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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Oct 06. 2023

러시아에서는 라면에 마요네즈를 넣어 먹나요?

에 대한 진실과, 러시아에 와서 더 깊어진 라면사랑(?) 이야기

러시아와 라면

우리나라에서 ‘도시락’이라 하면 말 그대로 도시락을 떠올리는데, 러시아 사람들에게 ‘도시락’이라는 단어는 라면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 인스턴트 라면 시장의 1위,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게 바로 우리 한국 브랜드인 ‘도시락’이다.


러시아인 맞춤일까 봐 기대 않고 먹어봤는데 맛도 좋았다. 왜 인기 있는지 이해가 됐다. 한류가 인기를 끌고 한국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인기가 커지고 있고, 그래서 한국 라면의 인기도 덩달아 식을 줄을 모른다.


개당 1500원 정도에 팔리는 라면. 맛도 다양하고, 수퍼에서든 인터넷 쇼핑몰에서든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그런데 진짜 러시아 사람들은 라면에 마요네즈를 넣어 먹어?

러시아 사람들은 마요네즈를 정말 좋아한다. 음식에든 샐러드에든 즐겨 넣어 먹는데, 느끼한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추운 지역에 살아서 지방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인가?


아무튼 라면에 마요네즈 넣는가에 대한 질문에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먹는 사람이 많거나 대다수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워낙 특이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됐고, 그래서 한국 친구들도 나에게 “러시아 사람들은 라면에 마요네즈 먹는다며?”라고 묻곤 했다.


러시아 검색포털에 “마요네즈와 라면” 검색 하니 나온 이미지들 ㅎㅎ


하지만 내 눈으로 그렇게 먹는 사람을 본 적도 없었다. 회사에서도 컵라면을 먹는 직원들을 봐도 마요네즈를 넣어 먹는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주변 가장 가까운 러시아인인 남자친구에게 자문을 구했다.


- 나 : 나 아주 심오한 질문이 있어

- 남자친구 : 뭔데..? (긴장)

- 나 : 혹시 라면에 마요네즈 뿌려먹는 거 어떻게 생각해?

- 남자친구 : ……???  

- 나 : 라면에 마요네즈 넣어 먹어?

- 남자친구 : Это странно.. (=이상해..)


무슨 그런 조리법이 다 있냐는 눈으로 날 쳐다보며, 이상하다고 대답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나만큼이나 라면을 좋아하는 라면 애호가다. 일요일엔 자주 ”일요일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라고 90년대 광고 유행어를 외치며 짜파게티를 먹자고 한다. 라면 애호가인 그가 처음 듣는 조리법이라면 흔한 레시피는 아닌 건 맞는 듯하다.



러시아에 와서 더더욱 라면 없이 못 살게 된 나


나로 말하자면, 한국에 있을 땐 내가 라면을 그리 좋아하는지 몰랐지만, 러시아에 와서 보니, 난 라면 없이 못 사는 사람이었다.


내 휴대폰 갤러리에서 ‘라면’으로 검색하니 수많은 내가 먹은 라면 사진들이 검색 됐다. 머쓱했다. 이렇게 많이 먹었었나. ㅎ



사실 모스크바에선 손쉽게 신라면, 안성탕면, 진라면, 너구리, 참깨라면, 비빔면, 짜파게티, 짜파구리 등등 다양하게 구할 수 있다. 그래서 구입이 어렵지도 않다. 이렇게 활발히 판매된다는 건, 수요도 많다는 뜻이겠지? 모쪼록 나는 덕분에 각종 라면을 언제든 맛보며 살고 있다.


여행 후 술 한잔 곁들인 시원 얼큰한 라면. 김치도 필수다!


특히 남자친구 어머니가 해주신 완전 러시아 음식을 며칠 내내 먹는다거나, 여행 가면 그곳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남자친구의 신조에 따라 한국 음식을 오랫동안 못 먹다가 집에 오면, 내가 곧바로 취하는 행동 요령은?


즉시, 집에 오자마자 바로 라면 봉지를 뜯는 것이다.


팔팔 끓은 라면 물에 얼려둔 파와 땡고추를 넣고, 계란이 퍼지지 않게 하나 탁 풀어주면.. “그래, 이맛이지!” 싶다.


해외 여행 전, 라면을 잔뜩 산게 우습다며 사진 찍는 남자친구


재작년에 남자친구랑 해외여행 가기 전에, 내가 마트에 가서 여행에 들고 갈 컵라면을 잔뜩 사들고 왔다.


컵라면이 든 봉지가 캐리어 옆에 있는 걸 보고 그는 “와 내 여자친구 진짜 한국인ㅋㅋㅋㅋㅋ” 하고 박장대소하며, 라면이 웃기다고 라면을 연발 찍어댔다.


나보고 여행 가면 그곳의 음식을 먹으라더니, 내가 들고 간 라면 본인도 잘만 먹었다.


역시 라면은 누구에게나, 어디서든 옳다.


참깨라면 먹는 그
아르메니아 예레반 호수와 참깨라면


쏘울푸드가 된 라면


러시아에서 더 라면을 즐게 찾게 된 나.


요리할 힘도 없을 때, 뭔가 허할 때,

속을 달래주는 칼칼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러시아에서 흔하게 살 수 있고 접할 수 있어서 부담 없이 더 즐겨 찾게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 야식으로 먹은 한식당 라면. 2만원 꼴로, 이 한식당에서는 사치 메뉴다.


오늘도 열두 시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여행 후 내 속을 달래줬던 그때 라면들처럼, 오늘 야식으로 먹은 라면도, 지치고 허기진 나를 달래주었다.


러시아에서 더더욱 쏘울 푸드가 된 라면.


건강을 위해선 적당히 먹어야겠지만,

정신적으로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기에 적당히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고 합리화하며…러시아의 라면 판매량 증대에 일조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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