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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똑똑!

제때 했어야 할 질문

by 겨울집

여행을 다니는 삶을 꿈꾸었던 나는

내내 이곳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섬이 되었다.


섬의 삶은 그렇게 외롭고 힘들었지만

나가서 맞닥뜨릴 현실은 더욱 매섭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무언가 그럴싸한 성과없이 매일이 지나는 기분이다.


내 일상을 통과하는 하루가 어떤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저물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내게 말을 거는 목소리도 들어보아야 할텐데

하루종일 입을 닫고 있는 마음을 똑똑 두드려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매번 다음으로 미루는 동안

제때 했어야 할 질문을 하지 못했다.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너는 어떻게 살고 싶냐고.


이미 오래 전에 물어야 할 것들을 아직도 품고 있다.


인생이 생각대로, 계획대로 풀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흘러가는 대로 살기엔

육신은 너무 늙었고, 정신은 철이 없다.


이 괴리는 누구나 겪는 것인지,

나만 유난한 것인지 아직도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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