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멀리서 보아야 예쁘다.
멀리서 보아야 예쁘다
3, 2, 1
꺄아아아아아 라는 소리가 났을 때는 월요일 오후 6시였다.
컴백한 우리 오빠들은 늘 그랬지만 눈부셨다.
목요일은 오빠들 첫 공개 방송 날이었다.
추가모집으로 들어간 마케팅 학회 오리엔테이션 날이기도 했지만 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끝나고 뒤풀이까지 간다던데 나는 오리엔테이션을 끝까지 들을 생각도 없었다.
상암까지 시간에 맞춰 가려면 빠듯했다. 학회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멘트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죄송한데 제가 갑자기 집안 사정이 생겨서 불가피하게 빨리 나가야 할 듯해요.’
자기소개가 끝나고 학회장이 약간 숨을 골라 가려는 순간, 이게 바로 타이밍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수업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 인지 부조화인가? 내가 준비한 멘트는 이게 아니었는데.
뒷문이 열렸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늦었지만 숨을 헐떡이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미안해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당당했다.
그리고 잘생겼었다.
“이름이?”
“경영학과 최준입니다.”
“수업이 늦게 끝날 수도 있죠. 자리에 앉아요.”
반쯤 떠 있던 나의 엉덩이 또한 다시 착석했다.
학회장은 다시 하던 말을 해 나갔고, 나는 같이 가기로 한 팬덤 친구한테 카톡을 보냈다.
‘나 사정이 생겨서 못갈 것 같아.’
‘무슨 사정? 컴백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아무튼 못가. 공방 잘 뛰고 와.’
그날 나는 뒤풀이에 참석했고, 준이의 인스타 맞팔*(맞팔로우)까지 얻어냈다.
준이는 착했다. 얼굴뿐만 아니라 성격도 착한 것이다. 셔츠 소매를 걷은 팔로 문을 잡아주기도 했고, 술을 따라주기도 했다.
사실 준이는 유명인사라고 했다.
“하영아. 너는 나랑 같은 과인 거 몰랐어? 나는 알았는데……너무하네...”
“음..? 나를 알았다고? 어떻게?”
“혹시 오늘 오전에도 마케팅 관리 안 들었어?”
“... 정말로? 그 수업을 같이 듣는다고?”
“응 몰랐구나?”
“전혀 몰랐네... 미안”
“아냐 아냐. 항상 바빠 보이더라고. 수업도 가장 먼저 나가고. 맞지?”
“아 맞아…… 좀 바빴지. 미안.”
“아냐. 이제부터 알면 되지.”
바쁘긴 했는데 덕질로 바쁜 거였을 줄 꿈에도 모를 거다. 준이는.
‘경영학과 최준’은 잘생기고 집안도 좋은데 성격까지 좋은 걸로 유명하다고 했다.
같은 경영학과인데도 몰랐던 나는 어느새 다른 사람에게 특별히 관심을 안 가지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주변 현실 세계에 한해서라는 걸 그 사람들은 몰랐을 거다.
그때만 해도 나는 준이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팬들도 나름 원칙이 있으니까.
멀리서 보아야 예쁘다.
팬은 팬일 때, 연예인은 연예인일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
그렇게 나의 덕질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