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다짐하는 3대 목표가 있다.
영어공부, 다이어트(운동), 독서.
운동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1인으로써, 항상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미룰 수 있는 한 계속 미뤄왔다. 평생의 과제처럼 느껴지는 다이어트조차 해본 적 없다. 축복인지 불행인지 마른(비만) 체형이라 배만 볼록 나와서 옷으로 가리기 일쑤였고 겉보기에는 날씬해 보였다. 밖으로 드러나는 팔다리는 마른 편이었기에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3n년차 인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마른(비만) 체형과 더불어 저질 체력까지 함께 물려주셨으니!
조금만 움직이면 금방 지치고 피곤해서 중요한 일을 연달아 맡을 수가 없었다. 저질 체력의 한계를 더더욱 느꼈던 것은 연년생을 출산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육아는 체력전이란 말에 백번 공감한다. 엄마가 체력이 좋아야 아이들에게 짜증 내지 않고 여유롭게 케어할 수 있다.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몸의 에너지가 방전되자 한계를 느꼈다. 이상적인 육아를 하고 싶은데 자꾸만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거기다 손발이 차가운 소음인이었던 지라 툭하면 급체를 했다. (아직까지 소음인의 장점을 찾지 못하겠다.) 소화기관이 정말 약했던 지라 조금만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 일쑤였고 급체하면서 두통도 함께 찾아왔다. 체하면 토하고 아무것도 못 먹고 이틀 넘게 누워서 잠만 잤다. 두통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잠만 잤는데, 그 이틀간의 시간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누군가는 운동을 취미로 즐기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운동은 선택이 아닌 생존에 꼭 필요한 필수라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하고픈 일들은 많은데, 몸의 에너지가 부족하니 금방 소진되었고, 육아 또한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넉넉함을 발휘할 수 없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머나먼 예전에, 언젠가 운동을 했었더랬다. 필라테스 6개월, 헬스 1개월, 홈 트레이닝 3개월...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하다 그만두고 하다 그만두는 루틴이 계속됐다.
운동을 하면 내심 살이 빠지길 기대하게 되는데 필라테스를 할 때엔 살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 이게 운동이 되는 건가 싶게 정적인 운동이 계속됐다. 요가가 유연성을 강조하는 운동이라길래 요가보다는 동적인 운동이겠지 싶어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나에게는 너무나 정적인 운동이었다! 운동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자고로 운동은 있는 힘껏 땀나게 운동하고 시원하게 샤워하는 상쾌함을 누려야 하는데 그런 맛(?)은 일절 없었다. 이러한 순한 맛의 운동과는 다르게 필라테스를 하는 내내 식욕이 너무 돌아서 운동하는 내내 폭식을 했다.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으니 운동하면서 더 살이 찌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래도 6개월을 꾸역꾸역 다닌 점은 나의 얄팍한 의지력에 비추어 봤을 때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헬스는 퇴근 후 다니기 시작했는데, 트레이너가 지나치게 친절해서 부담을 느낀 나머지 그만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의 친절함을 십분 활용하여 운동에 열정을 쏟아부으면 되건만 20대의 나는 엄청나게 고지식하고 내향적이었다. 그 트레이너도 운동에 진심인 척 열심히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던 회원이, 다음 달에 연이어 등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고객이 갑자기 이탈해 버리는 상황이 얼떨떨했을까. 아니면 수많은 일들 중 하나로 치부하고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그 뒤로 시도한 건 홈트(홈트레이닝)였다.
홈 트레이닝은 처음엔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혼자 하다 보니 나의 의지력에 모든 걸 기댈 수밖에 없었다. 3개월을 해도 복근이 생기지 않자 실망한 나머지 그만두고 말았다. 그땐 몰랐다. 운동도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더불어 복근은 3개월 만에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했다!
홈트 할 때 자주 참고하는 빅씨스 운동 영상 (유튜브에서 '빅씨스'를 검색하면 수많은 운동 영상이 나옵니다.)
2022년 새해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운동하는 습관을 정착시키자! 마음먹고 살기 위한 운동에 돌입했다.
보통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한 1월 1일부터 시작하겠지만, 난 2021년 12월 1일부터 시작했다. 일종의 워밍업인 셈이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였던 나는, 1월 1일에 운동하고, 1월 2일에 못하면 자신의 의지력에 실망한 나머지 아예 운동을 그만둘 것 같았다. 연습이 필요했다.
운동 종목은 집순이인 기질에 맞게 홈 트레이닝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저번에 홈트를 3개월 정도 한 경력이 있었던 지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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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서 ‘Smart View(스마트뷰)’를 연동시키면 핸드폰 속 유튜브 영상을 TV 화면으로 볼 수 있다.
