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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환영인사

by 영글음

밤새 창문은 덜컹거렸다. 덜컹거렸다는 표현은 부족하다. 쿵쾅거렸다? 우르릉거렸다? 묘사가 어찌 되었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이, 서향으로 난 창문과 만나서 내는 소리는 최악의 결과를 선보였다. 우르릉 두르릉 두둥 쏴아, 우르릉 쌔앵 쿵쿵. 너무 시끄러웠고,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침대에서 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해도 잠은 쉽게 오질 않았다.


질끈 감은 두 눈 사이로 나무 한 그루가 뿌리째 뽑혀가는 환영이 보이는 듯했다. 저러다 창문이 벽째 뽑혀 나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가만 듣고 있자니 어쩐지 폭풍우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상상이 떠올랐다. 확실히 바람 소리는 파도 소리와 닮은 데가 있었다. 창문을 열면 지친 바닷물이 바로 차고 넘쳐 들어와 우리 가족을 덮칠 것만 같았다.


어찌어찌 밤은 흘러 다음날 아침, 에든버러에 3년째 살고 있는 지인은 웃으며 말했다. "후훗, 이 나라에서 어젯밤은 시작일 뿐이에요. 더 심한 날도 많은데." 그렇구나. 우리는 한국도 미국도 아닌 새로운 곳에 온 게 틀림없구나. 그저 환영인사를 받은 것이었구나. 거센소리에 묻혀 밤에는 듣지 못했던 말이 그제야 귓가에 들렸다.


바람의 땅 스코틀랜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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