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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Sep 01. 2023

우당탕탕, 러시아에서 병원 가기

말한테 밟힌 사연에서부터 병원 간 이야기까지

며칠 전 회식을 하고 길에 서 있는데, 식당 앞에 말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밤이 되면 한 번씩 길에 이렇게 말타기 체험을 시켜주는 분들이 돌아다닌다.

구경을 하다가 길을 지나가려 했는데 말이 내 발을 밟아버렸다.. 왕발가락이 와그작. 했는데 술기운에 그리 아픈 줄 모르고 집에 왔다.


그리고 그다음 날 너무 아파서 발 딛기가 힘든 정도가 됐고, 푸르댕댕하니 발과 발톱에 멍이 들어 있었다. (혐오스러울 수 있으므로 사진은 붙이지 않겠다.)


하지만 주변 한국 분들로부터 일반 러시아 병원들에 대한 악명을 들어왔고, 그렇다고 주재원들이 많이 가는 병원에 가자니 금액이 비싸 고민 중이었다.


이번엔 그냥 참아볼까? 하고 있었는데.. 결국 남자친구가 못 참아하며 병원에 끌고 갔다.




무섭게 느껴졌던 모스크바에서 병원 가기

현지 한국인들 사이에서 러시아 병원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은 편이다. 물론 한국만큼 의료 보험, 의료 기술이 좋은 곳이 잘 없으니 그럴 수 있지만, 한 번씩 교민분들로부터 “병원에서의 썰”을 들어보면 ‘아 여기서 아프면 안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분에게 들은 썰은,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 기다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치유가 됐는데, 병원에서 나가려 하니 못 나가게 해서 서약서를 쓰고 겨우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땐 너무 충격적이었다.


내 생각엔 그 경험은 불과 5년 전 모스크바와 지금의 모스크바가 다르다 하니, 지금 그런 일은 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내가 겪게 되면 썩 유쾌하지 않을 경험담이었다.


내가 간 병원에선 그런 건 없었지만.. 내가 가본 병원은 비용이 너무 비쌌다. 주재원들이 자주 가는 G 모 병원인데, 영어가 된다는 장점이 있어 사람들이 자주 간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랑 약 3분간 아주 간단한 상담을 했고 선생님의 진단은 “자연 치유하시면 돼요” 였는데 그 말한마디 해주면서 20만 원을 청구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코로나 때, 집으로 방문진료를 요청했는데, 코로나 검사를 해주고 사 먹어야 하는 약을 알려주고 갔다. 이때 약 50만 원이 청구됐지만 코로나 환자의 집에 방역복을 하고 통역원과 대동해서 온 것을 고려하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지도 약속한 날짜에 나오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회사에 제출을 늦게 하면 안 되던 상황이라 잔뜩 마음 졸였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추천하는 병원은?

이번에 남자친구가 데려다준 병원은 참 괜찮았다. 이럴 때 “현지인이네..”하고 실감하곤 한다.


поликлтника.ру 폴리클리니카 라는 병원. 거의 동네마다 있다.


비록 러시아어만 사용 가능하지만 의사 선생님도 친절하고, 비용도 저렴하며 그전 G 모 병원보다 성실한 검사와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어플을 깔아서 예약을 손쉽게 하고 갈 수 있어 참 편리했다. (Poliklinika.ru)라는 병원이다.


어플로 예약 관리가 편하다.


남자친구가 “저희 이제 왜 다쳤는지 말할 건데 웃지 마세요 “ 하며 내가 다친 경위를 설명해 줬다. ”말한테 밟혔는데요.. “ 하니 의사 선생님은 에이 그 정도는 별거 아니라며, 발을 살펴보거니 꼼꼼히 발 여기저기를 체크했다. 엑스레이 결과 골절이 됐다며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그려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이번엔 남자친구가 도와줬지만, 외국인이라고 쉽게 설명하려 해 주시고 그림까지 그려주시는 걸 보면서 다음엔 혼자 와도 되겠다 싶었다. 병원비도 7배나 싸서 만족스러웠다.


진단해 준 약을 바르며 한창 치료를 하고 있는데, 회복이 빨라 또 만족하고 있다.




추가+) 모스크바에서 갈 수 있는 병원

여기 말고도 참고할 수 있는 병원도 붙여보겠다. 얼마 전 주 러시아 한국 대사관에서 매우 유용한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이름하야 ”2023 모스크바 의료 안전 가이드북“. 상황에 따라 어떤 병원에 갈 수 있는지, 연락처 등 좋은 정보들이 많이 있어서 참고할만하다.


https://overseas.mofa.go.kr/ru-ko/brd/m_21881/view.do?seq=74&page=3


이 중에서도 내 주변분들이 많이 다니는 병원은 두 곳 정도가 있다. G로 시작하은 병원이 내가 간 비쌌던 병원이다. Medsi라는 병원은 러시아어만 되지만 큰 종합병원이고 비교적 체계적인 진료를 한다고 하는데, 난 아직 가보진 않았다.




해외에서 아픈 것보다 서러운 게 없는데, 아플 때 병원 가서도 여러모로 고생하면 참 서럽다. 이 글이 누군가의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한다. 해외에 있을 땐,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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