12월 1일(수) 유산소 운동 30분, 20분, 복근 운동 10분, 폼롤러 스트레칭 15분
총 1시간 15분 운동 완료
12월 2일(목) 에이핏 전신운동 37분, 복근 운동, 폼롤러 15분, 쿨다운 스트레칭 10분
12월 3일(금) 워밍업 스트레칭 5분, 발레테라핏 걷기 유산소 30분, 복근 10분, 쿨다운 스트레칭 10분, 폼롤러 15분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 운동한 흔적을 기록해가며 운동을 했다. 이번엔 나의 한없이 나약한 의지력을 믿지 않기로 했다. 운동 인증 카톡 단체방에 들어가 매일매일 운동한 것을 인증하고, sns에 인증 계정을 만들어서 운동한 날마다 게시물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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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만 있다면 유튜브를 통해 무수히 많은 운동 영상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빅씨스, 에이핏, 발레테라핏, 이지은 다이어트의 영상을 추천! 초보자의 경우 '땅크부부'로 시작하면 몸에 부담가지 않고 재밌게 운동을 할 수 있다. 처음엔 20분짜리 영상을 따라 하는 것을 목표로 잡으면 운동을 지속하기 더 쉽다.
이렇게 운동하던 와중에 우연히 한 책에서, 이러한 구절을 읽게 된다.
오전 8시~9시에 햇볕을 쬐면서 집 밖에서 산책하는 걸 권하고 싶어요. 그러면 빛이 눈으로 들어가면서 낮 동안에 멜라토닌이 억제되어 뇌가 깨고 각성됩니다.
예민한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만성적으로 많이 분비하곤 한다. (...)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올라가면 내장이 있는 복부에서 지방 축적이 일어나 복부비만을 유발한다.
(나의 복부비만이 이렇게 과학적으로 설명되다니!)
예민한 사람은 내장 지방과 복부비만을 줄이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길 권한다. 편안한 호흡을 지속하면서 할 수 있는 조깅, 에어로빅, 줄넘기 등의 운동이 좋다. 복부 지방을 태우는 데는 조금 힘들 정도로 꾸준히 운동해야 효과가 있다. 출퇴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 걷거나 주말에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된다면 오전 8시나 9시부터 30분 정도 집 밖에서 걷는 것이 좋다. (...) 빛을 쬐면 비타민 D 흡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창문을 열고 빛을 쬐거나 실외에서 산책을 하면 뇌도 깨우고 비타민 D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책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중에서
이러한 조언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부족한 비타민 D를 얻을 수 있고, 산책을 하면 뇌도 깨울 수 있다니!
때마침 남편의 희망퇴직으로 1년여간 같이 있게 되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다. 아이들을 8시 반 등원차량으로 태워 보내고, 평소와 다르게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엔 하루 30분만 걸었다. 그러다가 무작정 걷는 것보다는 목표가 있어야 성취감도 더 느낄 것 같아서 ‘만보 걷기’ 앱을 깔았다. 지금껏 왜 아줌마들이 빨리 걸으면서 양손을 앞뒤로 흔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양손을 흔들면 만보 걷기가 더 빨리 올라가는 걸 확인한 뒤로 나 또한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
바싹 마른 식물처럼 손대면 바스러질 것 같던 내가 햇빛을 쬐며 산책을 하자 조금씩 생기가 도는 듯했다. 산책하며 보이는 경이로운 자연풍경에 개인의 걱정은 사사로운 것처럼 여겨졌다. 기분도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걸으면서 ‘나는 지금 비타민을 충전 중이다.’란 느낌을 한껏 누렸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산책하면서 여러 영감이 마구 떠오른다는 거다. 산책하면서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을 메모장에 적어두었다가 글로 쓴 적이 많다. 왜 작가들이 글이 잘 풀리지 않으면 산책을 즐겨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산책하면서 듣는 음악들은 또 어떤가. 그냥 지나쳤던 주옥같은 곡들이 감동적으로 몰려와 걷고 듣는 행위만으로 손쉽게 행복해질 수 있었다. 행복의 진입장벽이 낮음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홈트와 만보 걷기를 병행하게 되었는데, 웬일인지 지금까지 간간히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12월에 큰 결심을 하고 운동 습관을 정착시키기 위해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매일 열심히 해왔는데, 지금은 그때처럼 매일 하진 못해도 일주일에 3~4번은 운동하려고 노력한다.
운동을 시작한 뒤로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주기적으로 급체하여 실려가거나 링거 맞고 살아나기 일쑤였는데, 이젠 급체했던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래도 아직 두통은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두통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카페인’도 끊었다. ‘카페인’을 끊은 덕분에 두통은 줄었지만, 삶의 낙도 함께 사라졌다. 그래도 하루하루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이젠 운동하는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 것 같다. 열심히 운동해서 땀 흘리고 샤워할 때의 개운함이 중독처럼 남아있어서 운동을 지속하게 된다. 일정 때문에 어쩌다 이틀간 운동을 연속 못하게 될 때면 몸이 찌뿌둥하고 얼른 운동하고 싶어 진다.
운동하는 습관이 정착됐다고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다. 운동하는 시간을 아까워하던 때가 있었다. 운동을 안 해서 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건강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는다. 부디 앞으로도 운동하는 즐거움을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