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될 기다림

2025.05.15

by 종이소리

해마다 5월이 되면,

마치 하늘에서 눈이 흩날리듯

하얀 꽃비를 뿌리는

이팝나무.


‘이(二) 팝(밥)’

두 그릇의 밥을

떠올리게 하는 그 이름은,

허기진 민초들의

염원이 피웠을까?

아니면

절실한 풍요의 기도가 담긴

기다림의 선물일까?


"어머니, 이팝나무가

꽃을 한가득 피웠어요.

향기가 너무 좋아요!"


아흔 하나의 생이

팔다리의 통증으로

꼼짝없이 침대 신세가 되신

어머니께 이팝 꽃사진을

보여드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겨우'와 '고작'이다.



일본의 가수

柏原 芳恵

(Kashiwabara Yoshie)

가시와바라 요시에가 부른

"하루나노니"

(春なのに)라는

노래가 있다.


"봄이 건만

당신은 떠나시나요"

라는 노랫말이

요즘처럼

아픈 적이 없다.



자잘하고 길쭉하며

가지마다 무리 지어 피는

이팝나무의 꽃말은

'기다림'.


잊히지 않는 얼굴을

하늘에 그리듯,

누구든 한 사람을

오래 기다려 본 이에게는

더 사무친 향기가 아닐까


찬란하지 않고도 눈부신,

소리 없이 흩날리면서도

존재를 각인시키는

꽃과 향기.


이팝 꽃을 모아

죽을 쑤어 드렸더니

부모님의 병이

씻은 듯 나았다는

옛 전설이 있다는데

나도 저 싱싱한 꽃잎 모아

어머니께 드릴

죽을 쑤어 볼까요?

......



별 차도 없는 병환에

우울증도 깊어지는 어머니께

베란다 창 앞으로 핀

이팝나무 꽃 핑계로

서글픔을 달랜 오늘.





사랑하는 이의 귀환을

고요히 기다리는

편지 같은 꽃말이

매해 5월이 되면

다시 필 텐데

다음 새 봄에 어머니는

어디쯤에서 웃고 계실까.


잃어버린 이름을 찾느라

나는 또

얼마나 저 향기 앞에서

서성일까.


어머니

벌써 그 이름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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