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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Oct 14. 2023

후회하는데 후회하지 않는 러시아에서의 음주!

술 마시기 딱 좋은 나라, 러시아

바뀐 러시아의 술 문화

사실 음주량으로 치면 우리나라도 지지 않을 것 같지만, 러시아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보드카가 떠오를 정도로 술이 유명한 나라다. 아마 러시아를 생각하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



실제로 9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알코올 중독 이슈는 러시아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였다. 옛 제정 러시아 시대에 있던 금주령을 1921년 소련 당국이 폐지했다. 소련 정부가 알코올을 권장한 건 아니지만, 금지하진 않았다. 소련 정부가 새해가 되면 샴페인을 가정에 배급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도 있다. 그로보아 소련 때에는 술에 대해 그리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결국 1970년 대 말, 소련의 알코올 소비량은 소련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다 1984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연간 10.5리터를 기록했다. 일부 사람들은 소련 경제가 침체된 이유 중 하나가 엄청난 알코올 중독 때문이었다는 말도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위 그림처럼 술을 사랑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집에서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 연방이 세워지고 나서는, 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면서 지금은 저렇게 보드카를 마시는 사람은 많이 없다. 비록 2010년경 알코올 소비량이 잠시 늘기도 했지만, 보드카에 대한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독주 소비량은 줄어드는 것이다.


독주를 마시는 사람보단, 일상에서 식사나 친구를 만나며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2021년에 히트를 쳤던 Pivosavr (맥주 사우르스)  티셔츠 로고. 술을 대놓고 좋아하면 맥주공룡이냐며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남자친구도 한국에서 사는 동안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지겹도록 받았던 질문이 이거라고 한다.


보드카 좋아해요? 보드카 많이 마시죠?


하지만 이제, 러시아는 이제 술 문화가 매우 많이 바뀌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 해도, 러시아에서 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아..ㅎ 정말요..?" 하는 반응을 볼 수 있었다.


평소 술을 즐기는 나로서는 "맥주를 좋아한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가씨가 신기하네' 하는 눈빛을 받곤 했다.


와인을 좋아한다고 하면 반응이 괜찮았는데(?) 맥주를 좋아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단 평가를 받을 수 있구나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 (아마 와인은 분위기 즐기려고 마신다거나, 조금만 마시는 고상한 술이란 느낌이 있어서 그런 듯 하다.)


맥주에도 그런 반응인데, 보드카를 좋아한다고 했으면 ‘저 사람 뭐야’ 하는 눈빛을 받았을 것 같다.


러시아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다. 회식을 할 때도 우리나라보다 술을 거나하게 먹는다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대부분 맥주나 와인을 한두 잔씩 식사와 곁들여 먹고 끝이다.


러시아의 술 문화에 대한 인식이 이제 바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러시아에서 내가 즐긴 술! 술! 술!

그런데 확실히 러시아에 맛있고 즐길 수 있는 술이 많다. 가끔 막걸리 같은 우리네의 술이 그립긴 하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선 회식 때문에 먹게 되거나 친구들과의 신나는 분위기 때문에 부어라 마셔라 했다면, 여기서는 혼자 술을 즐긴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새로운 술도 다양하고 내가 좋아하는 술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슈퍼에서 사다가 혼술을 즐긴다거나, 분위기 좋은 펍에 가서 다양한 생맥주 맛을 즐기는 때가 많았다. 비록 덕분에 살은 쪘지만, 러시아에서의 생활에 큰 위안을 주었던 문화생활(?)이었다.


내가 러시아에서 열심히 즐겨본,

러시아의 술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보드카

사실 보드카는 혼자 즐기진 않지만 대표적 러시아 술이기에 먼저 소개해본다.


보드카는 녹물, 곡물 등으로 만드는 40도가 넘는 독주다. 폴란드와 러시아 사이에 원조 논쟁이 있다고 하나 폴란드가 사실 원조라는 썰이 지배적이라 하며 폴란드 사람들은 보드카 부심이 있다 한다. (언젠가 폴란드 보드카도 한 번 먹어보고 싶다.)



한국에선 앱설루트 보드카를 많이들 먹는데, 러시아에서는 보통 Russian Standard (루스끼 스딴다르트), 벨루가, 짜르스까야(황제)를 많이들 먹는다.


러시아 친구들과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지만, 한국 분들과 회식 자리에서 꼭 등장하는 보드카.


현지에서 소주보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그리고 ‘우린 러시아에서 사는 사람들이니까!’이라는 마음으로 찾으시는 것 같다.


(좌) 루스끼 스딴다르트, (우) 짜르스까야


가격대는 다양하지만, 위 두 위스키는 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앱설루트보다는 숙취가 덜하고 맛도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짜르스까야는 현지에 오래 사셨던 한국 교민 분과의 술자리에서 알게 됐는데, 새로운 발견이었다. 한국에서 잘 살 수 없기도 하고, 가격 대비 맛이 깔끔하여 기념품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와인

러시아에 와서 내가 제일 많이 마셨던 술. 바로 와인이다. 어쩜 이렇게 싸고 맛있는지!


내가 즐겨 사 먹는 와인은 조지아 와인이다. 우리나라엔 잘 안 들어오지만, 러시아는 가까워서 그런지 조지아 와인이 싸고, 참 많다. 500 루블 (7천 원 정도) 인걸 먹어도 실패하지 않는다.


조지아는 세계 최초로 와인이 생긴 곳이라 하는데, 특이하게도 오크통이 아닌 이런 토기로 와인을 만든다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포도 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 등등처럼, 조지아에서 잘 나는 포도 품종이 따로 있다.


