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끊기지 않는다 : 태풍이 지나가고

태풍이 지나가면, 세상의 모든 묵힌 것들을 새롭게 한다.

by Wenza

작년에 개봉했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의 영화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가슴속에 설렘이 가득했다. 그간 써왔던 리뷰 중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가 꽤 있는 것처럼 그에 대한 애정을 내게는 남다르다. 영화를 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의 키키 키린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의 릴리 프랭키도 등장한다. 료타 역의 아베 히로시도 일드에 익숙한 이라면 반갑게 볼 수 있을 듯.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그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일상을 담는 느낌, 인위적이지 않아서 더욱 편안하게 다가온다. 영화를 두고 인위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좀 웃기긴 하다. 그럼에도 인위적이지 않다는 표현인 옳다. 그의 영화는 최소한의 음악을 사용하고, 주변의 소리를 담는다.


8a08f4bc41107edf133d7354617555bf51c6315c.jpg 인물 간의 거리만으로도 영화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는 사진이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는 과거 잘 나갔던 소설가 료타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료타는 현재 흥신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과거의 상까지 받은 소설가라는 영광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는 헤어진 아내 쿄코와 하나뿐인 아들 싱고가 있다. 쿄코는 이혼 뒤에 싱고와 함께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원한다. 그래서 그런지, 료타와 완전히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새로운 애인까지 경험하게 된 싱고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게 성숙한 모습이다.


90fad3affa6d8472f64dab544905baa511c923df.jpg


비가 온 후의 하늘을 보면, 맑고 뚜렷한 하늘과 산을 볼 수 있다. 공기 중의 먼지들을 가라앉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태풍도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자연재해고 두려운 무언가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태풍이 돌 때, 세상의 모든 쌓인 것들을 새롭게 한다.


21dc922d90376a110e572b952e527d31cbfaa4ca.jpg


료타도, 싱고도, 료코도 그리고 어머니 요시코도 새롭고 밝은 순간을 기대하고 갈망한다. 료타에게는 좀 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 싱고는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료코는 이전과는 다른 행복한 삶을. 요시코는 다시 가족이 하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다. 가족의 끈은 쉽게 끊을 수 없다. 그렇게 이들의 태풍이 지나간다. 비바람에 날린 복권을 함께 찾아 줍는 장면을 통해 가족이 하나가 됨을 재밌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가족이 하나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방향과 현실적인 문제가 눈 앞에 닥쳐왔을 때, 가족은 흔들리곤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