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를 읽고/허멀 멜빌/문학동네
안 하는 것,
못하는 것,
선택의 영역.
내 인생인데
경계를 정하지 못한다.
비실비실 약체
글을 베껴 쓰는 일을 하는 바틀비는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나는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말하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제가 하겠습니다."
허먼 멜빌(1819~1891)
뉴욕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열두 살 때 무역상이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죽으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운다. 학교를 그만두고 가게 점원, 은행원, 농장 일꾼, 교사 등의 여러 직업을 전전한다. 1841년 포경선 선원으로 항해를 떠나 선장의 폭압과 격무에 이듬해 탈주해 타히티 섬, 폴리네시아의 여러 섬들에서 떠돈다. 1843년 미 해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이피>, <오무> 같은 해양모험소설을 발표해 호평을 받으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문명 비평과 사회 풍자를 담은 실험작 <마르디>를 발표하면서 평론가들에게 냉대받고 책 판매도 부진해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의 최고작이자 미국 현대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모비 딕>또한 그가 죽을 때까지 초판 삼천 부도 채 팔지 못했을 만큼 외면받는다.
<피어>, <필경사 바틀비>(1853)등을 발표한다. <선원, 빌리 버드>를 미완으로 남기고 1891년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줄거리
화자는 윌 스트리트에서 삼십 년간 일해 온 성공한 변호사이다. 그가 필경사 바틀비를 고용한다. 음울한 분위기의 바틀비는 말이 없다. 놀라운 분량을 묵묵히 필사만 한다. 변호사는 그런 그가 맘에 든다. 그러나 사흘째 되는 날부터 필사본 검증과 사소한 심부름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당황한 변호사는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낸다. 바틀비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결국 그에게 해고를 통보한다. 바틀비는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호사가 도망치듯 사무실을 옮긴다. 바틀비가 건물을 떠나지 않자 새로운 사무실 세입자가 난감해하며 변호사를 찾아오는 일이 생기지만 건물주에 의해 바틀비는 구치소에 가게 된다. 변호사는 구치소에 찾아가 사식까지 넣어주지만, 바틀비는 식음을 거부하며 죽음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