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25km LSD도전기(2/2)

달려라 핑크팬더 Ep.09

by 곰돌씌

첫 25km LSD도전기(2/2)

2025 고양 하프마라톤 준비


다음날 일요일 드디어 핑크팬더의 25km LSD러닝을 하는 날이 밝았다. 핑크팬더의 최장거리를 도전하는 날이기에 발목 테이핑, 무릎보호대를 꼼꼼히 한다. 그리고 나는 핑크팬더의 급수를 위해 오랜만에 러닝조끼를 꺼내 양 물주머니에 물을 가득 채운다. 핑크팬더는 에너지젤 2개를 챙긴다. 에너지젤, 완주하겠다는 그녀의 의지다. 준비를 마친 우리는 한강으로 나섰다. 날씨는 화창하고 따뜻함을 넘어 살짝 더운 초여름의 날씨였다. 기온이 23~24도로 3월 중 가장 뜨거운 날이었다.


핑크팬더와 나는 길고 긴 LSD를 뛰기 위해 평소보다 길게 스트레칭을 가져간다. 온몸을 돌리고, 늘리고, 치고, 당긴다. 몸만 풀어도 살짝 땀이 난다. 장거리 뛸 생각 핑크팬더는 살짝 긴장이 된다고 했다.

25km LSD, 광나루한강에서 시작한다. 반환점인 한남대교를 찍고 오면 25km를 뛸 수 있다. 페이스는 600대로 천천히 달릴 것이다. 급수는 5km마다 하고 두 개의 에너지젤은 7km, 14km 지점에서 보충할 계획이었다. 이 더위에 핑크팬더가 25km를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힘들면 중간에 빠지면 된다. 무리할 생각은 결코 없다.


한강엔 맑고 따뜻한 봄날씨로 러닝 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나들이 온 연인과 가족들로 바글바글했다. 이렇게 사람 많으면 또 긴장하는 핑크팬더인데 이 환경에 긴장한 건지 생각보다 일찍 급수를 시작하는데 문제 될 건 없었다. 러닝조끼 물주머니에는 물 1L를 지고 있으니 넘치도록 충분했다.

탄천합수부를 지나고 약속된 7km 지점, 핑크팬더는 에너지젤을 섭취를 한다. 약빨이 잘 받는 핑크팬더는 에너지젤만 섭취하면 각성모드가 발동된다. 바짝 페이스가 올라간다. 그런 핑크팬더가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도록 나는 앞으로 달려가 페이스 조절을 시킨다. 갈길이 멀기에 무리하면 안 된다. 힘을 아껴야 한다. 남는 힘은 중반 또는 중후반에 쏟으면 된다.

성수대교의 오름을 오르고 동호대교를 지나 반환점인 한남대교를 찍고 턴을 한다. 달려서 여기까지 온 것은 처음이라는 핑크팬더. 반절까지 핑크팬더는 컨디션 이상, 페이스 처짐 없이 뛰어왔다. 이제 남은 절반을 위해 힘내면 된다.

14km 지점을 지난다. 두 번째 에너지젤을 흡입하는 핑크팬더. 반환점을 지나고 살짝 페이스가 떨어지나 했는데 에너지젤 각성모드가 발동되니 역시나 페이스가 올라간다. 탁! 탁! 탁! 리듬 좋게 뛴다.

25km LSD 러닝 중인 핑크팬더

25km LSD러닝도 이제 영동대교를 지나며 중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탄천합수부를 지나 잠실로 진입하는 완만한 오르막을 달리는 19km 지점에서 핑크팬더는 사점을 만난다. 처음 뛰어보는 거리와 시간 그리고 더운 날씨에 드디어 체력이 녹아내리고 말았다. 이 짧고 완만한 오르막은 핑크팬더에게는 사막의 큰 모래 언덕이었을 것이다. 발이 모래 속으로 푹- 푹- 잠기는 느낌, 심박도 불안정하게 고심박에 도달한다. 몸이 이제 힘들다는 것이다.


“곰돌씌, 나 힘들어..”


나지막하게 거리감 있게 들리는 핑크팬더의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뒤쳐진 핑크팬더가 보인다. 잠실선착장으로 향하는 구간에서 서서히 페이스가 떨어진 핑크팬더였다. 산책하는 이들이 많아 한 줄로 뛰다 보니 멀어져 간 핑크팬더를 챙기질 못 했다.


