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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Jun 18. 2023

<곶의마요이가>와 진정한 치유

<송블리의 키워드로 영화읽기> l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

■키워드-진정한 치유


어느 날, 곶의 마요이가에서 3인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어느 대피소 강당에서 세 인연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 인물은 유이와 히요리, 그리고 키와 할머니. 설날에 부모님을 여읜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어버린 소녀 히요리 (8세)와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소녀 유이 (17세)는 야마나 키와 할머니를 만나 '여우곶'인 마요이가에 도착한다. 넓게 펼쳐진 풀 숲의 잔디를 정리하기도 하고, 우물가에서 물을 푸기도 하며, 넓은 마당의 바닥 청소를 하기 시작하는 둘, 이러한 둘에게 "옥잠화 된장국"과 "스테이크"를 만들어주며 극진한 식사를 대접하는 야마나 키와 할머니, 새로운 가족들의 신기하고 따스한 공동생활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펼쳐질까 기대를 모으게 된다.


<헨델과 그레텔>처럼 과자로 유인하여 나쁜 짓을 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는 소녀 유이와 히요리. 그 둘은 할머니의 따스함이 감사하지만, " 왜 이렇게까지 잘해주시는지 "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둘의 물음에 할머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하는데, '아낙네'이야기를 시작하며 길 잃고 헤마다 찾아온 방문자에게 부를 가져다준다는 움직이는 집, 마요이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런 마요이가에서 잠시 머물게 된 유이와 히요리. 유이는 할머니가 잘해줄 때마다 과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아버지를 떠올리며, 조금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 그러한 아픔 속에서 도망치고 싶은 건지, 히요리를 데리고 집 안에서 도망치는 유이. 힘들어 보이는 유이에게 할머니는, "마요이 가는 유이와 히요리에게 절대 상처 입히지 않아"라는 말을 해주며 그 둘을 위로하는 듯했다.


오해와 의심을 점차 풀고, 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는 셋. 필요한 것을 사주시는 할머니의 자상함에 유이도 점차 마음을 푸는 듯싶다. 초등학교 2학년인 히요리는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점차 생활에 적응을 하고, 유이는 그런 히요리를 친동생 챙기듯이 살뜰히 도 챙겨준다. 한편, 유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알바를 구해 센다 식품에서 일을 하게 된다. 마침 나간 길에 장도 보고 동생 히요리에게 핫 케이크를 해주려고 하는 유이,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히요리가 조금 기운이 없어 보인다. 여우춤을 추다가 어머니, 아버지의 장례식이 떠올라 히요리가 기운이 없어진 것.


여우춤을 배우면서 조금은 놀란 감정을 느낀, 히요리에게 또 다른 이 지역의 전설을 들려주시며, 여우춤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며 그녀를 위로하기도 하는 듯 보인다. 그 이야기는 바로 바다뱀 이야기다. 이 근처에 몸길이가 8M가 되는 바다뱀이 나타난 적이 있다는 서사로 시작되는 전설. 바다뱀의 눈을 보면 무서운 환영을 보게 된 마을 사람들,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찰나, 사람들이 전전긍긍하던 찰나, 여우들이 나타나 "마키리"라는 작은 칼을 내어 도움을 준다. 이 칼로 괴물을 퇴치하라며. 더불어 음악과 화살에는 괴물을 약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이웃 사람들은 연주를 했고, 괴물을 퇴치할 수 있었고 그 이후로 이 동네에서 아이들은 여우춤을 추며 축제에 전통을 이어가고 있기도 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 놀러 온 고양이 친구도 보자 놀란 마음이 가라앉은 히요리는, 다시 친구에게 여우춤을 배울 다짐을 하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곶의 마요이가 포스터- 사이트 <다음>

