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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Dec 14. 2021

뭉치야, 안녕.

<송블맇의 야자타임> 1화 | 꿈에 나온 뭉뭉이

Dear. Moongchi


뭉치야, 난 너가 꿈이 나올때마다 따듯한 너의 털이 그리워. 북극곰을 닮은 따듯한 털을 간직한 채 내 꿈에 나오면 그 꿈 속에서도 너의 체온이 느껴지곤해. 뭉치를 만난 건 어느 겨울 날, 예전 살던 아파트 근처였는데- 그 작고 작은 아기 스피치 뭉치가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은 할아버지가 되었다니 가끔 너가 아플 때마다 슬프기도 해.


너가 나이가 들어서 이제 수술을 하면, 못 깨어날 수도 있다는 가족의 전화를 듣고, 회사에서 남몰래 울기도 했어. 그런 말썽꾸러기 뭉치가 가진 단점은 딱 두가지. 목소리가 너무 크고, 고기 앞에서는 참을성이 없다는 거야. 너가 짖지만 않아도 정말 듬직한 강아쥐 1위 일거야. 또, 내가 삼겹살 먹을 때나 피자 먹을 때 식탁에 올라와서 나 몰래 내 고기 훔쳐먹어서 화도 나는데, 먹고 싶은 마음 아니까 참는거야.


그래도 너에게 가끔 놀라는 날이 있는데, 그건 너의 개 코로 내 가방에서 군것질을 찾아 낼 때야. 가끔 손에 간식 거리를 먹으려고 이빨을 드러내곤 했는데 그때 뭉치의 모습이 조금 기억에 남아. 절대 무서워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조금 너의 예고치 못한 입 모양에 살짝 쫄았어. 앞으로는 그렇게 안했으면 좋겠는데 먹을 거 앞에선 내가 더 조심할게. :)


솜털이는 산책 시킬 수 있는데, 뭉치 너는 너무 몸집이 크고 목소리도 커서 솜털이 만큼은 잘 산책 못 시켜준 것 같아서 미안해. 그래도 난 너 신경 많이 썼다. 너 장 안좋아진다고 해서 간식 예전 보다 많이 못먹는 상황에서 내 밥 반찬들을 너의 간식으로 몰래 챙겨주느라 고생한 거 기억해줘. 뭉치, 손! 하면 손 내밀고 말 잘듣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주는거야. 이상하게 난, 솜털이도 좋지만 유난히 너가 귀엽더라고.


뭉치야, 이제 어쩌면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은 더욱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너의 귀여운 피자 훔쳐먹는 모습과 물 속에서 수영한 모습, 산책 줄을 보면 꼬리 흔들고 난리치는 모습 모두모두 그리울 거야. 뭉치를 위해 얼마든지 너의 배변판을 깨끗하게 해줄 수 있어. 꿈 속에서도 따스한 체온을 빌려줘서 고마워. 뭉치야, 사랑해 (하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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