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성과의 원동력은 팀원, 팀장은 그저 거들뿐

공공기관 팀장의 기쁨과 슬픔

by 대기만손

푸른 뱀의 해라는 을사년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12월은 어느 곳이든 막론하고 진행해온 각종 사업들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달이기도 하지만, 지난 1년 간의 성과에 대한 논공행상이 이루어지는 달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로 각종 상에 대해 얘기가 나오고 있고, 몇몇 부서에서 진행했던 내부 공모들도 하나둘씩 그 결과가 나오고 있다.


'2025년 적극행정 대상' 대상 수상팀, 콘텐츠IP전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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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행정 대상은 회사 감사실에서 주관하는 사내공모로 대상과 우수상에게는 기관장상도 주어지고 상금규모는 현 원내 공모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런 큰 공모에서 올해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몇일전에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수상의 의미가 더욱 배가되는 사실이 있으니 바로, 우리팀이 작년에도 이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2년 연속 대상 수상은 회사에서 적극행정 대상 공모가 시작된 이래 최초의 일이다.


'적극행정'이라는 것이 민간기업에는 생소한 단어일 수 있다. 문자 그대로 행정 업무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의미인데, 회사원이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 저렇게 의미부여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공조직에서는 어떤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른바 '선 넘는'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 민간조직에 비해 성과에 대한 보상은 부족하고 실패에 대한 책임도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악성 민원에 시달릴 소지도 있다.


고로, 공조직에서 적극행정에 대해 상을 받았다는 것은 꽤나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공익을 위해 해야될 일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은 '훈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내 목에 칼이 들어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실무자일 때 1회 적극행정 대상에서 우수상을 한번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 상임감사님이 열심히 하는건 좋은데 약간 위태로웠으니 조금은 조심하자고 했어서 살짝 등골이 서늘하긴 했었다.


이번 적극행정 대상 2연패의 주역은 메인담당인 IP 라이선싱 빌드업 사업을 비롯해 팀내 캐릭터IP 분야 사업 전반에 대해 관여도가 높은 대리급 팀원이다(빌드업 사업에 대해서는 아래의 이전 글 참고).

스몰 IP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1) https://brunch.co.kr/@jamescrowe/59
스몰 IP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2) https://brunch.co.kr/@jamescrowe/72


원래 캐릭터를 좋아했다던데 입사 이후 스탭부서에서만 있다가 2023년에 처음 사업팀으로 왔다고 한다. 첫 사업팀이지만 다행히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 장르가 있어서 열심히 했던 것 같고,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에이스급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이 팀원을 처음봤을 때 다른건 몰라도 본인의 일에 대한 열정은 정말 가득해 보였다. 특히 이런게 왜 있지? 싶었던 IP 라이선싱 빌드업 사업을 실효적인 사업으로 바꿔보려고 애쓰는 모습은 정말 기특했다. 그래서 그러한 노력이 듬뿍 담긴 개선안에는 나도 이 사업의 효용성에 대한 확신이 들어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기재부를 찾아가 발목을 붙잡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지켜내기도 했다.


중소 IP가 대기업과 실제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게끔 개선한 사업방향에 맞춰, 잠재력 높은 중소IP를 제대로 발굴하고 키워내기 위해 여기에 니즈가 있을 대기업들에 정말 수많은 콜드메일을 뿌려대었다. 그리고 대부분 거절을 당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팀원은 그냥 하고 싶은거 마음껏 할 수 있게 내버려 두는게 답이지 싶었고, 당시는 주임이었으니 주임이 예측하기 힘든 리스크만 한번씩 봐주면서 컨트롤해주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당시는 나도 팀장은 처음이라 어떻게 팀원을 매니징해야할지 갈팡질팡하던 때였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리더십 덕목 중 가장 잘 지키고자 했던게 '업무의 위임'과 '실무는 실무자가'였기에, 이런 원칙 하에 실무자들에게 최대한 맡겨보려 했다. 실무 때 잘해도 관리자일 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실무자와 팀장의 '다른 역할'에 대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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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는 이 팀원은 알아서 일을 척척해나갔다. 한번씩 대기업과 미팅이 잡히면 꼭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길래 몸은 좀 고달파도 웬만하면 같이 간 것이 내가 준 가장 큰 도움 아니었을까? 그전 팀장님은 회의에는 잘 안와서 대기업 미팅에 주임 혼자 나가니 뭔가 민망했었다고 한다. 하긴, 팀장급이라도 가서 같이 앉아라도 있어야 말에 힘이 조금이라도 더 실리겠다 싶어 적어도 자리는 열심히 지켰다.


그렇게 작년에는 IP 라이선싱 빌드업 사업으로 많은 성과를 냈고, 올해에는 이 사업과 더불어 콘텐츠IP 마켓이라는 팀의 가장 큰 행사도 메인담당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게다가 캐릭터 사업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연계나 협업도 이끌어내서 다양한 성과들을 만들어 내었다.


개인적으로는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해서 성과를 잘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한 일에 대해 노력과 성과를 잘 포장해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내공모 같은게 있으면 가급적 응모를 하려고 한다. 실무할 때 팀장이 시키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내는 편이었고 몇몇 공모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팀장이 되어 작성을 시켜야 하는 입장이 되니 꽤나 부담이 되었다. 그래도 짬에서 오는 촉이라고나 할까? 작년 적극행정 대상의 경우 메인 아이템으로 잡았던 IP 라이선싱 빌드업 사업의 개선방향과 성과가 괜찮다고 판단해서 무조건 응모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 팀원에게 한번 써보자고 했는데 다행히 흔쾌히 받아주었고 대상이라는 좋은 결과로 돌아와 다행이다 싶었다.


올해의 경우는 작년과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적극행정 대상의 취지에 어울리는 아이템은 떠올랐지만 또 이 팀원이 써야하는 상황이기도 했고 작년에 상을 받았기에 올해 또 줄까?라는 의구심에 밀어붙이기가 조금 애매

했다. 하지만 그래도 같이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응모했고, 또 다시 대상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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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을 어떻게 하면 잘 관리할까? 일을 더 잘하게 할까? 팀 성과를 더 높일 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정말 개개인이 모두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MBTI 같은 걸로 큰 틀에서 유형을 구분하긴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말 세밀하기 때문에 일반론으로는 절대 접근할 수 없다.


결국은 직접 팀원과 대면해 소통하면서 파악하고 그에 맞게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밖에는 없다. 그래도 이제 2년차 팀장을 하면서 조금씩 감이 오는 것은 일단은 팀원들이 열의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아닌 무대 뒤에서 전체 판을 조율하는 연출가의 마인드로 무장하는 것이 팀장으로서의 첫걸음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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