곶의 마요이가는, 유이와 히요리를 치유하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한바탕 이야기 꽃을 펼치고, ひより의 친구가 히요리집에 놀러 오자, 할머니 유이는 히요리와 친구에게 맛있는 간식을 주면서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고, 서로의 평안하고 안온한 시절의 풍경이 지나갈 무렵. 할머니의 신기한 친구들이 집안을 찾아오는데, 갓파 친구들, 그리고 각종 신기한 나라의 존재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보며 유이와 히요리는 신기한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친구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예전에 활동했던 그 사람들의 비명을 먹고 자라는 '괴물'의 등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공포/슬픔/울고 싶은 감정을 먹고 자란 그 괴물은 바닷가운데서 거대하게 자라나 이 마을을 또다시 위협하고 있었기에, 할머니는 그와 대적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각종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와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몇몇 있는데, 첫째는 유이가 아버지와의 안 좋은 기억에 사로 잡혀, 다시 괴로움의 이끌림에 따라가려고 했을 때 히요리가 '언니'라며 부르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비명과 괴로움에 사로잡힌 유이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히요리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는 두 가지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첫 번 째는, 유이가 가족과의 관계에서 참 많이 괴로운 기억을 간직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가 느껴져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유이 언니가 괴로움의 이끌림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이제 정말 가족같이 살게 된 원래 목소리가 안 나오던 히요리가 간절하게 말하며 육성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어 감동적인 느낌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가 나를 불러주었을 때, 내 존재를 잊지 않고 끊임없이 기억해 줄 때 그 존재가치를 느끼며 삶의 이유를 느끼는 존재일지도 모를 것인데, 부모님을 여의고 슬픔에 목소리가 잠긴 히요리가 언니의 이름을 불러주는 장면은 이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큰 여운을 남긴다.  "유이언니, 가지마 가족이라고 했잖아, 유이언니, 유이언니~ 가지마"라고 외치는 동생 히요리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와 있으면 자신의 삶이 망가질 것 같다고 고백했던 언니의 슬픔을 함께 공감하고 나눠 줄 정말 친동생 같은 히요리의 마음이 느껴져서 이 장면을 마주하는데 왠지 마음이 뭉클하고 먹먹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느 시인의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의 의미를 이 장면에서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둘째는 괴물을 퇴치한 셋의 모습이 그려진 장면이다. 할머니와 유이, 히요리가 한 팀이 되어 마지막에 거대한 바다 괴물을 물리쳐, 동네 사람들의 비명을 먹고 자라난 그 괴물을 퇴치했을 때, 진정한 치유는 이렇게 가족들 간의 협력과 팀워크 속에서 가능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감동도 느낄 수가 있다. 이 괴물, (아가메라고 불리는 괴물)은, 봉인이 해제되어 마을에 다시 나타난 것인데 동네 사람들의 비명 (공포/슬픔/울고 싶은 감정)등을 먹고 자라나 다시 한번 바닷속과 동네를 집어삼키려고 했을 때, 할머니와 용감한 손녀들 유이, 히요리는 이를 힘을 합쳐 물리친 것이다. 신비한 존재들 (갓파 군, 해태상, 지장보살님, 각종 지역에서 몰려온 신비한 친구들)의 든든한 응원과 단합 역시, 괴물을 상대하는데 큰 응원이 되기도 하면서. 괴물을 마주했을 때 할머니는 여우가 전해준 칼을 들고 직접 대항하기 시작하고, 히요리는 피리를 불고, 유이는 활로써 바다뱀의 눈을 저격했을 때 신비한 존재들과 함께 이 괴물을 퇴치할 수 있었다.


끝으로 '마요이가'라는 곳은 집에 찾아온 나그네에게 푸짐한 대접을 하는 집이라는 것을 영화 속에서 다시 상기시켜 보았을 때, 어머니가 나가고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유이에게 그리고, 어떠한 사고로 가족을 잃게 되어 큰 아픔이 생긴 히요리라는 친구에게 크나큰 대접을 하여 치유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히요리와 유이의 알콩달콩한 '가족애'를 느낄 수가 있기에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이 보고 싶은 날 달달하게 볼 수 있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물론, 빨간 눈의 괴물이 무섭기도 하지만 말이다. 1시간 30분 이후 무서워진다.) 여우곶의 한 집안에서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면서 일련의 사건을 맞이한 어떤 이들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에 영화 <곶의 마요이가>를 잔잔하게 시청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송블리의 키워드로 영화읽기>, 곶의 마요이가와 진정한 치유 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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