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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국밥충이야?

by 겨울집


오늘 점심으로 콩나물국밥을 혼자 먹었다. 약속이 취소된 바람에 혼자 조용히 점심을 먹을 식당을 생각하다, 아주 오랜만에 깔끔하고 맑은 콩나물국밥이 생각이 났다.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아마 6~7년은 되었지, 싶은데 콩나물국밥을 마주하고 앉아 있노라니 아들이 예전에 내게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엄마는 국밥충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욕인 것만 같아서, 아이에게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 라며 타일렀다. 하나 아이는 별 뜻 없이 국밥을 좋아하는 사람을 국밥충이라고 하는 줄로 알았다고 말한다.

뭔가 모르게 먹이는 말 같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그렇게 ‘충’이라고 말을 붙이는 건 사람을 무시하는 말이라고, 사람에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알겠다고 했지만, 내게는 이상스레 오래 남았던 말.



생각해보니 나는 국물 음식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늘 점심 저녁으로 먹는 음식은 순두부, 해장국, 갈비탕, 짬뽕, 몸국, 감자탕, 돼지국밥, 육개장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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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없으면, 삼킴이 어려워 택한 메뉴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가니 더욱 소화력이 떨어져 어떻게든 국물과 함께 음식을 섭취하려 노력하게 됐다.



그것도 아주 뜨거운 국물.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은 국을 먹다가 식으면, 다시 덥혀서 먹곤 했다. 먹는 게 느리다 보니 먹다 보면 식고, 식으면 다시 덥히고, 는적는적 다시 먹고, 다시 덥히고를 반복하게 됐다.

지금도 집에서 어떤 탕이나 찌개를 먹을 때는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먹는다. 먹다 식으면 다시 끓이는 것은 물론이고.

큰아이는 뜨거운 것을 잘 못 먹어서 그냥 사기그릇에 주고, 작은 아이와 나는 뚝배기에 먹는다. 저도 모르게 배웠는지 작은 아이는 식으면 다시 덥혀 먹고.



이렇게 뜨거운 국물이 몸 안에 들어가면, 비로소 내가 음식을 먹었구나 싶다.

각박하고 차가운 세상 앞에서 내가 꾸준하게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에는 뜨거운 음식이 주는 위로가 크다.



뜨거운 국물 한입에 전해지는 온기.



그 온기에 기대어 오늘도 하루하루를 버틴다. 점심때 혼자 천천히 먹은 콩나물국밥의 뜨끈한 열기가 아직도 배 안에 남아 있다. 이 열기에 기대어 다시 또 내일 힘을 내 출근할 결심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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