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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_8-4-2_일본_꼼수

사기적 행각

by 하얀돌

일본은 정면승부의 방식으로 조선과 승부를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마음껏 휘두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과 조선의 합방은 문자 그대로 두 나라와 두 민족의 통합이 최초의 취지였다. 조선인의 극렬한 거부감은 차치하고라도, 연방국가 내지 통일국가의 모습이 애초의 목적 그것이었으며, 식민지라는 용어만으로 한일합방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의 식민지였으며, 헝가리가 오스트리아의 식민지였으며, 카탈루니아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고 할 것인가?


왜놈이라고 비하하던 민족과 수세적 입장에서 진행하는 합병에 대해 극심한 불쾌감을 가졌던 까닭에, 조선인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자학적으로 식민지라고 불렀지만, 이는 유럽열강들의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대륙에서 자행하였던 극단적이며 거만한 식민지 지배 현상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일본은 조선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이며, 인종, 언어, 종교, 생활풍습, 관습 등에서도 조선과 가장 밀접하다. 일본 왕실은 백제에 대한 향수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며, 그리 오래전도 아닌 시점에 일본왕의 삼촌이 무령왕릉을 참배하였고, 일제 말엽에는 부여에 일본의 조상신을 기념하는 최대규모의 신사를 세우려고까지 하였다. 심지어 도쿄에서 한반도의 용인지역으로 일본의 수도를 옮기려고 검토한 적도 있다.


일본과 조선이 동조동근(하나의 조상에 하나의 뿌리를 가짐), 내선일체(일본과 조선은 한 몸)라고 일본은 주장하였고, 매우 흥미롭게도 조선인들은 이에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졌다. 이러한 주장이 조선인을 2등 국민으로 대우하고, 조선을 영원히 지배하고 흡수하기 위한 계략이라고 조선인들은 평가절하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전략적인 미사여구의 껍질을 벗겨놓고 판단할 때, 세계 역사의 어느 곳에서도 제국과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설명함에 있어 하나의 뿌리, 하나의 조상, 하나의 몸이라고 주장한 경우는 없다. 조선의 처지를 단순히 일본의 식민지라고 비하해서 표현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조선 민중의 엄청난 반감과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일본은 형식상 조선의 왕족과 양반지배층에 대해 상당한 예우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두 나라의 합방을 통해 서구에 대항하자는 논리로 조선의 지배층을 설득하여 한일합방을 진행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조선에 대한 차별을 자행하고, 마침내 조선의 정신과 이름과 말과 글을 빼앗으려 하였다. 조선 민중은 일본에 속은 지배층들 때문에 민족과 민족 간의 총력전을 진행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나중에는 일본과 조선을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일본의 거짓에 다시 속게 되었다. 속은 자가 문제라는 자도 있겠지만 속인 자도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한일합방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의 저열하고 악랄한 사기적 행각을 용납하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러나 한일합방을 마치 스페인이 남미를 식민지로 삼은 것과 같은 모습으로 여기며, 스스로를 식민지를 겪은 저급하고 열등한 존재로만 비하할 필요도 없다. 일본은 조선을 무력으로 완전히 장악하기 어려웠고, 다른 관점에서 말해보자면 한일합방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일본은 꼼수로 조선을 속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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