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의 너와, 그 시간의 나

2025년 12월 12일의 마음

by 슴도치

나는 시간 선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의 밤으로


네가 나를 몰래

음해하려던 밤으로


분기된 시간 속에

나를 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집에 있는다.


그는 나이면서

지금의 나는 아니다.


그 집은 나의 집이지만

이 시간 선 안에서

내가 아닌 나의 집이다.


너도 네가 아닌 너로 존재한다.


옷을 입고 서둘러 나가는

너의 모습을 내가 아닌

내가 바라보고 있다.


그때,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의 시간 선에서 물어보지 못한 사실이

나는 새삼 궁금하다.


네가 그의 자동차를 타고

내가 아닌 내가 모르는 곳에

차를 세운다.


그 모습을

드디어 내가 보고 있다.


분기된 시간 선 안에서

분열된 내가

불발된 질문을 하려고


주차장에서, 차를 향해

뛰어가는 분주한 내 발

두 발.


그러나 이 시간 선의 사건은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나는 다시 시간 선을 뒤로

돌린다.


이번에 나는 차를 타기 전에 너를 붙잡는다. 그 붙잡음은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했어야 할 일이지만 내가 하고 만다. 놀란 너는 나를 보며 어째서 여기서 있느냐고 놀란다. 그럼 나는 네게 어디를 급히 가느냐고 묻는다. 네가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기 전에, 나는 또다시 너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을 입안에서 빙빙 돌리지만 때를 맞추지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너는 또다시 분기되어 그와 차를 타고 멀리 떠난다.


붙잡지 못하는 빈 허공.


시간 선을 몇 번씩 돌려도

나는 매번 같은 자리에서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보지 못한다.


그것은 사실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

이미 그 대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부재.

믿음의 부채.


그것은 분기의 유무와

관계없이 존재해 왔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일찍.


내가 아닌 나와

내가 나의 나를.


나만의 대답과

대답 없는 너의 질문을.


어느 시간 선 안에서

만난 너는 나를 질책한다.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라고.


어쩌면 그 말이

할 수 있는 모든 질문과

들을 수 있는 모든 답이 아닐까.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이라는 것.


나는 내가 태어나기

1초 전의 시간 선으로

돌아간다.


그때 태어나는 건

나이지만 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닌 채로

태어나고

네가 아닌 너를

다시 만나지 않는 세계.







그런데 무슨 생각해?







내 손을 가만히 잡은 네가

내 눈을 조용히 바라보며

묻는다.


그럼 나는 나의 시간 선으로

어느새 되돌아와 있다.


너의 그 동그란 눈에

우주가 있고

시간이 있고


분기된 너와 내가

평생을 웃기만 하는

세상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순순히

나의 시간 속에 있다.


모든 사건이 지나간 시간 속에.


이 시간의 나는

잠이 들 때까지

너의 손을 잡고 있는다.


마치 잡아야 할 것이

그것 말고는 없다는 듯이.


이미 수백 번이고 본 장면이다.


이 시간 속에 고정된 우리를.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