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만 날아간 것은 괜찮은데 의자 다리는 희끗희끗한 것이 마치 버짐 같은 것이 퍼져 있어 유독 거슬렸다. 깔끔한 새 집에 함께 데리고 가려니 후줄근할 것 같아 버리고 갈 리스트에 더 가까운데, 가구를 만들고 나서부터는 유독 나무에 애정이 가는 터라 버리는 것도 마음에 걸리기는 매한가지였다.
'집안 분위기를 망칠 것 같은데 깔끔하고 멋진 걸로 다시 맞출까?' '저렇게 다시 맞추면 꽤 비쌀 텐데 그냥 가지고 갈까?'
두 선택지를 두고 계속 갈등했다. 페인트칠을 하는 것도 고민해 보았으나, 숨구멍을 다 틀어막는 페인트칠은 나무에 차마 못 할 짓 같아 일단 깨끗이 닦아내고 오일 칠을 해보기로 했다.
후줄근하다고 여겼던 누추한 행색은 온데간데없다. 비록 색은 바랬지만 세월이 벗겨내고 덧 입힌 색이라 오히려 운치 있게 느껴진다. 군데군데 찍힌 자국과 색이 바랜 자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구도 나와 같이 나이를 먹고 있었다. 가까이 두고 닦다 보니 그제야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희끗희끗 버짐(?)이 피었던 것은 나무 탓이 아니라 내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였는데, 그런 나를 알지 못하고 소용이 다 한 네 탓을 하고 있었다. 마음먹은 김에 재봉틀 작업대도 끄집어내어 기름칠을 했다. 갓 들였을 때 그 짱짱하던 푸른빛 대신, 지금은 훤히 제 속 살을 다 내비치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 촘촘히 박힌 나뭇결은 더한층 강건해 보인다.
변한 건 네가 아니라 내 생각이었다. 겉모습이 달라졌다고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닌데 그걸 몰랐으니 네 탓이 아니라 모두 내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