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일기] 시선의 방향을 바꾸는 시간

비교 안 하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죠?

by 스크류바

난임의 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시선'이다.

이 시간 동안, 나의 시선은 철저히 나 자신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나만을 생각하라는 그런 이기적인 의미가 아니다.

또한 '이 모든 게 다 내 잘못이야'라는 자조적인 의미도 아니다.

이건, 내 모든 기준을 나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이제 막 100일이 지난 아이를 품에 안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 친구도 아니고,

초음파 사진을 프로필로 걸어두고, 출산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 동생도 아니다.

육아 박람회를 다느니라 정신이 없다며, 배부른 투정을 늘어놓는 그 언니는 더더욱 아니다.


내가 봐야 하는 건,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오늘의 나 자신이다.


과배란 주사로 예민함이 극에 달한 하루였지만, 그 와중에도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쓴 나.

그런 나를 바라봐야 한다.


난임은 그렇게,

조금 더 깊은 나를 마주하게 한다.


남과의 비교가 너무나 익숙했던 나에게

초기 난임의 시간은 '지옥'이었다.


임신과 출산 소식이 쏟아졌고,

나는 눈과 귀를 말을 새도 없이 타인의 속도에 계속 무너졌다.


그리고 긴 시간 끝에, 내 안에서 질문이 올라왔다.

"나는 왜 자꾸 비교하는가?"


그건 내가 나의 존재를 타인의 시선에서 증명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나인 이유를

항상 '내가 아닌 누군가'의 기준에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배우 박정민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견고한 자기 자신을 가지고도,

늘 남과 비교를 하는 이유는, 자아가 없기 때문이지."


나는 늘 에고(ego)가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존심만 센, 자아가 실종된 어른아이였다.


그런 나에게 난임은,

나를 대하는 올바른 시선,

타인을 향한 새로운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난임은 또 나에게,

선물 하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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