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인생 1

첫 번째 점, 탄생의 배경

by 은빛


1993년

감수성이 풍부하고 명랑한 한 여자와 책임감이 강하고 조용한 시골 남자에게 천사 같은 예쁜 딸이 탄생합니다.


예쁘고 슬기롭게 자라라

는 의미를 담은 한글이름을 가진

그 아기의 이름은 '은빛'




안녕하세요, 은빛입니다.

2025년 저의 만 나이 32살.


과거 어느 날, 스티브잡스의 'Connecting the dots'에서 영감을 받아 저의 인생을 돌아본 적이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모든 순간들이 연결되어 있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그저 그 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성격이 만들어지고, 성격은 저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왜 디자이너가 되었고, 왜 사업을 하고 싶어 하고, 왜 동생들과 미취학 아동을 그렇게 끔찍이도 아끼는지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저의 인생 스토리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글로 적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몇 편의 글을 통해 '은빛'이라는 사람의 점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심리학의 관점을 더해 나누고자 합니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3인칭으로 풀어보려고 해요.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은빛이는 거의 태어나자마자 외조부모님에게 보내졌습니다. 아빠는 은빛이가 태어나면서 사업을 시작하셨고, 엄마는 가정의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 공무원 생활을 유지하셨기 때문이죠. 은빛이는 외가 쪽에서 첫 번째로 태어난 아이였어요. 그래서 조부모님을 포함해서 아직 결혼 전인 삼촌 2명과 엄마의 언니인 이모까지 은빛이에게 엄청난 사랑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요. 은빛이는 아기 때부터 '엄마, 아빠가 나를 버렸나 봐'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은빛이에게 부모님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있었어요.




*애착 형성의 어려움 : 아이의 주 양육자는 생부모가 아닌 외조부모님입니다. 초기 애착은 주양육자와의 일관되고 정서적인 상호작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아이는 외조부모님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생부모님과의 거리감과 부재로 인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기비판적 사고 : 아이의 어린 시절 해석은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없어'라는 핵심 신념으로 자기 잡기 쉽습니다. 이는 완벽주의, 과도한 자기 관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중 애착 대상 : 삼촌 2명과 이모까지 포함해 여러 친척이 아이에게 애정을 쏟았다는 것은 다중 지지망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한 명의 애착 대상이 부재하거나 기능하지 못할 때, 다른 건강한 관계가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고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외조부모님 댁은 아이에게 물리적, 정서적으로 안전한 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비록 생부모와의 애착은 불안정할지라도, 일차적인 애착 욕구와 소속감을 충족시켜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강한 적응력 : 부모와 떨어져 외가에서 성장하며 다양한 어른들과 관계를 맺은 아이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했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서도 빠르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낯선 환경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고, 협업이나 리더십 역할에서 중재자로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 탄력성을 갖게 됩니다.


*관찰력과 통찰력 : 여러 세대와 함께 자라며 관계를 관찰한 아이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어릴 때부터 경험하고 사회적 역할과 감정의 미묘한 흐름을 이해하는 감각을 기르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종종 심리, 예술, 글쓰기, 디자인, 상담 등 감정과 맥락을 해석하는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 뒤에 있는 이유를 잘 알아차릴 수 있어 공감과 직관의 기반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넓은 시야 : 다양한 가치관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기에 세상을 '한 가지 시각으로만'보지 않습니다. 이건 심리학적으로 인지적 유연성으로 이어집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도 상황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타인의 가치관을 존중하면서도, 자기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기 인식의 시작 : '엄마, 아빠가 나를 버렸나 봐'라는 생각은 슬프지만, 이는 아이가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언어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정서 지능의 핵심입니다.




은빛이의 두 부모님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1층, 할머니 할아버지는 9층. 하지만 은빛이는 주로 9층에서 살았어요. 부모님이 바쁘셨고, 은빛이에게 더 편한 사람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였기 때문이죠. 은빛이는 엄마에게 혼나서 울 때면 할머니를 찾았어요. 이미 자녀를 넷이나 키우신 할머니에게 은빛이는 그저 한없이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에 할머니가 은빛이를 혼내는 일은 없었거든요. 또, 감정표현이 적은 아빠보다, 동네가 떠내려갈 듯이 "우리 이쁜 은비시~~~" 하시는 할아버지를 은빛이는 더 좋아했습니다.