그 종류가 매우 많고, 익숙하지도 않아 그냥 슈퍼에서 이거 저거 사 먹다 보니 알게 된 건데, “사페라비”라는 품종과 “무쿠자니” 품종을 먹으면 무조건 맛있었다.


아직 새롭게 도전해 볼 품종이 많아 설렌다.

사페라비 와인들


그리고 비단 조지아뿐 아니라, 러시아 남쪽인 크름 지역에서도 와인을 잘 만들어낸다.

만원도 안 하는 맛 좋은 러시아 와인들


2021년 쯤, 러시아인 직원이 크름 반도에 휴가를 다녀와서 거기 와이너리를 다녀왔다며 로제 와인 한 병을 선물해 줬는데 너무 맛있었다. 단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산뜻한 과일향이 디저트 와인으로 딱이었다. 나도 한 번씩 집들이 갈 때 그 와인을 사서 가곤 한다.


써져 있는 글귀도 뭔가 신세대(?)를 저격하는 듯 위트 있다.


- “누구와 자는지 중요하지 않아. 누구와 마시는지 중요하지. My Riesling”

- “극단주의자 거나, 인종주의자 거나 사기꾼이면 마시지 마요. My white”


ZB (Золотая балка (황금 골짜기)) 브랜드 와인


1인 가구를 위해 2천 원 대에 괜찮은 미니 보틀 와인을 팔기도 한다.



맥주

와인과 함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술, 맥주다.


사실 한국에선 술자리에서 주로 카x, 하이x 등 맥주를 먹거나, 편의점에서 4캔 만원하는 수입 맥주를 먹곤 했다. 러시아도 맥주가 맛있어서 맥주 생활을 제법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오른쪽) 내가 좋아하는 흑맥주 코젤


러시아 슈퍼에서 찍은 사진이다. 보시다시피 캔맥주를 많이 파는데, 가격이 저렴하다. 천 원 대면 저 큰 맥주를 살 수 있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맥주 중 하나는 Baltika (발찌까) 라는 맥주다. 사진에서 보듯 0부터 9까지 있다.


발찌까 0 은 제로 알코올이고, 1,2,3,4,5 차근차근 올라가 9 도수가 제일 세다. 클래식 라거(4.8%)인 3번을 흔히들 마시는 것 같고, 수출용인 7번도 많이 만들어 내서 그런 건지 러시아 슈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종류는 아니지만, 러시아에 놀러 오시는 분들이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어 하는 맥주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캔맥주다. 러시아에서 만든 생맥주 브랜드 Salden’s. 종류도 진짜 다양하고 생맥주 집에 가서 먹는 듯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초콜릿 스타우트맛이 꾸덕하니 정말 맛있다. 금요일 저녁에 치킨을 포장해 와 이 캔맥주와 먹으면 거기가 바로 지상낙원이다.


하지만 이 맥주는 아직 유통망을 여기저기 못 뚫은 건지, 우리 집 앞 슈퍼 아니면 일부 식당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슈퍼 맥주뿐만 아니라

내가 러시아 맥주를 정말 사랑하게 된 건

생맥주 집에서 뽑아주는 맥주가 진짜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내가 수없이 소비했던 러시아의 생맥주들.


생맥주 집을 어느 동네에서든 쉽게 찾을 수 있고, 좋은 분위기에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쉽게 맛볼 수 있다. 맥주 밀도나 색깔만 사진으로 봐도 참 다양하단 걸 볼 수 있다. 이렇게 사진을 올리고 보니, 내가 러시아에서 찌운 살이 다 요 친구들 때문인가 보다 싶다.


하지만 후회는 않는다.

이 즐거움이 없었다면 여기서의 생활이 많이 단조롭고 적적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 돌아가면, 퇴근 후 집 근처 펍에 가서 여러 맥주 중 하나를 골라먹던 재미나, 하루의 피로를 시원하게 내려주던 이 친구들이 그리울 것 같다. (물론 한국 가면 또 그 동네의 괜찮은 펍을 찾아내겠지만ㅎ)




위스키, 코냑, 차차

서양 위스키나 일본 위스키는 가격대가 6-10만 원대가 된다. 굳이 여기서 먹을 메리트를 못 느껴서 굳이 찾아먹진 않았지만 종류가 다양하긴 했다.



다만 러시아에서 즐기기에 메리트가 있는 술 중 하나!

바로 아르메니아의 코냑과, 조지아의 차차다.


역시 조지아 와인처럼 러시아에서 들여오기가 수월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조지아의 ‘차차’는 증류주로 40도 정도 되는 독주다. 오이와 곁들여 먹기도 하는 차차는 조지아에서 흔히 먹는 술 중 하나로, 체험해 볼 만하다.


흰 색 긴 병이 차차. 약 15,000원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술 중 하나는 바로,

아르메니아의 코냑.


원래 프랑스 남서부에서 나는 브랜디를 코냑이라 하는데, 블라인드테스트에서 프랑스를 이겨먹고, 아르메니아의 코냑도 ‘코냑’이란 명칭을 쓰는 걸 인정받았다 한다.


얄타회담에서 처칠은 스탈린이 대접한 아르메니아 코냑에 단단히 빠져버렸고.. 1년에 400병을 받아먹었다 할 정도로, 아르메니아의 코냑. 깔끔하고 맛있다.



마지막으로 아르메니아에서 아르메니아 코냑을 먹어본 후기를 담은 내 유튜브 브이로그를 덧붙이며 오늘의 포스팅, 아니 “술”스팅을 마쳐본다!


https://youtu.be/FmJVcVEVfTw?si=7CpZ_foBwPjc1-7_



p.s.

많이 마시면 후회하지만,

즐길 수 있는 정도로 마시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는 술의 세계!


모두들 적당히 즐기며 드시길 바랍니다 :)

(는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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