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의 은밀한 동지
노끈원고
독립운동가의 은밀한 동지
"그래서 독립운동을 위해 우리 선조들께서, 종이에 글을 쓰고, 글이 적힌 그 종이를 가늘게 잘라서 노끈으로 꼬은 후, 짐을 묶는 끈으로 둔갑시켜서, 배를 타고 조선으로 들어왔다는 거야?"
대답대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원고를 써 내려갔다. 아이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책상 위에 손을 올려 턱을 괴고는 물었다. 꼭 듣고야 말겠다는 작정이라도 했나 보다.
"엄마, 그게.. 이 종이가 어떻게 꼬여? 꼬은다고 꼬여져? 찢어지지 않고?"
원고를 쓰던 손을 멈추고 안경을 벗고는 아이를 찬찬히 보며 웃었다.
"내가 보여 줄 게. 우리 종이 한지는 닥나무 섬유질로 만든 거야. 여기 보면 아주 미세한 섬유가 보일 거야. 보이지?"
지승공예에 관련된 자료를 만드느라 책상 위에 가득 쌓여있는 한지 끄트머리를 살짝 찢어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켜고 카메라 앱을 눌러 찢어진 종이에 대고 확대 기능을 켜서 촬영했다.
"우와! 이게 뭐야?"
"닥섬유라고 하는 거야. 한지는 닥나무라고 하는 나무로 만들어, 닥나무 껍질 안에는 머리카락처럼 길고 질긴 실이 들어 있거든. 그 실을 뽑아서 종이를 만들면, 잘 찢어지지 않는 종이가 돼. 그 종이를 한국종이라고 하는 의미로 한지라고 해. 여기 실처럼 보이는 부분 있지? 이 긴 실을 ‘장섬유’라고 해. 한지가 오래 살아남는 건, 닥나무가 길고 튼튼한 실을 품고 있기 때문이야. 장섬유와 단섬유가 서로 잘 섞여서 질겨지거든.”
"이게 나무에서 나온 실이라고? 근데 장섬유는 뭐고, 단섬유는 또 뭐예요?"
"길다는 뜻의 장(長), 짧다는 뜻의 단(短)을 의미해. 긴 실과 짧은 실을 뜻하지"
아이는 연신 눈을 꿈뻑거리며 신기한 이야기 나라로 빠져 들었다.
"자, 이렇게 찢어진 종이를 꼬아볼 게, 어떻게 되나 보렴"
장섬유와 단섬유가 서로 꼬여지며 끈으로 감기는 한지를 본 아이는 결국 저도 해보겠다며 기어이 엄마의 손에서 종이를 뺏어 들었다.
"엄마, 이건 정말 역대급 발견이야! 아니, 발명이야, 발명!"
종이로 꼬여진 끈으로 작업하는 것을 봐 온지 벌써 이십 년이 넘었는데도 아이는 이제야 놀랍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에서 나온 종이끈이 흔하디 흔해서일 테다. 실제 직접 제 손으로 노끈을 꼬아본 적 없으니 놀랄 만도 할 테고. 더군다나 장섬유와 단섬유가 한눈에 보이는 우리 종이, 한지의 특성을 처음 보니 더 놀랐을 테다.
후~우.
긴 숨을 뱉으며 아이의 반짝반짝하는 눈을 들여다본다.
이 아름다운 가치를, 이 어마어마한 한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라는 물음표를 띄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