*양육 방식의 차이 : 아이는 규율이나 위안을 얻는 방식에서 일관성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엄마에게 혼나서 울 때 할머니를 찾는 행동은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이나 훈육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애착 대상 사이를 오가는 전략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대처 방식이나 스트레스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정서적 거리 : 아버지의 정서적 거리감은 '감정을 억누르는 모델'을, 할아버지의 과한 애정 표현은 '무조건적 수용의 모델'을 각각 제공합니다. 이런 상반된 양육 경험은 정서 표현의 기준이 혼란스러워지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표현이 많은 사람 =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단순화된 감정 판단 기준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후 인간관계에서 감정적 강도에 끌리는 경향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서적 회복력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로부터 안정적인 사랑과 수용을 경험했습니다. 이건 심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 덕분에 아이는 전면적인 애착 손상 대신, 일부 안정된 내적 기반을 갖게 되고, 타인의 따뜻함을 알아보고 회복하려는 능력,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치유자형 성향'으로 발전하는 토대이기도 합니다.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 특히 할머니가 아이를 혼내지 않고 '한없이 소중한 존재'로 여긴 것은, 아이가 자신의 존재 가치와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 데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는 할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사랑받고 환영받는 존재임을 즉각적으로 느끼고, 이는 불안정한 부모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상쇄하는 정서적 보상 역할을 합니다.


아이는 버려졌다는 느낌이라는 내재된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이를 완충해 줄 수 있는 확고한 외가 쪽 지지 체계와 뛰어난 정서적 민감성이라는 긍정적인 심리적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엄마는 은빛이를 낳고 산후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어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고 힘든데, 아빠는 바쁘고 점점 사업으로 예민해지고, 엄마는 기댈 곳이 필요했어요. 엄마는 머리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 보는 은빛이에게 감정을 털어놓을 때가 있었어요. 은빛이는 엄마와 친하진 않지만, 본능적으로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에 엄마의 기분을 살피기 위한 눈치 감각이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역할 반전 : 아이가 부모의 정서적 필요를 채워주거나 부모의 기분을 살피는 성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 경우, 아이는 어린아이로서의 욕구(보호, 무조건적인 사랑)를 충족받지 못하고 엄마의 정서적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이는 자신을 보호하고 환경을 예측하기 위해 부모의 미묘한 정서적 신호를 과도하게 모니터링합니다. 이는 높은 경계심, 과각성, 자신의 감정 억제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성숙하고 배려가 깊지만, 내면에서는 '나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결핍감이 커집니다.




*높은 정서지능(EQ)의 초기 발달 : 엄마의 기분을 살피는 과정에서 발달한 눈치감각은 다른 관점에서는 환경의 정서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타인의 감정 상태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높은 공감 능력과 사회적 통찰력의 씨앗이 됩니다. 이는 성인이 되어 복잡한 대인 관계나 사회생활에서 타인과의 정서적 연결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성찰 능력 : 아이는 엄마와 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엄마를 사랑하고 감정을 살피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이는 아이가 관계를 유지하려는 내적 동기가 강하다는 뜻이고, 이후에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고 스스로 이유를 찾는 습관은 나중에 자기 이해로 이어집니다. 이런 사람은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내가 왜 이렇게 느낄까?'를 생각할 수 있고, 이는 성숙한 인간관계의 핵심 역량입니다. 내면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줄 아는 성숙한 감정의 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런 사람은 자기 이해가 깊어질수록 '자신의 감정적 깊이를 타인을 치유하는 힘으로 바꾸는 사람'이 됩니다.




이제 시작단계인데 글을 쓰면서 저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된 부분들이 많아 놀라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한 쪽면만 보지 않고 다른 쪽 면도 볼 수 있는 시야가 어릴 때부터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아기 은빛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ㅎㅎ


제가 왜 이런 글을 쓰게 되는지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나름의 굴곡 있는 인생을 이런 식으로 쭉 이어서 풀어갈 예정입니다. 혹 저의 부모님과 같은 상황이신 부모님께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보시다시피 긍정적인 영향도 충분히 받고 있답니다.


긴 글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편에서 만나요~( ⸝⸝•ᴗ•⸝⸝ )੭⁾⁾




다음편 이어보기

[ 두 번째 점, 첫째로서의 경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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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착유형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 ]

[ 건강한 이별 ]

[ 할머니와 손녀의 동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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