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문학동네

by 빛날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프랑스 사창가에서 태어난 아이.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아이를 키우는 로자 아줌마에게 자라는 아랍인 소년 모모.

모모의 3살 기억에서 14살 소년의 성장 이야기.

아랍인. 유태인, 빈민가,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부유한 계급의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시아에 태어나 대한민국에서만 살아서 딱히 인종 차별을 받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부모에게 버려져 혈연과 관계없는 사람에게 성장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종류는 달라도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고, 삶의 희로애락이 있다.

괜찮지 않아도 때로는 괜찮은 척하고.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기쁨도 있다.

장르만 다를 뿐.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건지도.


모모의 3살 기억에서 14살 성장기 속에는 우리 생(生)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할 키워드들이 많이 있다.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환경, 정서, 직업, 경제, 교육, 아동, 돌봄, 어른, 가치관, 관계, 사랑하는 것을 대하는 자세, 정체성, 성장기. 편견. 안락사에 대한 생각.


모모의 일상 속의 일어 난 많은 일들 중에 생각을 더 많이 하게 했던 두 가지만 적어볼까.

로자 아줌마는 모모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개를 팔고, 그 대가로 받은 오백 프랑이나 되는 돈을 하수구에 처넣었다는 것에 기함을 하고 의사, 카밀 선생에게 데리고 간다. 모모의 핏속에 무슨 광기 같은 게 흐르는 게 아닐까 해서.


"안심하세요. 로자 부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순간, 나는 울기 시작했다. 나 역시 아무 일도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공공연하게 그런 말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울 것 없다. 모하메드. 하지만 그래서 마음이 편해질 것 같으면 맘껏 울어도 좋아. 이 아이가 원래 잘 웁니까?"
”전혀요. 얘는 절대로 울지 않는 아이예요. 하지만 얼마나 날 애먹이는지 몰라요. 내 속 썩는 건 하느님이나 아시지요."
”그렇다면, 벌써 좋아지고 있군요. 아이가 울고 있잖아요. 정상적인 아이가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아이를 데려오길 잘하셨어요. 로자 부인, 부인을 위해서 신경안정제를 처방해드리죠. 별건 아니지만 부인의 불안증을 없애줄 겁니다."
”아이들을 돌보자면 걱정거리가 끊일 날이 없답니다. 의사 선생님. 안 그러면 아이들이 당장에 불량배가 되거든요."


모모는 언제 빈민구제소로 끌려갈지 모르는 자신의 처지에 사랑하는 강아지, 쉬페르를 키우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강아지에게 관심을 보이는 맘씨 좋아 보이는 부인을 만나 오백 프랑이라는 꽤 많은 돈 강아지 값으로 부른 건 정말 부자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쉬페르가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니 모모가 받은 돈은 의미가 없다. 얼마였는지 간에. 모모가 그 돈으로 편하게 무엇을 살 수 있었을까? 돈을 바로 하수구에 처넣어버리고 모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송아지처럼 울었다.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것들이 다 옳을까? 정상과 비정상을 무엇으로 구분할까?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교육시키고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이라는 명목으로 스스로를 함정에 빠트리고 있지 않았는지? 나의 기준에서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에 대해 아이에게 이유를 묻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관의 잣대로 문제아로 만든 적은 없는지?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나의 생각을 의사에게 데려가 아이가 듣는 곳에서 이야기를 해야 했는지?

아이도 귀가 있고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 불량배가 된다는 생각을 왜 앞서가서 할까?

의사의 말대로 아무 일도 있어 나지 않았는데?


아이를 양육하면서 늘 고민을 한다.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 잡히지 않고, 스스로의 날개를 펴고 훨훨 살아가길. 그러나 감정이 앞설 때도 있고 객관적으로 판단이 안 될 때도 많다. 때로는 아이에게 권력으로 내 생각을 강요하기도 한다. 모모를 통해 이렇게 성찰을 한다.

로자 아줌마가 개였다면, 진작 사람들이 안락사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항상 사람에게보다 개에게 더 친절한 탓에 사람이 고통 없이 죽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숨이 끊어지지 않아서 살아 있는 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인 사람들이 있다. 이 땅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다 귀한데 인간에게는 차별인지, 특권인지 모르겠다. 신의 영역이라? 인간이 너무나 존엄해서?

신이 사랑하는 인간을 빚어 지구로 보낼 때, 리모컨 하나를 선물로 보내주면 좋겠다. 삶이 끝날 즈음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종료 버튼을 스스로 누를 수 있도록.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은 나라가 더 많지만 허용한 나라도 있다. 안락사를 원하면 허용한 나라로 가면 된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찮다. 안락사의 조건을 잘 모르겠지만, 신은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특별히 친절하신 건가? 신의 영역이라지만 인간들이 결정하면서.......... 개에게 베푼 친절 사람에게도 허용되면 좋겠다.

모모를 세 살 때부터 길러준 로자 아줌마에게 죽음의 그림지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로자 아줌마를 병원에 보내고 모모를 기관에 보낼 생각을 한다. 모모는 95kg의 로자 아줌마를 혼자 돌보며 헤어지지 않기 위해 로자 아줌마와 자신만이 아는 지하 공간으로 데려가 아줌마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14살 소년이 몸과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거구의 로자 아줌마를 돌보기란 정말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돌본다.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이 어리지 않다. 라자 아줌마가 병원에 가고 모모는 기관에 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되지만 환경이 조금 나아진다고 마음이 안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의 마지막까지 함께 있기를 바랐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가 하늘나라로 가고, 다행히 모모는 그를 도와주는 나딘 아줌마와 라몽 선생의 돌봄을 받게 된다.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나요?"

같은 아랍인으로 모모에게 아랍에 대해 종교에 대한 교육을 해 주었던 하밀 할아버지에게 한 질문이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가 하늘로 간 후 스스로 얻은 답을 말한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모순된 인간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 중에 괜찮은 건 '사랑'인 것 같다. 인생을 버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무기다. 생이 존재하는 동안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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