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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Nov 20. 2021

동네꽃#37 담쟁이덩굴_꽃이 만든 파란 열매

보태니컬아트, 파란 열매가 달린 가을의 담쟁이덩굴

11월에 접어들면서 동네에서 꽃을 보기 쉽지 않아 졌다. 국화류 꽃도 거의 지고 생명력이 긴 코스모스 몇 송이와 노란 씀바귀와 고들빼기 꽃이 간간이 보이다가 지금은 사라졌다. 그래서 항상 이맘때면 그림 소재를 찾아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차에, 라디오에서 단풍 이야기가 나오는 걸 들었고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단풍잎은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pick 된 사진이 파란 열매가 달린 가을의 담쟁이덩굴 사진이다.

가을의 담쟁이덩굴. 2017.10.27. 동네에서 촬영

'우리 동네 꽃'이 글의 주제이긴 하지만 열매도 꽃이 만들어준 산물이니 그냥 '동네 꽃'으로 넣어주기로 했다.


동네에서 이 사진을 찍을 당시, 작고 파란 담쟁이덩굴 열매들을 보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이 나이에도 처음 보는 식물의 모습이 왜 이리도 많은 건지.. 포도같이 생긴 열매들이 울긋불긋 잎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10장도 넘게 사진을 찍어놓고 언젠가 그려야지 했었는데 그 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그리게 된 것이다. (참고로, 담쟁이덩굴은 포도과 식물이다.)


파란 예쁜 열매를 보다 보니 담쟁이덩굴의 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졌다. 혹시나 해서 내 사진 폴더를 찾아봤지만 역시 없었다. 아래 사진은 구글에서 찾은 사진이다.

담쟁이덩굴(boston ivy) 꽃. By Frantisek Pleva. Encyclopedia of Life - www.eol.org


담쟁이덩굴의 꽃은 6~7월에 핀다고 하니 내년에는 담쟁이덩굴 꽃을 찾아 꼭 사진을 찍고 싶다.


이번 그림은 앞의 사진 두 장에서 덩굴 가지와 열매, 그리고 단풍 든 잎 두 개를 가져와 구성을 해보았다. 그릴 부분을 잘라 컴퓨터(포토샵)로 편집을 해서 구성을 하고,

그림 그릴 종이(Strathmore Bristol)에 전사(옮겨 그리기)를 한 후 색연필로 아웃라인을 그린 후에

담쟁이덩굴 아웃라인 스케치. 2021.10.31

채색은 덩굴 가지부터 시작하여 열매, 잎 순으로 해나갔다.

담쟁이덩굴 가지와 열매 채색 중. 2021.11.2

가지와 열매는 잎에 비하면 그리기가 훨씬 수월하다. 가장 난도가 높은 부분은 역시 활엽수의 그물맥을 가진 잎이다. 게다가 초록잎만 그리다가 처음으로 단풍 든 잎을 그리려니 처음에는 꽤 진땀을 뺐다.

담쟁이덩굴 첫 번째 잎 그리는 중. 2021.11.7


참 신기한 것이 이 정도 그렸으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매 그림마다 앞부분은 서툴고 뒤로 갈수록 나아져서 그리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퀄리티도 더 좋아진다는 점이다. 최상의 컨디션이 될 때쯤 그림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두 번째 잎이 더 마음에 든다.

더 마음에 드는 담쟁이덩굴 두 번째 잎

단풍잎이라 노란색, 황토색, 붉은색 계열의 색연필이 다양하게 많이 필요하다.

단풍잎을 그리는 데 사용된 색연필들


빛에 의해 색이 바래지거나 광택이 나는 부분은 흰색 색연필로 덧칠하여 그러한 느낌의 색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잎맥은 남겨놓고 그리는 것이 기본이지만 아주 가늘고 많은 잎맥은 철펜을 사용하기도 한다. 단, 흰 종이에 철펜 자국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옅은 바탕색을 칠한 후에 자국을 내고 그 위에 색을 차차 올려가야 자연스럽다. (작가되기#8 색연필 기법(3)-남겨놓고 그리기 참조)


지난주 토요일 오전에 그림을 다 완성했는데 그날 햇빛이 참 맑고 따사로웠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매우 심각한 상태이지만..)

그래서 햇빛이 비추는 거실 바닥에 그림을 놓고 자연광을 조명삼아 사진을 찍어봤다. 옆에 있던 고무나무 잎의 그림자가 배경이 되어 그럴듯해 보인다.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인스타그램에는 이것으로 공유해놓았다.

담쟁이덩굴. 2021.11.13. 아침 햇살에.

이렇게 사진을 찍고서도 부족한 부분이 보여 더 색을 올리다가 욕심을 버리자 마음먹고 색연필을 내려놓았다. 53번째 내 식물 그림, 가을의 담쟁이덩굴 완성입니다!!

담쟁이덩굴. 2021.11.13. by 까실 (279 X 356mm, 종이에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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