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초가 되는 회사 Yandex
러시아에 와서 깜짝 놀랐던 점 중 하나. 바로 IT분야이다. 옛날에도 러시아의 배달 문화에 대해서 쓴 적이 있는데, 이 역시 IT 환경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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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러시아의 IT 서비스의 근간을 닦은 기업,
Yandex 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Yandex
얀덱스라는 회사가 있는데, Yandex는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나 다음에 해당된다. 내가 사용하는 택시 어플, 기차와 지하철, 내비게이션과 지도 어플 모두 Yandex 거다.
교통뿐 아니라, 여행 플랫폼도 있어
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고 스카이스캐너로 항공권을 예매하던 나는, 제재로 인해 이 어플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됐는데 Yandex Travel 하나로 교통편과 숙소, 심지어 투어도 손쉽게 예약한다. 국내여행은 그래서 문제가 없다.
편리한 점은, 포인트도 Yandex 어플끼리 연동돼 있어 한번은 5천 원에 호텔을 예약한 적도 있다.
부동산도 Yandex로
우리나라로 치면 직방, 다방에 해당되는 Yandex Real estate 어플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필터링을 통해 조건을 넣으면 내가 원하는 지역에,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부동산이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어플을 통해 부동산 중개인 컨택도 손쉽게 가능하다.
나의 문화생활을 책임지는 Yandex Afisha
또 내가 정말 즐겨 쓰는 어플은 Yandex Afisha.
콘서트나 공연, 전시 등 문화생활 관련 어플인데,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손쉽게 보고 예매도 된다.
왼쪽 사진 화면에서처럼 날짜별(오늘, 내일, 원하는 날짜 설정), 이벤트별(영화, 콘서트, 극장, 전시, 스포츠, 아이들 행사, 개그쇼), 장소별로 살펴보기 가능해 매우 편리하다. 결제도 연동돼 있고, 인터페이스도 보기 좋게 돼있어 사용에 불편함이 없다.
내 발이 되어주는 Yandex Go
하지만 단연, 뭐니 뭐니 해도
국민 애플리케이션인 건 바로 Yandex Go.
Yandex 망이 구축된 도시에서 택시를 길에서 잡는다고 하면 다들 왜 그러냐는 눈으로 쳐다본다. 얼마 전 한국인 지인도 공항에서 시내로 오는 택시, 3만 원이면 될걸 택시기사가 30만 원을 불렀단다.
Yandex Taxi를 사용 않는 관광객에게는 그렇게 사기를 칠 수 있지만, 모스크바에서 그렇게 택시를 부르는 사람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 관광객 말고는 없을 것이다.
택시를 부르면 5-10분 내 택시가 잡히고, 정확히 내가 있는 곳으로 온다. 결제도 연동해 둔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식으로 되고, 정확히 내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모스크바는 지하철이 잘 돼있기도 하지만 Yandex Taxi가 너무 편리해서, 차 살 필요를 못 느낀다.
택시는 클래스 별로 가격도 다르다.
Economy가 가장 저렴하다. 그런데 Economy 택시 아저씨들은 주로 “어느 나라에서 왔니 결혼은 했니” 등 다소 귀찮게 구는 분들도 있었고, 재수 없으면 냄새나는 차가 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다음 클래스인 Comfort를 주로 이용하며, 추천한다.
부모님이 러시아에 놀러 오셨을 때, Business 클래스를 주문해 봤다. 멋진 외제차가 왔고 양복 입은 아저씨가 문을 열어줬다. 말 그대로 회장님 대접을 받은 재밌는 기억이 있다.
나의 출근을 책임지는 전동 스쿠터 예약도 Yandex Go에서
요즘 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바로 ‘전동 스쿠터’. Samokat이라 불리는 그것이다. 단돈 천 원에 20분 거리를 5분 만에 갈 수 있다.
지각이다? 그러면 무조건이다!
우리 집 1층에 가면 마치 내 전용 전동 스쿠터들 인양 바로 앞에 주차돼 있다. Yandex Go 어플로 스쿠터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찍고 시작하기 누르면 바로 이용 가능하다. 반납도 회사 1층에 바로 돼서 너무 편리하다.
음악, 영화, 쇼핑몰, 배달 플랫폼까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멜론이나 지니 등등처럼 러시아인들의 음악감상을 책임져주는 Yandex Music도 있고, 러시아의 넷플릭스 같은 Kinopoisk도 운영한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까지 다양하게 있어 나도 즐겨보았다.
그리고 Yandex Market이라는 우리나라의 지마켓 같은 플랫폼도 있다.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팔아 자주 이용한다. 카테고리별 쇼핑도 가능하게 돼있어 매우 편리하다. 이외 배달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는 Yandex. 사업 영역이 매우 넓다.
놀라운 기술력을 가진 IT 강국 러시아
이런 것만 봐도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편리하게 러시아에서 생활할 수 있는 이유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의 우주인을 자랑하는 기술 강국이었고, 지금도 비단 Yandex 뿐 아니라 여러 애플리케이션, IT 회사들을 통해 이 나라가 IT 강국임을 실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재 유출
현재 IT 인재들이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를 많이 떠났다.
작년 전쟁이 터지고 2개월 만에 약 7만 명의 IT 기술자들이 러시아를 떠났고, 현재 약 100만 명이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말했듯 해외 경험이 있거나 한 젊은이들은 현 사태에 대해 비판적이며, IT기술자의 경우 더더욱 원격 근무가 용이해 해외로 많이 떠났다.
이에 정부는 현지에서 군사 동원령을 해도 IT 회사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징집하지 않는다거나, 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때에도 IT 종사자 대상으로는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제공한다던지 하는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IT 인재들의 유출은 불가피해 보인다.
친정부 세력으로 경영자 교체
Yandex의 창업자 아르카디 볼로 쉬는 현 사태에 대해 '침공은 야만적이고 이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라고 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후 해외로 가고 싶어 하는 IT기술자를 이민 보내기 위해 애써왔다고 했다. 그런 그는 작년 6월 얀덱스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Yandex는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모회사는 네덜란드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수익을 주로 창출하는 기업을 분리해 내려 조정하고 있으며, 현 CEO는 연방 회계감사원장을 사임하고 얀덱스로 합류한, 친정부 인사 알렉세이 쿠드린이다. 그는 볼로즈의 지배 지분 매각을 추진해오고 있다.
앞으로 Yandex의 미래는?
내가 처음 러시아에 온 약 2년 전, 전쟁이 터지기 전만 해도 현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Yandex 주식을 사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로 많이 산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가 비우호국으로 지정되며 그 주식을 매각하지도 못하고 있어 애로가 많다.
더욱이 이렇게 경영이나 기술이 아닌 정치에 의해 경영진이 결정되며 IT기술자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워낙 잘 틀을 닦아놨기에 여전히 견고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Yandex에서 활발히 다른 IT 기업으로부터 인재를 영입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Yandex 역시 인재 부족을 걱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IT강국에서 온 한국 사람 역시, 편하다고 인정하는 Yandex의 여러 플랫폼들을 소개해보았다.
국제적인 IT 기업이 될 수 있었던 Yandex. 앞으로 상황들이 나아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을지, 아닐지.. 어떻게 될지 지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