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을 위한 펀딩

part 2. 작품을 향한 마음과 AI 활용

by 장순규

미완의 대작


인간의 삶은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렇기에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시작과 끝이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 채 마무리된 인간의 창작물도 있다. 이는 영화, 음악,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서는 이소룡의 유작인 사망유희가 있을 것이다. 이소룡이 살아생전 촬영한 40여 분만 영상으로 인정해야 하는 등, 영화로서 사망유희에 대한 평가는 비관적이다. 음악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있을 것이다. 이는 미완성 클래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소설에는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가 마지막 8편을 구상하는 중 작고하였다.


만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악 중 실족사로 인해 미완된 짱구는 못 말려, 작가의 사망으로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모두 다루지 못한 도라에몽, 급성 대동맥박리로 20년 간 연재하고 미완이 된 베르세르크.


베르세르크의 경우,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화 결론에 대한 해석과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작가가 사망하였기에, 여러 팬들의 상상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 있었으니, 베르세르크 작가 미우라 켄타로가 살아생전에 친구 작가인 모리 코우지에게 베르세르크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우라 켄타로의 문하생과 모리 코우지가 힘을 합쳐, 작품을 결말로 이어갈 수 있도록 재연재를 시작했다.


물론, 가벼워진 그림체와 여러 이유로 팬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럼에도 20년 넘게 연재된 작품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데 팬들은 감사하다는 반응이다.


재연재된 베르세르크의 표지


팬들의 상상


이처럼 팬들의 입장에서는 미완된 작품이 감사할 따름이나, 팬들의 입장에서 부족한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작품의 원작가가 마무리하지 않은 여러 작품에 대한 떡밥, 혹은 작품의 마무리를 다양한 관점으로 만들어오고 있다. 이를 팬픽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생성형 AI는 인간의 작품과 생각을 데이터로 습득하여, 이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작품 원작자의 생각, 그림체 등을 학습하여 원작에 가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에, 팬들의 마음을 담아 보면 어떨까. 바로, 팬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작품의 결말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로 작품을 훼손한다기보다, 작품의 결말을 다양히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작가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담은 마음으로 접근하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작가의 그림체를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을 AI가 보완해 준다면, 작가의 문체를 습득한 AI 혹은 팬이자 덕후의 입장에서 작가보다 더 훌륭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면, 어떠한 결말로 이어지게 될 것인가. 결론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미완성된 작품을 재연재해주는 생성형 AI 기반 펀딩 서비스로 구현해보고자 했다. 결론은 중간중간 팬들의 입장에서 선택에 따라 다르게 갈 수 있도록, 즉 팬들과 작품의 인터랙션이 적극 이뤄지도록 했다.




컨셉 서비스는 언제나 상상에 맡기게 된다. 성공할지, 성공하지 못할지. 통계를 통해서 검증을 한다 해도, 세상의 반응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생성형 AI의 기술에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중, 이처럼 사람을 향하고, 작품을 존중하는 방향으로서 활용되는 것도 성공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할 일이다.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사람의 손에 달린 만큼, 사람 향한 따듯한 마음과 작품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기술을 빛나게 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면, 생성형 AI가 인간을 위한 방면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위 프로젝트는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신혜은, 이서희의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관련 글은 AI 윤리에 대한 스터디 그룹 토론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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