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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을 어떻게 살 것인가

로 시작해서 [사랑의 말]로 끝난 하루

by 종이소리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문고를 탐험했다.

요즘 잘 나가는 책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행운으로 얻은 쿠폰을 사용할 목적과 딸이 필요한 책도 사줄 겸 들린 경유지다.


최종 목적지인 신당동 꺄지는 두어 시간 틈이 생긴다며 딸아이가 추천한 경유지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책냄새가 또 발목을 잡겠지, 그래도 오늘은 진짜 잘 참아낼 거야'라는 다짐을 했다. 무지 단단히 잘 묶은 '다짐'을 데리고 도착한 지하 1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내 꿈은 꽈당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와.... 이 책들 좀 봐! 나 죽기 전에 다 볼 수 있을까?"


그 소릴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엄마! 각자 필요한 거 찾아서 이따가 만나기로 해^^ 나는 저기!" 라며 총총히 사라지는 딸.


그래...라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패스, 패스, 패스, 오늘은 딱 한 권만! "


하며 돌아서기 무섭게... 이건 또 뭐야?


"아앙 어쩌면 좋아.............."

제목이 하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니... 게다가 "미야자키 하야오.. 래..."

.

불타는 눈은 이미 책을 콕 집었는데 마음은 '집었다... 놨다.... 집었다... 놨다...' 에잇, 이번엔 패스라고!


그런데 왜?

뭣 때문에 통과야?


긴 글을 읽어내리지 못하는 이 병이 고쳐질 때까지 동화책으로 만족해야 하는 신세.


어려운 단어가 많아서

읽어내리기가 힘이 드는 책.


나는 사실

'언어 불안감' 또는

'지적 격차'에서 오는

'좌절감' 충만 상태.


이 좌절감에서 오는 스스로의 차단으로 책을 읽는 것이 힘든 사람이다.


단어가 너무 어렵거나 문장이 복잡하면, "나는 이걸 이해 못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자기 판단이 먼저 작동해서 손을 놓고 마는, 그래서 책 한 권을 정독하지 못하는 쫄보에다 의지 박약아??.... 이건 너무 자기 비화적이군. 쩝. 그래도 그게 난 걸 어쩌라고


아무튼 책 한 권 제대로 못 읽으면서 집을 책 무덤읆 만들 수는 없다는 이유로 책만 사다모으려는 이 욕심을 당분간 구금하기로 한 것이다.


그때.

내 수준에 딱 맞는 책을 발견했다.

제이크 비긴 글, 그림 [사랑의 말]


"너에겐 사랑이 뭐야?"


"너의 성장을 지켜보는 거"

사랑의 말. 아이를 키우면서 쓰게 된 동화라고 한다.


나도 동화가 쓰고 싶었다. 그림동화를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싶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나도 '사랑의 말'을 제법 멋지게 '건네주려는 마음'부터 배우고 그래서 그게 잘 된다면 그다음엔 제대로 잘 전하는 법도 배워야겠다.


내가 딸에게 나눠주고 싶은

'사랑의 마음'

내가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랑의 말'.


"아이야, 네 심장이 뛰는 쪽으로 가렴"


그런데 사실은
그런 멋진 말을 해 줄 필요도 없을 만큼
너도, 당신도
이미 충분히 멋진 마음인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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