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2일 전 서랍에 저장된 글이 있다
이미 지나버린 이야기인 듯하여 나중에 정리하기로 우선 저장
출국 전날까지 코로나 CPR검사와 병원 진료로
정신없는 사이 더 정신이 없었다
주말이라 지방의 경우 당일 결과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이메일로 결과 전송 서비스도 없어서 다시 병원으로
결과지를 찾으러 가야 하는 수고 아닌 수고를 해야 했다
출발 10분 전 짐 정리가 끝났다
단기 여행을 빼고도
장기 연수와 활동을 위해 짐을 싼 경험이 3번 이상이 나인데
출발 10분 전 아니 사실 1분 전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마지막 1분은 짐을 쌌다기보다는 그냥 쑤셔 넣었다
주말이라 더 조급한 마음으로 오전 안과에 들렀다
안구건조 정도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더 좋지 않았다
눈 양쪽 눈 모두에 상처가 있다 병원을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나이기에
병원에서 처방을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처방을 받았다
약만 캐리어 반을 차지해버리는 참사가 일어났다
최대한 줄이고 줄여서 싸 놓은 이민가방과 캐리어를 모두 분해해 버려야 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짐 쌓기 테트리스 게임
재수 시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 오락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임 대충 두드리고 움직이는 걸 말고
게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물론 잘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꾸역꾸역 쌓고 빈틈이 보이면 채우면서 끝내는 가방 1PC를 추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고 온 가지고 오지 못한 물건이 있다는 사실에 허망함을 감출 수 없다)
9일 00시 50분 비행 출발 시간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지방 리무진 버스 운행은 단축 운영을 하고 있다
막차가 5시 30분 부산에서 올라오는 동료도 있기에 투정은 부릴 수가 없다
직행으로 공항 리무진 버스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짐을 싣고 가는 건지 짐이 나를 끌고 가는 건지 알 수 없는 사이
공항에 도착하고 체중계와 잠시 실랑이를 했으나 이내 포기하고
체크인을 눈 깜짝할 사이 해 버렸다
(무게가 초과되지 않은 기쁜 마음에 캐리어 자물쇠를 잠그는 것을 잊고 말았다)
아무 문제는 없었다
공항에서 거의 4시간을 대기를 하다 보니
이미 출발 전부터 지쳐버렸다
맥주 한잔 또는 와인 한잔이면 곯아떨어질 상태였다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점심을 먹고 먹을 시간이 없어(마스크를 하고는 먹을 수 있는 곳도 아직은 거의 없다)
점심 이후 쫄쫄 단식 아닌 단식을 해버렸다
마지막으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이렇게 소박하다 하니)
에티오피아 커피의 나라이지만 스타벅스는 없다
긴장이 풀려서 일까
잠이 오기보다는 배고픔이 허기가 몰려왔다
기내식을 진심 기다렸다
거의 기내식을 나눠서 먹는 수준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 순삭 해버렸다(와인까지 곁들여)
딥슬립 (잠이 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른다)
10시간 동안 옆에 아이가 울어 재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근새근(뭔 소리야)
코만 안 골았음 다행이지(드르렁드르렁)
두 끼의 기내식을 해치우고 영화 두 편을 보고 나니
12시간도 금방이더라
새벽 6시 50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에티오피아 도착
도착해서 숙소 체크인 --> 인사--> 교육 --> 점심 --> 유심칩 통신사 개통 --> 안전교육
쉼 없이 달려왔다
숙소에 와서 마트 마실을 다녀온 후(환율 계산 여전히 어렵다/복잡한 건 딱 질 세이라)
짐 정리를 하고 임시로 호텔에 1주일간 있는 거라 필요한 짐만 꺼내고 싶지만
1주일이든 1달이든 1년이든 꼭 필요한 종류는 거의 비슷하다 개수가 다를 뿐이지
뜨거운 한낮의 태양도 저녁이 되니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씨로 급변
아프리카라고 뜨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2년 전 캄디와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일정과 패턴
참 시기하다 말이다
코로나 이후 첫 파견
엄청난 포부와 기대는 없다
8개월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이다
천재지변이 또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시나브로처럼 조금씩 스며들다 보면
어느 사이 촉촉이 젖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 수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내일 8시 30분부터 있을 현지 언어는 아니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여유를 갖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하고자 한다
초심을 잊지 말자
오늘 내가 한 말이다
초심...
처음 마음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분명한 것은 잘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계속적으로 트라이해보는 것이었다
도전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보다는 계속적으로 시도를 하고 싶다
시도하면서 과정을 즐기고 싶다(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진심으로 즐김을 다시 느끼자)
와인 한잔과 치즈로 호사를 누려본다
에티오피아 첫날밤을 보내면서
11시 1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