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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녕 Dec 27. 2022

고열과 수액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6일 째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 오늘은 어느새 6일 차, 내일 자정이면 자동으로 자가 격리에서 해제되고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물론 진단 키트에서 한 줄, '음성'이 나온다면. 이로서 나도 슈퍼 면역력을 가진 사람은 아님이 드러났다. 확진자가 몇 십만명 대를 찍었던 올해 3월에는 헬스장에서 주기적으로 운동을 했는데도 걸리지를 않았던 나다. 그런데 이제 정부에서 지원하는 코로나 지원금도 못 받고, 회사에서 확진자에게 지원하는 한우도 못 받는 이 한 겨울에 걸려버린 것이다. (아직도 억울하다)


칼칼한 목을 부여잡고 아침에 일어난 순간, 내 몸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주변에 코로나에 걸린 가족과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동안 지켜본 그들의 몸 상태와는 달랐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앞이 팽팽 돌고, 앉아 있는 것 조차 버티면서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약을 넣어둔 부엌 선반을 뒤져 하얀색 체온계를 꺼냈다. 오른쪽 귀 뒤에 대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체온계에서 처음 듣는 삐익- 경고의 소리가 났다. 체온계 화면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숫자는 39.1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병원을 다녀와서 약을 먹어도 열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아주 잠깐 37도를 찍고는 다시 38도, 39도 무섭게 오르는 것이다. 가까운 친구가 열이 39도가 지속하면 눈을 잃을 수도 있고 몸이 망가진다며 열을 내리는게 우선이라고 했다. 새벽에 일어나 물수건으로 얼굴과 목, 팔을 닦고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비상약(타세놀)을 먹었다. 그렇게 3일째가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자 다음날 아침 불안한 몸을 이끌고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일반 주사도 맞고, 수액 주사도 맞았다. 병원에 가기 전 수액의 효과에 대해 많이 찾아 보았다. 수액은 보험이 적용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이라 쌩(?) 내 돈을 써야 하고, 병원에서 장사를 목적으로 과도하게 홍보한다는 어느 뉴스의 경고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면역력이 매우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수액을 맞고 나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일방적으로 얻어터지(?)지 않고 비등비등 대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병원에서 추천해 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가장 많이 맞는다는 7만원짜리 수액을 30-40분 동안 맞았다.


수액을 맞고 나서 가장 처음 한 일은 빨래였다. 수건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바이러스 균을 세탁하고 싶었다. 수액의 효과인걸까. 그동안 중심 없이 마구 회전하던 내 머릿 속이 이제서야 중심 축을 기준으로 정방향 회전을 하고 있었다. 7만원 헛되게 쓰지 않았구나 안심했다. 


4일 째부터는 처방 약 이외에 해열제를 적극적으로 복용했다. 의사 선생님은 하루에 최대 6개까지는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꼬박꼬박 6개를 다 채워먹지는 않았지만, 열이 38도가 넘을 때는 4시간을 주기로 해열제를 먹었다. 덕분에 5일 차 부터는 열이 37도나 36도 대 후반으로 안정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머리도 맑아지고 몸도 가벼워졌다. 여전히 목구멍 깊은 곳과 인후 쪽이 아프지만 그래도 버티던 첫 날에 비하면 안정적이다.


어제인 5일 째는 아침에 세수를 하고 났더니 후각이 사라졌다. 세수할 때 이상하게 콧물이 많이 나와서 풀었는데, 설마 후각세포까지 풀어버린 건지 이상한 상상을 했다. 귤을 코에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도, 치즈가 잔뜩 쌓인 피자 냄새를 맡아도 아무 냄새가 안난다. 귤과 나 사이에 두꺼운 PVC 소재의 투명한 막이 냄새를 차단하는 기분이다.


열이 내렸더니 후각이 사라지다니 무서운 바이러스다. 얼마 전 강릉 여행을 가서 잠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잊어버린 걸까. 더 조심하지 할걸, 운동이라도 열심히 할걸 스스로 탓을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회복하고 나면 이제라도 운동 열심히 해야지. 아침마다 동네 산책을 가면서 체력도 기르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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