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인생 2

두 번째 점, 첫째로서의 경험

by 은빛


1995년

은빛이가 태어나고 2년 뒤,

송 씨 집안의 장손인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아직 가부장제와 남아선호 사상이 남아있던 조부모님 세대에서 남동생은 왕자님이었어요. 남동생은 외가뿐만 아니라 친가에서도 환영받는 아기였습니다.


은빛이는 성장하면서 가부장제와 남아선호 사상에 대해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라도 시골에 계신 조부모님 댁에 가면 남자와 여자 식탁을 나눠서 밥을 먹었고, 남자들이 앉는 상은 언제나 크고 반찬도 더 많았기 때문이죠. 어떤 날은 여자들은 상도 없이 바닥에서 밥을 먹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설이나 추석 때면 여자들은 부엌에서 열심히 제사준비를 하고, 남자들은 옹기종기 모여 술자리를 가졌어요. 남동생은 그런 환경을 자연스럽게 학습했고, 부엌에 들어오는 걸 꺼려했습니다. 은빛이가 억지로 동생을 부엌으로 데리고 올 때면 할머니가 은빛이를 혼내곤 하셨어요. 어쩐지 은빛이는 남동생이 조금씩 미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효능감 저하 : 여성으로서 역할이 강요되고,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아이의 자기 효능감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자기 가치에 대한 의심이나 불안정한 정서 상태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성 혐오적 태도와 성역할 고정관념 : 남성에게 집중된 특권과 그로 인한 자신의 소외경험은 남성 또는 권위적인 인물에 대한 분노, 적개심을 내면화하여 대인관계에서 불신이나 적대적인 태도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여성이 해야 하는 역할을 강제로 학습했기 때문에, 자신이 차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기존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억압하거나 타인에게도 유사한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가족 내 역할과 책임감 : 어린 시절부터 '남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역할'을 내면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내면에 쌓이며 장기적으로 심리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정서적 민감성 : 가족 내 차별과 남녀 역할 차이를 관찰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발달하게 됩니다. 후에 공감 능력과 사회적 통찰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정서지능(EQ)의 핵심 자질로 작용하게 됩니다.


사회적 통찰력 : 남동생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려는 사고가 발달하게 됩니다. 다양한 사회적 규범을 분석하고 자신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기초가 되며, 성 역할의 불균형을 어릴 때부터 인식하였기 때문에 사회 구조에 대해 의문을 품는 능력이 발달하게 됩니다. 이는 성인이 되어 성평등, 사회 정의, 조직문화 개선 등에 관심을 갖는 기반이 됩니다.


자기 성찰 능력 : '왜 나는 덜 사랑받는 것 같지?'라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탐색이 시작됩니다. 이는 자기 이해와 감정 조절, 성숙한 인간관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치유자/보호자 역할 동기 : 남동생에게 투사되는 가족의 과도한 기대와 무게를 무의식적으로 공감하거나, 자신이 경험한 불공평함에 대한 반작용으로 약자를 보호하려는 욕구가 강화됩니다. 이는 약자를 아끼는 보호자적 성향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은빛이와 남동생은 바쁘신 부모님 덕분에 함께 놀아야 하는 시간이 많아 사이가 좋았습니다. 남동생은 은빛이를 잘 따랐는데, 어릴 때부터 모험하는 걸 좋아하던 은빛이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위험한 장난을 즐겼고 남동생은 그런 누나를 따라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동네 친구들과 다 같이 노는 날이 많았어요.


그런데 밤이 되면 은빛이는 동생과 떨어져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은빛이가 막 태어났을 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아주 작은 집에서 엄마, 아빠, 작은 고모, 작은 아빠까지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이죠. 은빛이가 할머니댁에 보내졌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할머니댁이 익숙해진 은빛이는 부모님이 계신 집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동생과 같이 놀다가도 저녁이 되면 은빛이는 할머니댁에서, 동생은 부모님과 함께 집에 가서 따로 자는 날이 많았습니다.




애착형성의 어려움 : 아이는 동생이 태어나서도 부모와 자주 떨어져 지낸 경험으로 인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저녁마다 동생과 떨어져 지내는 상황과 집보다 할머니댁이 더 익숙한 환경으로 인해 아이는 가족 내 소속감이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첫째 아이뿐만 아이라 둘째 아이 또한 누나와 주간에는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야간에는 분리되는 불규칙적인 패턴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애착패턴을 형성하여 친밀감을 갈망하면서도 분리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죄책감과 불안 : 동생을 위험한 놀이에 참여시키거나 다치게 한 경험으로 인해 아이는 죄책감이나 과도한 책임감을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충동적이거나 무모한 행동 경향성은 타인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형제 유대감과 사회성 발달 : 형제와 함께 놀이하며 서로 의지한 경험으로 인해 아이는 협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발달시키고, 신뢰와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할 수 있으며, 성차별적 환경 속에서도 정서적 버팀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놀며 또래 관계를 경험한 아이는 협동, 경쟁, 갈등 조절 등 사회적 기술을 향상하고, 정서적 회복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리더십과 책임감 발달 : 동생을 이끌며 모험적 놀이에 참여시킨 경험으로 인해 동생이 자신을 따르는 존재임을 인식하므로, 책임감과 보호 본능이 발달될 수 있습니다. 모험을 주도하고 위험한 놀이를 이끄는 리더 역할로 인해, 강한 결단력과 주도적인 역할 수행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모험적 성향과 자기 주도성 :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위험한 장난을 즐기는 아이는 도전 정신과 자기 주도성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이후 더 발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의 경험으로 인해 아이는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독립성과 적응력 : 가족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위치를 경험한 것으로 인해 아이는 공감 능력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민감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동생과 떨어져 자야 했던 불안정한 주거 환경을 오가며 적응해야 했으므로, 다양한 환경에 대한 높은 적응력과 유연성이 길러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5년 뒤

2000년

은빛이의 2번째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자, 여기까지. 은빛이가 첫째가 되어가는 과정 어떻게 보셨나요? 32살인 지금의 저는 실제로 약자를 보호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인생 모토가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자'입니다. 참 신기하지 않나요? 모든 경험이 쌓여 지금의 제가 되었다는 게, 글을 쓰면서 세부적인 이유도 알게 되니 스스로에 대한 앎이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지네요.


다행히 남동생은 보고 배운 것을 깨고, 지금은 가장으로서 집안일을 아내와 분담해서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위에서 언급된 부정적인 영향을 깨고자 오랜 시간 상담을 받았었고, 치료를 통해 해결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상담관련해서도 쭉 에피소드가 이어질 예정이니 은빛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과정을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긴 글 소중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ᴗ•⸝⸝ )੭⁾⁾




다음편 이어보기

[ 작성 중입니다... ]


[ 1편 다시보기 : 번째 점, 탄생의 배경 ]


이전 에피소드

[ 애착유형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 ]

[ 건강한 이별 ]

[ 할머니와 손녀의 동거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