칠만한 상황이 등장하니, 영화에서 물을 피하기 좋은 한 대형 물탱크가 등장하는 것이었다. 스케일이 남다른, 스케일이 큰 물탱크를 구한 사람에게 큰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에서 점점 차오르는 물을 피하기 위하여 살아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 그 대형 물탱크에 몸을 옮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물탱크에 탑승하지 않는 불사조 같은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그것은  익살스러운 프로 N 잡러 만수(차승원)이었다. 그는 구성원들의 대형 물탱크의 뚜껑을 닫아주기 위하여 대형 물탱크 속에 타지 않고 물이 차오르는 바깥에서 뚜껑을 닫아주며 아버지로서의 면모, 이웃으로서의 면모, 한 구성원의 희생정신이 담긴 면모를 드러내며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물샘을 자극시킨다. 아마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명장면은 물탱크에 뚜껑을 잠그면서 다른 사람들의 구출과 생존을 바라는 만수(차승원)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물탱크의 뚜껑이 잠기자, 부력이 발생한 탓인지 생존자들의 대형 물탱크는 빠르게 지상으로 상승한다. 중간에 전깃줄 같은 큰 장애물도 만나고, 물탱크를 뚫어버리는 큰 쇳덩이도 만나지만 구성원들의 지혜와 센스, 재치와 빠른 순발력으로 이러한 장애물들을 뚫고 나가면서 이 대형 물탱크는 무사히 싱크홀의 최정상인 싱크홀이라는 구멍의 우두머리(정상)에 설 수 있게 되었다. 뚜껑을 닫아준 만수 (차승원)의 행방이 궁금하다면 영화를 관람하여 감동적이고 멋집 모습을 선사한 그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기를 추천한다. 이 시대의 싱크홀, 집값 사라지는 연대의식, 가족사랑에 대한 파편화된 우리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보기에 좋은 영화 <싱크홀>을 넌지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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