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울한 연말에 대처하는 자세
2024년을 일주일 남짓 남긴 이 시점,
일 년이 또 이렇게 금방 지나가 버렸고
난 또다시 한 살 먹을 거란 사실이
새삼 충격적이다.
무언가를 해보고자 고군분투했지만
놀랍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한 해를
돌이켜보노라면 연말의 경미한 우울감이
타당하게 느껴진다.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느니,
사소한 좋은 습관이 쌓여
성공의 밑바탕이 된다는 둥의
입바른 위로와 조언은
귓등으로 흘려버리고픈 연말이다.
새벽 기상을 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틈틈이 운동하고
독서와 필사를 하고
열심히 아이들에게 요리해서 먹이고
공부를 봐주고 그 밖의 많은 것들을 챙기고
일상을 열심히 살아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한 해를 돌아보자니
그동안의 내 모든 노력들이
한여름밤에 꾼 찰나의 꿈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에 고여있는 기분,
사회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성인 1이 되어 우울해질 것 같은
오늘 같은 새벽이면
그래도 나는
훌륭한 성인으로 자라날
미래 인재 두 명을 정성껏 키우고 있고
그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그저 '희생'으로 치부하기엔
행복했던 순간들이 꽤 자주 있었으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또다시 똑같은 선택을 기꺼이 하겠노라
말하고 싶다.
오래도록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해
한쪽 구석에 방치된 자아가 불러온
불행의 크기보다
매 순간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존재들을
보살피고 있지만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행복들이 번져
하루하루가 그럭저럭 행복의 평균값을 내었다고.
그러므로 겉보기엔 성과가 없었던
2024년이었을지라도
충분히 행복했고
의미 있었던 한 해였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