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책, 나의 발걸음”

by 손샤인

진화 작가님의 출간회, 그리고 나의 세리머니

나의 인친, 진화님이 책을 출간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러 가고 싶었다.

몇 년 전, 코로나로 온 세상이 멈춰 섰던 그 시기.

우리는 직접 만나본 적도 없지만, 비대면 달리기를 함께 했고 이후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말없이, 그러나 꾸준히 응원하는 사이였다.

그녀의 출간 소식을 듣고, 출간회에 가기 전 나는 문득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뭐예요?”

그녀는 ‘3’이라고 답했다. 나는 감사했다. 10이 아니어서.

그리고 그녀만을 위한 조용한 세리머니로, 3km를 달려 선물했다.

말은 없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뜨거운 응원이었기를.

출간회에는 오빠와 함께 갔다.

우리는 의상에도 신경을 쓰고, 꽃다발까지 준비했다.

처음 마주하는 자리였지만 낯설지 않았다.

이미 우리는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느끼고 있었기에

서로를 향한 포옹도 따뜻하게 자연스러웠다.

또 한 번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진화님과 함께했던 비대면 달리기 모임에서 닉네임으로만 알고 지내던 크루분들과 실제로 마주한 것이다.

아기참새, 북스토리, 다우님,

이름보다는 닉네임이 더 익숙한 우리.

서로 처음 만났지만, 우리는 마치 오래된 여고 동창처럼

웃고, 안고, 반가워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래 알던 분들이야?”

“아니~ 그냥 느낌이 좋아서 친해졌어!”

남편은 갸우뚱.

나는 활짝. 세상이 주는 인연의 방식은 때로 참 기발하고, 사랑스럽다.

진화 작가님은 특수교사로 일하다가 어머님의 뇌출혈 이후 돌봄의 삶을 시작했고, 그 경험과 감정을 고스란히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간호사인 내가 그 책을 읽으며 느꼈다.

‘엄마를 참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이 분의 어머님은 정말 딸을 잘 키우셨구나.’

‘내가 알고 있던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책 속에서 그녀는 어른이었다.

고운 마음을 가진, 고운 사람.

비록 나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참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출간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오빠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진화 작가님이랑 당신이랑 닮았더라.”

“뭐가?”

“외모도 그렇고… 느낌이 비슷해.”

그 말에 나는 조용히 웃었다.

‘나도 그녀처럼 글을 잘 쓰는 걸 닮고 싶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또 한 번 박수를 보냈다.

출간회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데이트를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배도 고팠고,

오래간만에 멋지게 차려입은 김에

괜찮은 레스토랑이나 유명 맛집에 가볼까 싶은 생각도 스쳤지만—

우린 더 이상 ‘특별함’을 찾아야 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에게 이미, 더없이 특별한 존재라는 걸 알기에

그냥 가장 가까운 김밥집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섰다.

김밥 한 줄, 라면 한 그릇.

나는 여전히 재잘거렸고, 오빠는 그런 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나도 많이 변했다.

외모야 당연히 변하는 거고, 무엇보다 생각이 달라졌다.

예전의 나는 까칠했고, 도도했고, 예민했다.

보이는 나를 더 신경 썼고, 겉으로만 멋지길 바랐다.

지금의 나는,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도 김밥집에서 동네 아저씨처럼 껄껄거리며 분식을 먹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가끔은 나도 신기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이런 변화를 만들어낸 건,

내 옆에 있는 그 사람 덕분이라는 걸.

항상 나를 기다려주고, 들어주고, 믿어주는 사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

그 사람 덕분에, 나는 이제 진짜 나로 살아간다.

keyword
이전 11화“내가 악처가 될 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