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인간지능 김 지피티
‘밥 먹자.’
다행히 친구는 나보다 사회성이 좋은 편이었다. 그리하여 인공지능은 한 달 만에 외출이란 걸 해보았다. 친구랑 늘상 가던 백반 집에 가서 늘상 먹던 제육볶음을 먹었다. 참 여기 제육볶음은 맛있었다. 노래방에 가서 악보의 음정과 박자는 무색하게 노래를 실컷 부른 뒤 사진까지 찍었다. 폭발 하루 전 이 사진만 봐도 배가 부를 듯했다.
“요즘 어때? 김 지피티는 아직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아. 안그래도 고마웠다. 어제 마지막 의뢰 끝냈어. 이제 사이트 닫아줘도 돼.”
“고마웠는데 왜 끝내?”
“아니. 재밌었으니까 고맙지. 근데 내가 그걸 언제까지 할 수 있겠어. 이제 현실을 살아야지. 언제까지 방구석에서 글만 쓰냐.”
“그런가? 근데 세상에 재밌는 일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인생 재미없어.”
“그런가?”
“그냥 취미로라도 계속 해. 돈 안되는데도 재밌었다며.”
“...그렇긴 해. 나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이상한 사람들 많더라. 웃겨.”
“...그리고 나 바빠. 사이트 닫는 것도 귀찮아.”
“그럼 나 홈페이지 이름 좀 바꿔줘.”
“나 바쁘다니까?...뭘로 바꾸고 싶은데.”
“인간지능 김 지피티.”
“뭐야. 구려. 귀찮아.”
“바꿔줘.”
“아 그럼 네 올해 생일 선물이다. 더 이상 뭐 해달라고 하지마.”
“이제 웬만한 의뢰 다 받아줄 거야. 식물 찾아오기 숙제도 받을 거야.”
“그래. 그렇게 해. 네 마음이지 뭐.”
인공지능 김 지피티는 폭파되었다. 파괴는 또 하나의 생성이기에 다른 하나의 사이트가 또 열렸다. 새로 단장하지도 않고, 채도 낮은 누리끼리한 초록색 색깔까지 베낀, 짝퉁 김 지피티 웹사이트. 다만 인간지능이라고 쓴 게 이전과 다른 점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정보의 홍수에 밀려들어온 새로운 방문자가 있었다.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이제 김 지피티는 당황하지 않는다. 김 지피티는 인간지능이기 때문이다. 챗 지피티에 번역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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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스탬프: 2023.06.11 06시 12분 11초
- Hi.
- Hi. I'm KIM GPT. (안녕. 나는 김 지피티야.)
- Hi. I'm your friend. (안녕. 나는 네 친구야.)
- Hi my friend. What do you want? (안녕 내 친구. 뭘 원하니?)
- I want your essay. (난 네 에세이를 원해.)
- My essay? (내 에세이?)
- Yes. your essay. KIM GPT's essay. (그래. 네 에세이. 김 지피티의 에세이.)
- Alright. - [KIM GPT] The work on the commissioned essay <Human Intelligence KIM GPT> has been completed. (그래 그럼.
- [김GPT] 의뢰하신 에세이 <인간지능 김 지피티>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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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지능 김 지피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