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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Jul 23. 2023

지극히 주관적인, 러시아와 한국의 문화 차이(3)

생활 속에서 느끼는 차이점들

화장실에서

이건 우리나라가 유독 잘 지키는 매너인지 모르겠다. 러시아에서도 그렇고 서유럽 국가나 최근 다녀온 터키에서도 화장실에 있으면, 똑똑 노크 없이 문을 재껴대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문이 닫혀있으면 무조건 ‘똑똑’ 노크를 하는데, 처음 러시아에 왔을 때 화장실에 있는데 문을 그냥 벌컥벌컥! 하고 열길래 (잠겨 있었지만) 굉장히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따라서.. 러시아 여행 초심자라면 필. 히. 화장실 문을 잠그는걸 절대 잊어서는 안 되겠다.




횡단보도에서

횡단보도에서는 참 편리하다. 러시아 교통법규 때문에 보행자가 ‘건너려고’만 해도, 차는 무조건 서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처럼 오른쪽 왼쪽 살피고 차가 안 올 때 조심스레 건너는 게 아니라, 보행자들은 파워 당당한 발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다. 그러면 일제히 빠르게 달리는 차들도 다 서기 시작한다. 내가 러시아에서 운전을 하지 않는 것도 사실.. 나는 저렇게 달리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행자를 위해 스무스하게 속도를 줄일 자신이 없기 때문인 점도 한 몫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을 수는 있으니.. 길건 널 때는 항상 조심!)




도로에서

횡단보도에서 양보받았다고, 운전 도로에서 양보받는 것은 아니다. 사실 러시아에서 운전을 해보신 일부 분들은 러시아 운전 매너가 더 젠틀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택시 뒷 좌석에 앉아서 내가 봤을 땐.. “와, 이렇게 끼어든다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더욱 터프한 운전 스타일을 가진 러시아다.


또 무엇보다 충격받았던 건, 도로 곳곳에 서있는 도로경찰들이다. 모스크바가 많이 발전하면서, 살아가면서 이런 부정부패들을 몸소 체험할 일이 크게 많지는 않은데 도로에서는 이걸 쉽게 접할 수 있다. 내가 운전자가 아니어서 러시아의 도로법규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심심치 않게 “너 이리 와”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이때 벌금 대신 자신에게 돈을 쥐어주면 기록에도 남기지 않겠다고 하며 돈을 받고 보내준다.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러시아에는 ‘남자는 힘이 세고 여자나 노약자를 배려해줘야 한다 ‘는 인식이 참 강하다. 한 번은 내가 모스크바에 학생 시절,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을 타러 가려한 적이 있다. 영차영차, 캐리어를 들고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어떤 남자분이 “들어줄까요?”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잔뜩 경계했지만, 눈이 착해 보인다는 생각을 핑계로, 무거운 캐리어를 맡겼다. (지금 생각하면 겁도 없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는 정말 도와준 것이었는데, 사실 러시아에선 이게 굉장히 흔한 일이다.


무거운 걸 들은 여성을 보면 늘 들어주고, 문도 항상 남자가 열어주며,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남자가 앉아있고 여자가 앞에 서 있는 경우, 무조건 양보해 준다.. 마치 이곳 사람들에게는 ‘노약자가 앞에 있는데 양보 안 해주면 진짜 나쁜 사람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이럴 땐 이런 인식이 편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한편 이러한 인식 때문에 ‘여자가 집안일을 한다’는 식의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더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란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친절’. 한국은 ‘어서 오십시오 공주님~~~~’ 하면서 소위 ‘가식’스러운 친절 문화를 베푼다. 물론 무뚝뚝하게 하는 것보다 훨씬 좋지만, 이런 한국에 비해 러시아인들은 ‘가식’을 정말 싫어하는 민족답게, 다소 무뚝뚝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서비스 문화를 가지고 있다.


최근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지역은 많이 바뀌긴 했지만, 한국처럼 빵끗빵끗 미소를 지어 보이기보다는 말투를 포멀하고 정중하게 갖춤으로써 서비스 문화를 행한다.


다른 두 번째 문화는 ‘팁’ 문화이다. 러시아에서도 어느 순간 생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점원의 서비스를 제공받은 경우에는 적으면 100 루블에서 많으면 500 루블 정도의 팁을 주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테이블별로 담당 점원이 정해져 있다.




이렇게 내가 느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나의 경험에 의거한 차이점들을 살펴보았다. 정서적으로 비슷한 면도 많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차이점들도 굉장한데 어떤 부분은 나에게 편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들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건 참 흥미로운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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