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하다’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
여행을 자주다녀서 그런건지 친구들은 내가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하게 될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때마다 나는 그럴일은 없을거라고 말했다. 같은 언어를 써도 속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하고 다투는데,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면 과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의심에서였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 사는 건 분명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완벽하지 않은 내 영어 실력도 문제였다. 여행을 자주 다니기는 했지만 영어를 완벽히 터득할 정도로 오랜 기간 머문 적이 없고, 해외에서도 친구 사귀기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내 영어는 한동안 제자리 걸음이었다. 콜이 한국어를 배우는것은 마치 내가 새로 아랍어를 배우는 수준으로 생소한 언어라 단기간에 한국어로 소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도대체 ‘서운하다’는 마음은 영어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도 있다. 둘이서 영어로 된 TV쇼나 재미있는 영상을 보는것도 내겐 완전한 휴식같지는 않은, 은근한 에너지 소모로 느껴지는 날이 있다. 한국 친구들 하고는 한번에 이해하고 깔깔 댔던 농담을 두 세번에 걸쳐 설명해야 할 때는 어쩐지 김이 새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 조금씩 피로감이 쌓이다가 한계에 달했을때는 나도 모르게 한국어로 ‘아 답답해’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이 때 마음과 입을 닫기 시작하면 관계는 틀어진다는 걸 나는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답답함과 서운함,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인 마음 속을 진정시키고 어떻게든 내 마음을 차근차근 전달하려고 한다. 한 단어 한 단어 마치 문장에 수를 놓는 심정으로. 콜은 자기가 생각했을 때 내 영어가 전혀 문제 없는 수준이라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라는 걸 종종 잊어버린다고. 절대 내 노력을 당연히 여기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자기도 언젠가는 한국어로 나와 나의 가족들, 내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거라고.
결국 언어의 장벽도 어느 나라 사람과 결혼했느냐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어떤 사람과 결혼했느냐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어떤 관계에서든 마찰은 있게 마련일거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에 생긴 농담과 일화들도 많고, 콜의 어눌한 한국어를 듣고 참 많이 웃으면서 둘만의 추억도 생겼다.
그래도 한국어만큼 세심하고, 내밀하고 다채로운 언어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콜이 한국어를 마스터해서 부부싸움도 한국어로 하는 날이 왔으면!
사진은 2019년 12월 내 생일 주간. 콜을 보러 런던에서 LA로 갔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