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알바 입문
" 아들~, 애썼네~ 고생했다. "
혜림은 늦은 점심시간에 맞춰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의 등을 토닥이며 따뜻이 말했다. 찜통 같은 더위땜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한 아들을 맞이하기 전에 강한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하게 환대해 주는 세심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지친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아들의 말이 속사포로 쏟아지기 전에, 머리를 잔뜩 쓰며 수학문제를 낑낑 푸느라 축 늘어졌을 아들을 위로하는 것은 이제 필수 과정이 되었다.
" 아들~, 오늘은 엄마가 점심으로 뭘 준비했을까? "
먹는 거라면 다 좋은, 그리고 편의점 간식이나 패스트푸드보다도 엄마표 집밥에 엄지 척을 드는 아들은 금새 입가에 침이 가득 고인 채로 주방을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코를 잔뜩 벌름거리며.
" 오랜만에 바지락 수제비 했어. 바지락 잔뜩 넣어서 밀가루를 얇게 포 떠서 끓이면 너무너무 맛있잖아. "
" 와~~~~ , 엄마, 더운데 안 힘들어? "
" 어제 미리 반죽해 놓아서 수제비만 곧 뜨면 돼. 너랑 나랑 둘이 먹을 거니까 만들기도 간편해. 넌 익은 김치 좋아하지만, 바지락에는 겉절이가 최고지. 그래서 엄마가 시장에 가서 배추 겉절이도 5000원어치 사 왔어. 아, 엄마가 사실은 두 번째 알바로 뛰어든 곳이 바지락 칼국수 집이야. 거기서 어깨너머로 바지락 칼국수를 만드는 걸 배웠지. 생각보다 간단하더라고. 멸치 다시마 육수에 통통한 바지락을 잔뜩 넣어 끓이기만 하면 돼. 그럼 완전 자연의 맛이 우러나오더라고. 바닷가에 온 느낌까지 들 정도로. 물론 엄마가 일한 곳의 여주인은 MSG도 살짝 넣으시긴 했어. 그래도 양은 극히 적었지. 바지락만으로도 충분했던 거야. "
" 아~~엄마, 침 넘어가~ 빨리 먹고 싶다.~~~~ "
아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끓는 바지락 육수에 수제비를 뜨는 혜림의 손놀림이 매우 빨라졌다. 올라오는 거품을 살살 걷어내면서 미리 썰어놓은 채 썬 호박과 당근을 넣은 후 대파의 초록부분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넓적하게 썰어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르르 몇 번 끓이며 국자로 몇 번 휘휘 저으니 정말 어느 식당 못지않은 바지락 수제비가 후다닥 완성되었다. 혜림은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파란 도자기 대접을 꺼내 바지락 수제비를 옮겨 담아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 다 먹고 나면 바지락 칼국수 집에서 알바한 경험을 얘기해 줄게. 거기에서는 5개월 정도 일한 것 같아. 점심에는 거의 매일 바지락 칼국수나 아니면 바지락 수제비를 먹었는데도 문구점 알바에서 매일 먹은 오징어 덮밥처럼 질리지가 않았어. 신기할 정도로 말이야. 뜨끈하고 깊은 바다의 향과 매일매일 담갔던 겉절이가 정말 딱이더라구. 그래서 가끔씩 이렇게 바지락 넣고 수제비 해 먹으면 엄만 좋더라. 그리고 엄만 칼국수보다 수제비가 더 좋아."
혜림은 아들의 뱃속에 건강한 자연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매우 흡족해 했다. 후루룩후루룩 수제비를 맛있게 떠먹으며 통통한 바지락살을 요리조리 잘도 빼먹는 아들의 얼굴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23살의 대학생이 되어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