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by 백정순


조식이 포함된 20일이라. 아, 3주간 나는 남이 차려주는 아침을 먹는다. 이 얼마나 호사인가.

우리 엄마들은 부르짖는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남이 차려주는 밥! 나는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싫어한다. 이 개인적인 성향이 까다롭고 예민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 덕분에 슴슴하고 심플한 음식(조미료나 양념투성이가 아닌), 즉 집밥을 가족들도 건강하게 즐긴다(?)고 자부해왔다. 음, 아이들은 빼야한다. 그들 문화에서 집밥은 헬이다. 삼시세끼 정크푸드를 먹는 게 천국이다. 남편도 기껏해야 아침밥 한 끼만 집에서 먹는다. 고로 따져보면 집밥을 즐기는 진정한 가족은 나밖에 없는 셈이다.


내 스스로 25년을 해 온 집밥이 싫어진 건 아니다. 어찌 나와 가족의 피가 되고 살이되는 집밥을 무시하리.

하지만 시간과 노고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엄마, 잘 먹을게요는 커녕 입이 짧은 두 녀석은 식탁에 앉아 깨작깨작거리고 싸우기까지 한다. 그래, 네 손으로 네 입에 밥 넣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눈물젖은 밥알들을 입 속에서 굴려보렴. 엄마는 태어나면서부터 부엌데기가 아니란다. 니들 낳기 전엔 밥조차 못하던 사람이었다고!


숙소를 정할 때 아침 점심 저녁을 따로 나가서 헤매며 사먹어야 한다는 노동을 배제했다. 식도락가가 아닌 나에겐 노동이다. 그걸 처음부터 따졌던 건 아닌데 숙소를 고를 때 시내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수영장도 있는 곳을 찾다보니 걸린 이 사랑스러운 곳은 조식도 제공한다. 네 가지 메뉴 중에 미리 주문하면 잘생긴 발리 스텦들이 지지고 볶아서 매일 우아하게 서빙한다. 인조이 유어 브랙퍼스트! 오, 이 얼마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성인가.


집을 떠나야 비로소 누려보는 호사, 남이 차려주는 밥이다. 식당에서 돈을 주고 먹는 음식은 그다지 대접받는 다는 느낌보단 내 돈과 그들의 서비스를 교환한다는 건조함에 그쳤다.


발리의 식탁엔 늘 꽃이 함께 한다.

주목하지도 않았던 이 메리골드는 어딜가도 나를 반겼다. 카페, 식당, 요가원, 집 앞 사원, 이 꽃은 발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연인임에 틀림없다.


나른한 더위가 엄습해오면 빌라 2층 풀장에서 한바탕 유유히 헤엄친다. 강습비가 너무 올라서 오랜만에 수영을 가고 싶어도 포기했던 수영이다. 물 위에 누워 동네 아이들이 날리는 연과 몽글몽글한 구름이 사이좋게 산책하는 하늘과 온통 둘러싼 푸릇푸릇함을 맘껏 즐긴다. 우붓센터에서도 택시로 30분은 걸리는 이 빌라는 아주 조용하고 평화롭다. 말 그대로 힐링이다. 3주간 내 집, 내 궁전이다.


#발리 #우붓 # 집밥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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