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아빠 발을 씻겨줬을까”
어릴 적, 아빠는 퇴근 후 늘 대청마루에 앉으셨다.
그러면 엄마는 부엌에서 스테인리스 세수대야에 물을 담아
아빠의 발을 씻겨드리곤 했다.
나는 그 장면을 매번 지켜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야.
세상 모든 아내들이 하녀처럼 남편 발을 씻기는 삶이라니, 끔찍해.’
어린 마음엔 그게 사랑이 아닌 희생처럼 보였다.
왜 엄마는 그런 걸 기꺼이 했을까.
그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세월이 훌쩍 흘러 내가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그 마음이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랑이란, 때로는
발을 씻겨주는 사소한 행동 하나로도
깊고 따뜻하게 표현되는 거였다.
얼마 전, 문득 그 기억이 떠올라
남편에게 “발 씻겨줄까?” 했더니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왜 그래? 나 뭐 잘못했어?”
진심이 공포로 느껴질 때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사랑은, 어쩌면
익숙하지 않게 주면 더 당황스러운 감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