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의 무리들, Z가 뭔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회의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지만, 처음 분위기에 비해 지금 오히려 프로파간다로 인해 그의 기존 지지층들은 더욱 '이 전쟁으로 우리가 불쌍한 이들을 구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승리를 바라야 해' 하며 견고해지기도 했다.
실제로 집에서 러시아 방송을 틀면 그곳에서의 전쟁을, (마치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과의 싸움에서 이긴 전쟁을 자랑스러워하듯) 이 나라 사람들이 숭고하게 기리는 '대조국 전쟁' 당시의 전쟁 마냥, 숭고화/영웅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더욱이 유럽과 서방이 러시아를 괴롭히지만 '멋진 우리나라는 잘 해낼 수 있어!'라는 의식을 심어준다.
Z라는 표식은, 러시아군이 적군/아군을 구별하기 위해서 장갑차 같은 곳에 표기하면서 시작되었는데, За победу (Za pobedu, 승리를 위하여)라는 단어에서 Z를 따온 것으로, 러-우 전쟁에서의 러시아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표식이 되었다.
현지에서도 Z 표시가 들어간 옷이나 가방을 멘 사람들, 그리고 차에다가 Z 표시를 붙인 사람들도 간간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내 곳곳에서도 Z 표시를 볼 수 있었다. 모스크바의 경우, 소뱌닌 시장이 다소 (그나마) 깨어있어서 이곳저곳에 그 표시를 설치하진 않았지만 그 역시 빅브라더의 아래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간간히 그 표식을 설치 안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새해 명절엔 모스크바의 주요 명소에 이런 식으로 장치물들이 설치되기도 했다.
더불어 이 전쟁을 시작한 그 인간(?)의 정치적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니, 지하철 곳곳에서도 매우 쉽게 Z표식을 볼 수 있었다.
이 전쟁이 너무 지독하도록 미운 나로서는 사실 이제 Z만 봐도 알레르기가 날 정도로 싫고, Z표시를 보란 듯이 입고 '나는 애국자야' 하고 콧대 높게 앉아있는 인간들을 보노라면, 순간적으로 괜히 뒤통수를 갈겨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휴 프로파간다의 피해자들' 싶기도 하면서 참 언론과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기도 하였다.
나와 너, 우리나라와 너희 나라의 구분 속에서 우리나라의 행동을 정당화하긴 쉽다. 또한, 내 삶이 보장된다면 나에게 해가 될 것도 없다 생각하기 쉬우며, 나의 고통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프로파간다는 더욱 쉽게 먹힌다. 더욱이 ’ 멋진 ‘ 우리나라의 숭고한 결정이라고 상상한다면, 또 이게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믿음이 있다면 더욱더 옹호자들은 본인이 옳고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국가의 편에 서서 의견을 내는 건 반대편보다 더 쉬운 일이기 때문에, 프로파간다가 퍼지는 것은 더욱 빠르게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Z 무리에 속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이 나라의 통계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통계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보고, 체감하는 바로 얘기하자면 소련을 살았던 노년층의 경우는 소련 시절의 영예를 바라며, 대부분이 이나라 빅브라더를 따르고 있다. 그들은 주로 TV를 통해 소식을 접하기 때문에 프로파간다에 매우 취약하다. 더불어, 그 시절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에겐 우크라이나도 소련의 일부였기 때문에 하나로 통일하는 것에 대해 나쁘다는 인식이 없어 보인다.
다만, SNS를 통해 외국 소식을 접했고, 외국 경험을 많이 해본 깨어있는 계층들의 경우 이 전쟁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본인이 러시아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여전히) 권위에 반발하면 당신의 목숨은 위험해진다는 이 분위기로, 회의감을 가지고 이 전쟁에 마음 아파하는 이들은 대규모로 쉽게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징집될 바에 떠나겠다는 이들은 고국을 떠나기도 하였다. 또 한 번의 징집령이라던지, 참고 참았던 국민들의 감정에 불을 지필만한 사건이 아니라면 현재로서는 변화가 일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모이고 의견을 나누고 소리 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무래도 큰 변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거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