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 코. 그래요. 점처럼 보이지만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의 냄새까지 맡는 세 번째 코도 느껴봅니다. 남들에게는 없는 우리 집 여자들에게 있는 특별한 코입니다. (우리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없었으니 모든 여자들에게 전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핑크와 붉은빛이도는 통통한 입. 작지만 귀여운 이마. 빵빵한 볼. 이 얼굴이 예쁜 걸까요?
"동전이는 친구나 가족, 사람들에게 배려를 참 잘하지? 혼자 지내는 할머니 생각해서 이렇게 자주 놀러 오고."
"할머니랑 함께 있으면 좋아서 오는 거예요. 할머니가 하시는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저 많이 사랑해 주시잖아요!"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동전이도 사랑이 많아. 우리 집 여자에게 대대로 감정을 알아차리는 콧구멍이 세 개인 사람은 사랑이 더 많지. 특별한 선물이란다"
"콧구멍 세 개가 무슨 선물이에요. 그런 선물 싫어요."
"사람들은 감정이 감정인 줄 몰라. 분노, 슬픔. 기쁨. 즐거움. 감정을 느끼면 그 감정이 자신인 줄 알고 감정에 휘둘려. 휘둘린다는 표현을 알겠니?"
"감정을 느낀다는 말 아닌가요? 그게 나쁜 건가요?"
"좋고 나쁘다기보다. 감정이라는 거지. 감정이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이야기야."
"지금 책상 위에 색연필이 있지. 빨강. 노랑. 하늘색. 파란색... 감정도 색연필과 같은 거야. 색연필은 색연필이지 '나'를 대신할 수 없어. 음... 예를 들어서 집주인이 있어. 그런데 집주인이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되어 집에 머물고 싶은데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거야."
'이건 진짜 내가 아니고 감정이구나.'하고 알면 감정 속에 있어도 나올 수 있게 돼. 화가 나면 '화'라는 감정 속에 갇혀서 오랜 시간 화를 내지 않아도 되고. 슬픔이 찾아오면 울다가 슬픔이라는 것을 알고 울만큼 울면 그치면 되는데 그걸 모르면 힘들단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세 번째 콧구멍이 그래서 선물이라는 거예요? 감정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끝날 때를 색으로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 동전이는 정말 똑똑하구나!"
"사춘기가 되면 감정의 바다에 아주 오래 머물게 되는데 너무 오래 감정에 갇혀 있으면 세 번째 콧구멍이 희미하게 있다가 결국 사라지게 돼. 할머니는 그랬단다."
"마음의 문이 닫히면 없어진다고 했는데. 감정의 바다에 오래 머물러서 마음의 문이 닫혔다는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저는 감정의 바다에 오래 있을래요! 감정의 바다는 어떻게 생겨요? 그냥 생기나요? 사춘기는 중학생을 말하는 거지요?"
"중학생이 되기 전에도 올 수 있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안 오는 경우도 있지. 사람마다 다르단다. 성장하면서 몸속에 호르몬의 변화, 생각하는 것, 환경. 여러 가지가 엉키면서 나타나지."
"마음이라는 것이 참 복잡한 거네요. 어렵고."
"그래. 참 어렵지? 차차 알게 된단다."
"중요한 건. 마음의 문을 열고 닫고는 내가 선택하는 거란다. 감정의 바다에서 나오는 것도 머무는 것도."
"모르겠지만, 저는 마음의 문을 닫고 세 번째 콧구멍이 사라지길 원해요. 친구들과 뭔가 다르다는 건 힘들어요. 전 다르고 싶지 않아요. 평범하고 싶어요."
"나중에 알게 되겠지. 할머니가 할머니가 되면서 알았으니까. 세 번째 콧구멍이 선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