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아침마다 세 아이를 챙기다 보면 빨리 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세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도 출근을 해야 하니 마음은 급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뭐가 그리 여유로운지 나와는 다르게 서두르는 법이 없다.
“세수는 했니?”
“밥은 왜 안 먹어?”
“로션은 발랐니?”
아이가 세 명이라 한 명 당 한 개의 질문을 던져도 나는 세 번의 질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계속 묻는다. 아이들은 여전히 시선을 TV에 고정한 채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얘들아!”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은 슬금슬금 움직인다. 아침마다 정신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TV를 치워버리고 싶지만 남편이 반대해서 없앨 수도 없다. 아이들은 준비했고 나는 아이들을 도왔다.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눈앞에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빨리 해결을 해야 한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까지 조급한 마음을 잔소리로 표현한다. 등교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준비를 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져서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잔소리하며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지만, 입에서는 잔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엄마, 빨리빨리!”
외출하기로 약속 한 시간은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그런데 한빛이가 재촉한다. 나는 시간이 남았다고 얘기한 후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5분 후 한빛이가 다시 나를 부른다. 빨리 준비하라고 말이다. 아침 등교 준비를 하는 내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내가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한 행동들이!’
조급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아침마다 잔소리했다. 나는 약속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아이들이 지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들을 재촉한 것인데 아침마다 아이들이 느꼈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무척이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않는 것이 내 신조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내가 행하고 있다.
“얘들아, 지금 출발 10분 전이야.”
나의 말에 아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아침에 잔소리를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잔소리를 안 하려니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서두르라는 재촉의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꿀꺽 삼켜버리고 입을 닫았다. 그리고 출발 10분 전에 한 번 상기시켰다. 그러자 넋 놓고 있던 아이들이 후다닥 움직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마음 편하려고 아이들을 재촉하고 잔소리를 한 것 같다. 아이들은 등교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재촉하니 하려던 마음이 식었던 것 같다.
잔소리를 안 하면 아이들이 잘못될 것 같은 불안감에 아이들을 재촉했다. 결국엔 나의 불안을 잔소리로 해소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오히려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 찬찬히 등교 준비를 했다. 큰 아이들은 5학년이라서 나름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막내는 아직 1학년이라서 조금 더 도와줘야 했다.
보는 내가 속이 터져서 그렇지 아이들은 등교 준비를 착실히 했다. 특히 큰 아이는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에 알람을 맞춰 두었다. 그리고 둘째가 늦을라치면 시간이 촉박함을 떠올려주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침 전쟁이 끝났다. 잔소리를 안 하려는 내가 오늘도 승리했다.
“엄마는 우리한테 빨리빨리 하라고 하면서 왜 제가 안아달라고 하면 기다리라고 해요?”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안아달라기에 기다리라고 했더니 한빛이가 묻는다. 아이의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서두르지 않으면 놓치는 일들이 많다. 외출 준비만 해도 아이 셋에 나까지 네 명의 준비를 해야 하니 마음이 조급했다. 외출 시에 필요한 물품 하나만 빠져도 나중에 불편한 상황이 생기므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아이들은 나를 닮아 물을 많이 먹는 편이다. 그래서 아이 하나당 물병 하나는 필수다. 막내를 위한 여벌 옷, 물티슈, 구급약, 위생 백, 간단한 간식 등등 이래저래 준비하다 보면 가방 하나는 내 몫이 된다. 모든 준비를 해야 하니 아이들에게 자꾸 물었다.
‘준비했니?’, ‘가져가고 싶은 거 없니?’, ‘필요한 거 챙겼니?’
불안한 나의 마음을 자꾸 아이들에게 독촉이라는 형태로 전했다. 나의 조급증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나 보다. 아이들도 어느새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빨리 챙겨라’, ‘빨리 먹어라’, ‘빨리 입어라’, ‘빨리 가라’
나는 빨리라는 단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너무도 자주.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빨리 빨리라는 단어로 아이들을 재촉해서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11시에 출발할 거야. 5분 전까지 준비를 마치지 않으면 가고 싶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엄마 혼자 갈 거야. 그러니 미리 준비하렴.”
외출하기로 정한 날, 아이들에게 미리 얘기했다. 매번 아이들을 재촉하는 일이 발생하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똑같은 일이 매번 반복된다는 것은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부분을 찾아 고쳐야 한다.
평소와 다른 나의 말에 아이들은 눈치껏 행동했다. 아이마다 달라서 한 명은 미리 준비를 마치고 할 일을 했고 한 명은 시간이 다 되어 준비했다. 한 명은 반은 먼저 준비하고 반은 시간이 임박해서 준비했다. 이렇게 세 명의 아이 모두 준비하는 방식이 달랐다. 하지만 내가 정해준 시간 내에 모두 준비를 마쳤다.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빨리빨리’를 외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준비를 마쳤다. 아이들이 기특하기도 했고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불안감만 조장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나의 불안한 마음을 ‘빨리빨리’라는 단어에 담아 아이들을 채근하고 독촉하고 조급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마음에 담긴 불안을 살펴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아이들 탓만 했다. 이렇게 잘하고 이렇게 본인의 생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인데 그 예쁜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 큰 아이가 둘째에게, 둘째가 셋째에게 빨리빨리 하라는 독촉의 행동을 본 후 나는 반성했다. 나조차도 싫어하는 조급증. 이것을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은 옳지 않다. 조급한 엄마는 조급한 아이를 만든다. 조급한 엄마는 아이들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그런 것들은 우리 아이에게 줄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아이들과 외출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30분이라면 1시간 전부터 준비해 보자. 그러면 마음이 훨씬 여유로워서 아이들에게 빨리빨리 하라고 독촉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독촉하고 닦달하지 말고 내가 앞에 가서 뒤를 돌아보자. 아이들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조급하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의 조급증의 원인을 돌아보자. 거기엔 조급증을 멈출 수 있는 답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 해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