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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Nov 08. 2020

우당탕탕 1차 부동산 탐방기

독립하겠습니다_3

지지난주말에 이어 지난주까지 틈틈이 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그리고 혼자 다니는 부동산 투어는 쉽지만은 않았다. 나중의 스스로를 뿌듯해하기 위해, 다음 주에 방을 더 볼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겪게 될 미래의 독립 새내기 친구들을 위해 기록을 남겨본다.



직방은 배민이 아니야 - 전화를 해야 해


이미 방을 구한, 독립한 지 한참 된 친구들한테 부동산에 미리 연락을 꼭 해야 하냐 물어봤었다. 일부는 직방에서 미리 연락하고 가라고 했고, 일부는 그냥 근처 부동산을 가보라고 했다. 오히려 연락하지 않고 가서 이런저런 조건을 말하면, 내가 미리 직방에서 찍어둔 집들보다 훨씬 많은 매물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쩔까 고민하다, 그래도 역시 연락을 남겨두는 게 초심자에게 더 좋은 선택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과거 나는 포스트잇에 대사를 적어둬야 짜장면을 주문할 수 있던 어린이였다. 그리고 이 어린이는 커서 배달 앱을 사랑하는 어른이 되었고, 그런 성향은 부동산 앱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전화를 갑자기 거는 건 너무 부담스러웠고, 직방을 통해 메시지만 남겨놨다. 타협점을 찾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액션이었다. 전화 없이 문자만 남겼을 때의 회신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일부는 몇 시에 올 수 있냐고만 물어보고, 몇 시에 갈 수 있다고 대답한 나의 답장에 추가적인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 시간에 일단 가면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냥 일단 부동산을 가보라고 한 친구들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단 말했던 시간에 말했던 부동산으로 찾아갔다. 생각보다 외진 곳에 있는 부동산이었다. 직방에 올라온 부동산들은 외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건물 1층이 아니라 들어가야 나오는 곳이라던지, 대로변이 아닌 어느 골목 어느 빌라에 있는 부동산이라던지. 그냥 찾아가는 고객들에게는 접근성이 안 좋으니 오히려 직방에 열심히 매물을 올리나 싶기도 했다.


여차저차 부동산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세시쯤 방문하겠다고 문자 드렸었다고 했더니 연락한 사람 번호를 물어봤다. 자기들끼리 확인하더니 담당자가 또다시 아리송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자기랑 통화했었냐고 물었다. 통화는 아니고 문자 드렸었다고 했다. 그분은 자기가 바빠서 제대로 확인을 못했다면서 지금 당장 보러 갈 수 있는 방이 없다고,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첫 번째 부동산에서 10분 만에 나왔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도 그 부동산에서는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전화든 문자든, 확실한 시간 약속을 한 게 아니라면 직방에서 본 부동산은 일부러 찾아가지 말자.


월세방은 미리 구하는 건 어려워


그 이후에는 용기를 내어 전화를 하거나, 문자 답장이 확실히 오는 곳과만 커뮤니케이션 하기 시작했다. 직방에서 메시지 보내기를 선택하고, 어느 동네 어느 매물 보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런 식으로 연락하면 대충 나의 조건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 매물에 녹아있기 때문에 많이 물어보지는 않는다. 

대신, 가장 중요하게 받는 질문은 이것이다. 언제 들어오실 거예요?


당장 집을 빼야 하는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내년 아주 초, 혹은 올해 말에 독립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대충 12월 중순에서 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부동산에서는 내게 이렇게 답장했다. "이 방은 10월 말, 11월 초 입주해야 하는 방이에요"


근데 나는 그 건물이 어떤지 미리 알아보고 싶은 거였다. 일정은 조정이 가능하니까 동네와 건물을 미리 알아두고 고르고 싶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기다릴 수도 있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두 달 전부터 미리 방들을 봐 두고 싶었던 거였는데, 특히나 월세는 2주~1달 내에 입주할게 아니면 잘 보여주질 않았다.


그렇다고 입주 시기를 거짓말하자니 뭔가 마음에 찔렸다. 너무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버리면, 그래서 그 부동산과 계약을 제대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때 돼서 내 일정이 까발려지면(?) 어쩌지 쫄리기도 했다. 


그러다 구구절절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독립 준비 중이라고. 그랬더니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도와주시는 부동산들을 만났다. 나는 무조건 정해진 기간을 딱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기간에 크게 구애 안 받겠네요, 하면서 이런저런 집을 봐주셨다. 기간적인 여유가 좀 더 있어서 그런지, 직방에 없는 매물들도 더 확장해서 찾아주는 수고까지!


보통 직방에 올라오는 월세 매물들은 2주에서 한 달 내에 거래가 되어야 하는 것들이라고 하지만, 미리 보고 싶은 사람은 구구절절해보자. 나처럼!


처음 생각했던 우선순위들은 바뀔 수 있어


사실 집을 처음 찾기 시작했을 때는 샤워부스도 있고 너무 작지도 않고 (그렇다고 혼자 살기에 너무 크지도 않고!) 분리형이거나 복층인 오피스텔을 찾기가 그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예산을 올리면 있기야 있었지만 셋을 모두 충족하는 매물 개수가 정말 한정적이었다. 분리형 오피스텔은 거의 없었고, 복층형 오피스텔은 대부분 사이즈가 작았다. 간혹 돈을 올려볼까 하고 더 들여다보면 혼자 살기에 터무니없이 커 보이는 곳들도 있었다. 혹은 창문 앞이 바로 다른 건물로 막혀있거나, 창문이 생각보다 작아 방향이 좋은데도 채광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사이즈도 마음에 들고 분리형인데 샤워부스가 없는 집도 있었다. 혹은 있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반쪽짜리 물막이만 있는 집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다가 복층도 분리형도 아닌 오피스텔을 만났다. 커다란 창문이 있었고, 채광과 뷰가 아주 좋았다. 구조도 마음에 들었고, 가구를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그림을 그려보게 되는 집이었다. 샤워부스도 있었다. 어떤 동선으로 집을 꾸려볼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분리형이나 복층 여부는 필수는 아니었다는 걸. 하지만 샤워부스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커다란 창문과 뷰의 중요도가 분리형이나 복층 여부보다 더 컸다는 걸. 사실 집을 한 채 보는 데에는 15분,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물을 틀어보고, 소음을 확인하고, 벽을 꼼꼼히 살펴보더라도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렇게 보다 보면 감이 온다. 이 집에는 살아도 좋겠다, 이 집에 사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여부가 말이다. 처음엔 욕심이 많아도 집은 보다 보면 결국 내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달은 것.


집 보기는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심하다.


지난주에 너무 지친 나머지, 이번 주는 직방도 많이 들여다보지 않고 부동산을 보러 가지도 않았다. 중간중간 휴식 타임과 정리 타임이 필요하다. 잘 살자고 열심히 구하는 집인데, 구하는 동안에도 지치지 말자. 지구력을 뿜어내면서 발품을 팔아보자.


아무튼 이번 주는 정말 일도 바빴지만 마음이 지쳐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눈에 아른거리는 집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아직 더 보고 싶은 동네들도 있다. 이번 주엔 충전하며 쉬었으니 다음 주부터는 다시 재출격. 어서 동네 탐방 끝내고 엄마 아빠한테 보여줄 후보들을 추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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