“괜찮아? 뛸 수 있겠어?”


“응.. 천천히 뛰어볼게..”


나는 지쳐가는 핑크팬더의 손을 꼬옥 잡고 잠시동안 함께 뛴다.


사점 속을 뛰는 핑크팬더는 동력을 잃고 연착륙하는 경비행기 같았다. 두 다리가 힘없이 움직인다. 고요하게 들리는 핑크팬더의 발소리 “탁. 탁. 탁. 탁..” 한발 한발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기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핑크팬더의 다리는 멈추질 않았다. (에너지젤이 하나만 더 있었다면..)

잠실대교를 지나면서 드디어 핑크팬더는 비공식 첫 하프 21.095km를 돌파한다. 그리고 올림픽대교를 지나면서 23km 지점을 지나간다.


“핑크팬더! 2km만 더 가면 돼! 끝이 보인다! 조금만 더 힘내자!!”

“......”


핑크팬더는 대답이 없다. 오롯이 자산의 페이스, 리듬을 유지하며 가느다란 몇 가닥 남은 실타래처럼 남은 미약한 힘은 두 다리의 진자운동 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천호대교를 지나고 마지막 광진교를 지나면서 만나는 오르막을 오르니 “삐빅” 핑크팬더의 가민에서 25번째 알림음이 들린다. 25km 도달했다. 그제야 진자운동을 하던 핑크팬더의 두 다리가 멈춘다. 동력 잃은 경비행기가 바람을 타고 무사히 착륙했다.

2시간 40분간 쉼 없이 25km 뛰고 난 핑크팬더의 눈동자 초점은 먼 곳을 보는 듯했다. 기쁨보다 더 큰 지침 앞에 영혼 잃은 표정이었다. "수고했어! 핑크팬더!! 끝났어!!" 축하해 줬지만 축하가 머릿속에 입력이 되지 않는 핑크팬더였다.

핑크팬더의 모자와 옷에는 하얀 소금띠가 선명히 보였다. 얼굴과 피부엔 소금땀으로 바슬바슬거렸다.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야 핑크팬더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시간 40분간 지긋지긋하게 달린 한강을 재빨리 한강을 벗어났다.


“첫 25km를 뛴 기분은 어때?” 내가 물었다.


“아? 이제 다- 뛰었다?”


핑크팬더에게 25km LSD 대한 감흥은 크지 않았다. 성취감에 기뻐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기쁨을 넘어서는 고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무덤덤한 감정표현이 핑크팬더 다움이기도 하다.

첫 25km를 달린 핑크팬더 2시간 40분을 뛰었다.

여담으로 나도 24도까지 오르는 초여름 날씨 속, 뜨거운 볕아래 뛰느라 중후반부터는 부침이 있었다. 나도 힘이 부치는데 핑크팬더는 오죽했을까?

그리고 이 뜨거운 볕에 피부는 검게 타고 말았다. 그만큼 강한 볕아래에서 25km를 뛴 핑크팬더와 나였다.

(선크림 좀 바르라던 핑크팬더의 잔소리가 생각난다. 앞으로 자주 발라야겠다 선크림.)


25km LSD를 마치고난 이후에도 핑크팬더와 나는 고양 하프마라톤을 대비해 두 차례를 더 뛰었다. 3월 마지막날 매서운 강풍과 눈, 우박이 내리던 변덕스러운 날씨를 뚫고 17km를 뛰었다. 정말이지 요란한 날씨였다. 바람에 고생하고 맑았다 싶으면 눈와 우박이 내리기를 반복했다. 신기한 날씨였다.

고하마 3일 전 4월 3일, 핑크팬더의 컨디션 난조로 중간에 멈추고 말았지만 8km 한강러닝을 끝으로 핑크팬더의 2025 고양하프마라톤 준비를 마친다.


이제 4월 6일에 다가올 2025 고양 하프마라톤을 기다린다.


맑다가도 흐리고, 강풍에 눈과 우박까지 내리던 요란스러운 날씨 속을 달렸다.


5km까지는 페이스가 좋았는데, 이후 컨디션 난조로 페이스가 떨어져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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