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저는 한 번도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 속 할아버지는
오직 한 장의 사진으로만 존재합니다.
어느 날, 제사상 위에 올려진 그 사진 속에서
저는 강인한 눈빛과 곧은 어깨를 보았습니다.
마치 세상의 바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사람처럼,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끝까지 지켜낼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나는 독립군의 자손이구나.”
사실,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어쩌면 그냥 행복한 상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상상 하나가 제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습니다.
말을 조금 더 조심하고,
행동을 조금 더 바르게 하고,
생각마저도 조금 더 당당하게 하게 되었으니까요.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마음은
사람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에게 그 누군가는, 뵌 적 없는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
비록 직접 손을 잡아드린 적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지만
저는 여전히 할아버지를 닮고 싶습니다.
그 기개와 자존심,
그리고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굽히지 않았을 마음까지
가슴 깊이 품고 살아가겠습니다.
언젠가 먼 훗날,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손녀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