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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12. 2022

사랑이와 준이

내가 만난 5살, 사랑이와 준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명절을 맞아  가족이 둘러앉았다.  가운데 5 조카 사랑이는 아이 특유의 애교스러운 목소리와 몸짓으로 노래를 불렀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한데 모여 사랑이의 재롱에 사랑스러운 눈빛과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곳에 모인 어른들의 모든 관심은 사랑이에게 쏠려 있었고  모습이 인상 깊어  머릿속에  저장해두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5 준이를 만났다. 보육원 봉사활동에서 아이들과 봉사자 선생님이 1:1 매칭 되어 나들이를 갔고 그날 준이는 나의 짝이었다. 박물관 전시를 보고, 밥을 먹고, 온종일 이어지는 야외활동에서 준이는  손을  잡고 놓지 않았고, 다른 남자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놀고 거칠게 활개 치는 것과 다르게 준이는 얌전했다. 활동 중간중간 준이는 보육원 선생님을 ‘엄마 부르며 선생님에 대한 애착을 보였는데, 여러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는 바쁜 선생님에게는 준이의 행동이 버거워 보였다.


활동이 끝나고 소회를 나누는 시간. 부모가 찾아오지 않는 준이는 보육원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르며 유달리 강한 애착을 보인다고 했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많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인적이나 물적 여러모로 부족한 보육원의 상황과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무렵, 사랑이와 준이를 종종 생각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현재와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상상했다. 아이들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지 미리 지레짐작했다면 내가 너무 오만했던 걸까.


살면서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받고, 힘든 일이 있을  지지와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그렇게 삶을 헤쳐나갈 사랑이와, 어느 순간 ‘나는 부모가 없구나 깨닫고   없는 혼란스러움과 공허함을 느끼며 어린 나이 홀로 자립해야 하는 준이. 기댈 언덕 하나 마땅치 않아 고달픈 준이의 삶을 상상했다면 내가 너무 좁은 식견을 가진 걸까.


세상은 불공평하고 그 불공평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된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이 운명이며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 운명이라는 것이 너무 서글프게 느껴져, 아이들에 대한 상상을 거두고 나의 바람을 새겼다.


사랑이의 삶이 너무 쉽지만은 않기를. 더욱이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있는 깊은 눈이 길러지기를. 또한 준이의 삶이 너무 고단하지만은 않기를. 자라면서 세상 많은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 ‘그래도 삶은 살만하구나하는 신념을 가질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의 삶은  아이들이 살아갈 삶의 간격  어디쯤에선가 그들과 함께 융화되며 아픔을 나눌  있는 삶이 되기를 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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